[인터뷰] 유태오 “‘패스트 라이브즈’ 내 인생 바꿔...롤모델 마동석”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4. 3.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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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유태오. 사진|CJ ENM
배우 유태오(43)가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은 ‘패스트 라이브즈’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태오는 나영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을, 그레타 리는 어린 시절 서울에 두고 온 인연과 다시 마주하는 나영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CJ ENM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 배급했고, 제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시작으로 전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수상 릴레이를 이어왔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 한국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낸 각본으로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유태오는 이 작품으로 최근 개최된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그는 뜨거운 해외 반응에 “작품을 할 때 결과주의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영화 만든 지 2년 반 넘었다. 어떻게 하면 진솔한 표현을 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지 고민했다. 마지막 장면에 느낀 여운과 동양적인 철학과 ‘인연’을 해외에서도 이해하게 만든 것에 감동과 자부심이 있다. 영화제나 평론가 반응은 마케팅 요소니까 제작사 배급사가 좋아하겠지만, 이에 대한 무게감이나 부담감은 없다. 저는 과거의 연민에 안 살고, 미래에 기대해 안 산다. 지금 닥치지 않은 건 현실감이 없다”고 말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그레타 리(왼쪽)와 유태오. 사진|CJ ENM
그러면서 ‘패스트 라이브즈’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지금 오디션 미팅도 열심히 하는데, 오퍼와 러브콜이 와서 선택의 여지와 여유가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동안 인연이란 말을 편하게 썼지만, 불교적인 철학과 이념과 믿고 해성을 연기해야 여한 없는 슬픈 아름다움, 멜랑꼴리한 연기가 나오겠다 싶었다. 그래서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됐고 연기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캐릭터를 만들 때 제가 배운대로 이 캐릭터의 결핍이 뭔지, 어떻게 기술적으로 연기할 지를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의 인연이란 요소를 대입해서 제가 캐릭터로서 어떤 하나의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면, 매체가 다를 뿐 어쩌면 무당처럼 그 영혼을 받아서 행위 예술을 하는 것 아닌가 싶더라. 개똥철학인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의 스토리를, 제가 하나의 캐릭터로 연기하는 것에 대해 어떤 운명적인 부분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이후 드라마 ‘연애대전’과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를 찍었다. 이번엔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시도를 했다. 특히 ‘세상에서 나쁜 소년’에서 어두운 캐릭터를 만났는데, 예전 방식이 아닌, 무당처럼 어떤 영혼을 받아서 연기한다는 느낌으로 했다. 촬영 끝나고 집에 가면 배우자가 제 체취가 바뀌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 역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해성을 연기한 유태오. 사진|CJ ENM
그런가 하면 ‘패스트 라이브즈’의 해성 그 자체 같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캐릭터 연구할 때 공통점과 차이점을 먼저 본다. 차이점을 포기하고 공통점을 극대화해서 파고든다. 외면적인 건 미술팀, 헤어스타일 의상팀에게 맡겼고다. 저는 몸짓, 눈짓, 목소리 피치에 신경을 썼다. 보통 어렸을 때 목소리가 높고 나이 먹으면 낮아진다. 그런 것을 섬세하게 묘하게 신경 썼다. 들키지 않을 만큼. 그래서 뉴욕 신들은 조금 더 낮게 연기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도 달라진다. 대학생은 세상을 바라보는 호기심의 눈빛, 여자랑 헤어지고 결혼 못하고 그런 경험한 후 뉴욕에 가서 첫사랑과 끝맺음을 하게 되는데, 그런 10년의 세월을 눈빛에 차이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어를 못 하는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 언어적인 부분은 끊임없는 노력이다. 제 연기 코치와 연습하고 여러가지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거다. 호기심이 핵심이다. 오히려 저는 한국과 미국 시자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동양적인 미학과 서양적인 미학 안에서 우스꽝스럽지 않게 무게감 있게, 드라마의 기승전결과 감정선이 깨지지 않도록 고민했다”며 해성을 연기할 때 신경 쓴 부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 안에서 동양인 남자는 너드, 무술인, 코미디 등의 요소로 많이 쓰였는데 멜로 남자 주인공이 된다는 건 엄청난 거다. 보통 동양과 서양의 남성미가 90%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서양 문화에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이 있다. 영화 ‘연인’의 양가휘, ‘십계’의 율 브린너다. 그들의 이력서, 자서전, 연기 등을 찾아보면서 고민했다. 동시에 우리 영화의 마지막에서 주는 감정을, 동서양 어디에서도 여운이 남게끔 연기해야하는게 숙제이자 고민이었다”고 설명했다.

유태오는 자신의 다국적 문화배경에 감사한다고 했다. 사진|CJ ENM
독일 교포 출신인 유태오는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했다. 2018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레토’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11살 연상인 사진작가 니키리와 2006년 결혼했다.

그는 “독일에서 자랐고 이방인 같고 어디에 속했는지 모르겠더라. 그런 외로움을 배우라는 운명적 직업을 통해 긍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어떤 결핍이나 트라우마, 고생도 저에게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자존감이 낮았다.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었다. 모든 배우가 결핍이 있고 트라우마가 있고 인정 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단 그걸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 차이다. 저는 단점을 인식하고 용감하게 보여드리려고 하는 거고 그게 제 방식이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시간이 없어서 보여준 애니메이션 한 편이, 제 인생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의 다국적인 문화 배경 덕에 외롭지만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영화의 인연이란 단어도 그렇지만, 한 단어가 가지는 문화적 감수성이 있지 않나. 우리나라의 ‘시원하다’는 표현도 시원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따뜻한 국물을 먹었을 때도 그렇게 하는 것처럼. 제가 배우자랑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보면 저의 이런 배경이 아티스트로서 어떤 특권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감수성 때문에 다른 배우보다 저의 팔레트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후회 없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그는 ‘배우 유태오’의 미래 계획과 꿈도 밝혔다.

“앞으로 5년 동안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제 인지도를 높이고 그 다음에는 프로듀서로서 작품을 개발하면서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하고 싶다. 배우 마동석과 톰 크루즈가 제 롤모델이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나갈지 호기심있게 찾아보고 싶다. 60~70세 때는 연기 단체를 만들고 싶다. 제가 경험해온 모든 것을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영어로 한국 배우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그렇게 세계적인 배우를 만들고 싶다. 이전에 제가 먼저 국내와 외국에서 인정 받아야 한다. 그 길을 만들어야 하고, 지금은 그 길을 만드는 과정이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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