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말한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 의심 말라” [파워인터뷰]

김유진 기자 2024. 3. 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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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인터뷰 -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한국 핵보유는 북핵 해결책 아냐
NPT 파기 등 부정적 결과 초래
미군 2만8500명, 가족과 주둔중
전략폭격기·핵잠 정기적 전개도
한국 지키려 파트너들과 협력할것
제재 없었다면 북한 핵능력 더 발전
엄격한 이행 따라야만 효과있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의 응접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응접실 입구 상단에는 김구 선생이 1949년에 쓴 ‘한미친선평등호조’ 휘호의 사본이 걸려 있다. 박윤슬 기자

인터뷰 = 김유진 정치부 기자 klug@munhwa.com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인터뷰를 이어가던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한순간에 눈빛을 바꿨다. 국무부에서 유엔 대북제재 이행담당 조정관을 지내 워낙 북한 문제에 밝은 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김정은과 그의 가족, 수행원들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의지를 의심하지 말길 바란다”는 언급에서는 일종의 비장함이 묻어났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1년 사이 한미의 워싱턴선언 등을 성과로 꼽으며 두 나라가 앞으로도 많은 작업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한미동맹 관계에 기초해 많은 건축물을 지어냈다고 말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계획대로 많은 건축물을 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 중인 러시아에 대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한국 정부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의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있었던 것 같다. 지난해 4월 워싱턴에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다. 국빈방문은 단순히 며칠짜리 사건이 아니라 상당히 중요했고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백악관 잔디밭에서 개회식 인사를 하고 알링턴 국립묘지에 가서 화환을 놓는 과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윤 대통령과 동행했다. 사실 정상들이 방문한 모든 곳을 다 다녔다. 한미는 워싱턴선언을 발표했고, 핵협의그룹(NCG)을 구성해서 양국관계의 완전히 새로운 의제를 설정했다. 동시에 그 의제들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도 마찬가지다. 그 또한 한미관계와 한·미·일 관계에서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언급된 김에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올해는 첫 번째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지 30주년 되는 해다. 3국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현재의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다고 보나. 아니면 더 나은 협력을 위한 공간이 남아있다고 보나.

“캠프 데이비드에서 단독으로 3국 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 발표된 성명들은 우리가 앞으로 진행해 나갈 일련의 새로운 구상들을 담고 있다. 군사 및 안보 관계가 새롭게 구성된 계획과 연습들로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AI)이나 사이버 분야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협력하기로 한 것, 가짜뉴스 또는 허위 정보에 대한 관점과 원칙에 대해 3국이 일치하는 입장을 확인하고 공유한 것이다. 세 나라는 과학 및 기술 분야의 선진국들이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국제질서에 기반해 세운 규칙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런 진전은 우리가 그동안 한국과 일본 양국관계를 통해서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일관계 개선 동력을 활용해 3국이 협력 가능한 환경을 더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미·일 협력의 성공 사례를 언급한다면.

“최근에 미국의 시카고대와 일본의 도쿄(東京)대 그리고 한국의 서울대가 양자 물리학에 대한 3자 협력 합의를 맺은 사실을 주요 사례로 거론하고 싶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일이다. 또 다른 예는 AI에 관한 것이다. 한·미·일은 AI의 부정적인 측면에 맞서 어떻게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특히 AI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 캠페인에 악용되거나 타인을 비방하는 데 부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시도를 방지하는 틀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기술을 보다 건설적인 방식으로 사용하기 위한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미·일은 다양한 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그런데 한·미·일 3국 협력의 지속성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하고 한국도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국내적으로 지지율이 썩 좋지 않다.

“3국 모두 현재 거론되는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3국 협력은 세 나라 국민을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우선 윤 대통령이 이런 선순환을 시작한 것에 대해 큰 공을 돌리고 싶다.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결단한 것은 상당히 어려운 역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식민시대, 전시시대의 일들은 해결하기가 어려우면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은 통 큰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은 굉장히 용기 있는 것이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들이 승객으로 꽉 찬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3·1절 같은 국경일에도 그렇다. 아직 한일 간에는 과거사와 관련된 논의가 남아 있지만, 양국관계가 나쁜 것보다는 개선되는 상태에 있어야 그런 문제들을 풀어나가기에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양국이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타당한 논리가 있고, 따라서 그런 시도가 계속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도자들이 함께 힘을 실어 나갈 수 있다. 기술과 과학을 기반으로 함께 힘을 모으면서, 앞으로는 북한의 위협이나 도발과 관련해 3국의 국민이 좀 더 안전하도록 군사 문제를 놓고도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한·미·일 협력에서 관건은 한일관계다.

“사실 미국의 대사들은 주재국에 부임하기 전에 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한국에 오기 전 청문회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좋게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민주적이면서도 충분한 역량을 가진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이 서로 동맹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노력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조치다. 세 나라 모두 선거와 같은 상황을 거쳐 무난하게 3국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인공지능(AI)의 생산적인 활용 등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한·미·일 협력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한국·미국·일본, 안보 외 AI·양자 물리학도 협력… 관계개선 계속 탄력받을 것”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서
기술 건설적으로 쓰자는데 공감
AI사용 틀 만들기 위해 협력 중

‘워싱턴 선언’ 가장 기억에 남아
한·미동맹 미국서 초당적인 지지

IRA·반도체법, 분명 한국에 이익
미국 보조금 지원 받는기업 나올것

―올해는 한·미·일 3국 협력과 관련해 어떤 일들이 추진되나.

“우리는 지금도 거의 매주 회의한다. 물론 정상회의와 같은 행사를 생각한다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의 외 다른 방식으로는 거의 모든 급에서 3국 협력 사업이 진행된다. 특히 우리는 AI를 주제로 자주 만나고 있다.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AI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한 틀을 구성하고자 협력 중이다. 최근에 3국 장관들은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외교장관회의를 가졌다. 이런 일은 항상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3국 협력은 끊임없이 일어남으로써 자신감을 더 쌓을 수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적으로나 안보 측면에서나 3국 협력은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호혜적 조치 중 하나가 한국을 수출통제국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한국을 우선 무역상대국 명단에 다시 올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고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더 큰 자신감을 부여한다. 다시 말하지만, 많이 알려진 것과 같이 한국과 일본 간에 여전히 때때로 제기되는 문제들, 영토 문제나 역사적 문제들은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은 그렇게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최근 한국의 독자적인 핵 능력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묻고 싶다. 70% 이상의 응답자들이 한국의 독자적인 핵 능력 보유를 지지한다고 2년 연속 조사에서 응답했다. 주된 이유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 부족이 꼽혔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여러 가지의 여론조사를 통해서 한국 국민의 생각이 어떤지 살펴봤는데 어떤 면에서는 응답 양상이 질문에 따라 달라지더라. 만약에 질문에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 한국의 핵 능력 보유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파기하게 되고 그로써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자체 핵 능력 보유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출구가 아니다. 이런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질문을 던지면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바람은 그 응답률이 50% 미만으로 훨씬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 2만8500명의 병력을 그들의 가족과 함께 주둔시키고 있다. 미군의 B-52 또는 B-1B와 같은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이런 일들이 우리의 전략적인 대북 억제 의지를 보여준다.”

―북한의 최근 연속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북한은 아마도 국제사회를 속이는 방식으로, 또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원받는 방식으로 각종 무기체계를 개발 중인 것 같다. 그들이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성과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점 또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사이버 해킹을 통해서 남의 자산을 훔치고, 해외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등 모든 불법 활동을 군사 프로그램 개발에 동원하면서 정작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은 보살피지 않는다. 많은 북한 주민들은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고 표현의 자유와 권리 없이 살고 있다. 만약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죽는 것만큼이나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북한 정권은 아마도 계속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북한이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의 안보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확장 억제 강화를 약속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특히 북한 주민들, 김 위원장과 그의 가족, 수행원들이 미국의 확장 억제 의지를 의심하지 않길 바란다. 또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미국의 의지를 믿는다면 남한의 사람들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국의 많은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다.”

―한미동맹이 그만큼 철통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이다. 우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그렇게 말한다. 수천 명의 군 장병과 그들의 가족은 한국에 그냥 와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군인뿐 아니라 온갖 부류의 미국인들도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단지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현재에 깊이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유엔 대북제재 이행 조정관으로 일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과 유럽연합(EU) 같은 국가들이 추진하는 독자 대북제재가 유용하다고 보나.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제재는 도구이며 최종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우리가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다. 다만 제재는 종이 위에 적힌 상태로가 아니라 이행될 때 효과를 가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러시아와 같은 국가는 과거에 자신들이 스스로 찬성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완전히 터무니없다. 이는 러시아가 현재 평양과 일종의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나 많은 제재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서도 촉구한다. 중국에도 구멍이 있다. 기존에 합의한 대로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지났다. 미국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뭔가를 더 하기를 기대하나.

“한국은 인도적 지원에 대한 약속을 했고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후 재건 약속과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두겠다. 국제사회 대부분의 국가는 질서에 기반을 둔 특정 종류의 규칙이나 국제법을 이해하고 따르는 국가들이다. 반면 러시아는 이웃 나라에 대해 침략을 자행하고, 반대파 지도자들을 독살하고 감옥에 가뒀다.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이따금 언론의 사설이나 공개 토론을 통해 우리가 러시아와 더 나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본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우리는 왜 러시아와 더 나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건 우리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 때문이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에 군사적 비용 분담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짙은데.

“오랜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국내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정적인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미동맹은 미국에서 초당적으로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 상·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만큼이나 공화당 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미동맹은 양쪽으로부터 모두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지지는 선거와 상관없이 전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한국의 행정부와 협력하면서 방위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의 현실화 필요성을 지적한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때문에 동맹인 한국에 부담이 커진다는 소리다.

“지난 1년 반에 걸쳐 미국에서 통과된 IRA와 반도체법(Chips Act)은 분명히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내용이 제시돼 있다. IRA의 경우를 살펴보면, 한국 배터리 회사들은 IRA를 기반으로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이 IRA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일부 있다. 반도체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부 투자는 반도체법이 통과되기 전에 이미 계획됐다. 최근에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밝히기도 했지만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제공하는 보조금을 받으려고 기업들이 제출한 투자 의향서가 600건이 넘는다. 한국 기업 중 몇 군데도 의향서를 써냈고 그중에 일부는 실제로 보조금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차 같은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계속되는 것은 사실인데.

“처음에 IRA가 발효됐을 때, 마치 현대차나 기아차가 만든 전기 자동차는 미국 내에 공장이 완공되고 그곳에서 출시될 때까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해석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한국의 파트너 및 동맹국들과 함께 모여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협상했다. 이후 법을 시행하면서 상업용 또는 임대 차량이 IRA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논의를 진전시켜 나갔다.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니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 자동차 판매 2위를 기록했다. 물론 테슬라의 실적이 어떤 기업보다도 훨씬 앞서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현대차는 제너럴모터스나 포드, 토요타 등 다른 모든 회사보다 더 큰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 점으로 볼 때 만약 한국 기업에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이 FEOC가 광물 조달에 관한 문제 등 일부 측면에서 여전히 논의의 여지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은 아닐 걸로 예상한다. 우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실, 외교부 등으로부터 워싱턴을 방문한 많은 이들과 함께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런 일은 흔히 동맹국끼리 자주 한다.”

―한국 기업에 충분한 설명이 될까.

“IRA나 FEOC 규정은 한국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또 다른 오해는 때때로 사람들은 이것이 제로섬게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더 많은 제조업을 도입하면 한국에서는 제조업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상호보완적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 삼성·SK와 함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평택과 화성 등 경기 남부 지역에 반도체 공정에 대한 투자가 4500억 달러 규모로 이뤄지는 것인데 그에 비하면 미국에 이뤄지는 투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 보일 정도다.”

―쿠바에서 대리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이번에 한국과 수교한 쿠바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솔직히 말해 쿠바가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한 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쿠바는 그 자체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건 채 국경을 떠나고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쿠바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쿠바가 북한을 상대로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국제사회는 그 노력을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약간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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