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길의 인물사전]‘열도 커리’ 케이세이 토미나가, NBA입성 가능할까?

최연길 칼럼니스트 2024. 3.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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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연길 칼럼니스트 ]지난 1월 10일 미국 대학 농구에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전미 1위를 달리던 퍼듀 대학이 25위권 밖의 약체 네브라스카 대학에게 72-88, 무려 16점 차로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때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거함을 격침시킨데 앞장 선 선수는 바로 ‘일본인 커리’ 케이세이 토미나가였다.


2020년대 아시아 농구는 일본의 시대다. 하치무라 루이(LA 레이커스), 와타나베 유타(피닉스 선즈)가 각각 NBA에서 팀 내 롤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여자 농구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냈고 2023년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에서 일본 남자농구대표팀은 3승이나 거두며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일본이 거둔 3승2패는 아시아 대륙 최고 성적이다. 올해 열리는 파리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했다. 여기에 새로운 기대주 토미나가의 활약은 일본 농구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

열도 최고 유망주의 탄생
토미나가는 2001년 2월1일 일본 아이치県 나고야市 모리야마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케이유키 토미나가는 1995년 후쿠오카 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땄고 1998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월드컵 이전 명칭)에도 출전했던 국가대표 농구 선수 출신이다. 아버지 히로유키는 211cm의 장신이었지만 아쉽게도 아들 케이세이는 188cm의 단신이다. 하지만 케이세이는 아버지보다 훨씬 더 정교한 외곽슛 능력을 자랑한다.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농구공을 잡은 토미나가는 가스가이 시립 이와나리다이 중학교를 나와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토미나가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3학년이던 2018년이었다.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는 3년 만에 2018년 제71회 전국고등학교 농구선수권대회(일명 윈터컵)에 아이치현 대표로 나섰다.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8강에 오른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는 도쿄도 대표 짓센학원을 85-71, 14점차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토미나가는 후쿠오카 다이이치 고등학교(당시 우승팀)를 상대로 전반에만 31점을 올리는 등 37점으로 맹활약했지만 팀은 72-103으로 대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당시 후쿠오카 다이이치 고등학교에는 2023년 월드컵 대표 동료로 재회하는 카와무라 유키(172cm)가 버티고 있었다. 3-4위전으로 떨어진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는 46점을 올린 토미나가의 활약으로 니가타현 대표 테이쿄 나가오카 고등학교를 76-65로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 6경기에서 모두 35점 이상을 기록한 토미나가는 경기당 39.8득점을 올리며 득점왕과 베스트 5에 뽑혔다.

더 큰 무대로 향하다
2018년 FIBA U-18(18세 이하) 아시아 챔피언십에 일본 대표로 뽑힌 토미나가는 7경기에서 19.7분을 뛰며 19.3점 2.1리바운드 0.4어시스트 1.7스틸 3점슛 3.4개(성공률 34.3%)을 기록했다. 이 대회에서 일본은 8강에서 호주에게 52-88로 패하며 5위에 그쳤다. 아시아 무대에서 충분히 실력을 검증받은 토미나가는 미국 진출을 결심하고 일본 농구협회의 도움을 받았다.

토미나가는 NCAA 디비전 I 소속 대학으로도 입학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성적과 영어 회화 능력이 걱정이 되어 고심 끝에 NJCAA(주니어 컬러지 협회) 소속인 텍사스州에 위치한 레인저 컬리지로 진로를 정했다. 미국 내 자국 선수들도 학업 부진으로 SAT(美 수학능력시험) 점수 미달이면 2년제 대학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숀 매리언, 벤 월러스, 스티브 프랜시스, 지미 버틀러, 스펜서 헤이우드, 밥 맥카두 등 슈퍼스타들처럼.

2019-20 시즌 1학년이던 토미나가는 경기당 16.8점, 3점슛 성공률 47.9%를 기록하며 팀을 28승 3패로 이끌었다. 31경기 중 20점 이상 경기가 11경기나 되었고 최다 득점은 무려 34점이었다. 하지만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코로나 확산으로 NJCAA 토너먼트는 취소가 되며 더 이상의 활약은 불가능했다.

2학년이 된 토미나가는 16.3점, 3점슛 성공률 48.7%(전미 19위)에 경기당 3.4(전미 9위)개의 3점슛을 기록하며 세컨드팀 NJCAA 올아메리카에 선정되었다. 토미나가를 앞세운 레인저스 컬리지는 22승 4패로 호성적을 거두며 NJCAA 토너먼트에 올랐다. 토미나가는 토너먼트에서는 20.3점을 폭발하며 팀을 파이널 4까지 올려놓았다. 특히 토미나가는 4강에서는 26점, 8강에서는 31점 6어시스트를 올리는 등 맹활약했다.
 


NCAA 명가 빅 10 컨퍼런스에 입성하다
빅10 컨퍼런스는 미국 NCAA 디비전 I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 컨퍼런스다. 19세기 말인 1896년, 즉 우리나라가 조선시대였을 때 생겼다. 원래 빅10에는 9팀(인디애나, 미시건, 오하이오 주립, 일리노이, 아이오와, 노스웨스턴, 퍼듀, 위스컨신, 미네소타)이 있었고 이후 1950년 미시건 주립대가 추가되며 10개 팀이 되었다. 이후 10팀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다 최근에는 매릴랜드, 펜실베니아 주립, 럿거스 그리고 빅 12 컨퍼런스에 있던 네브라스카까지 합류하며 현재는 14개 대학교(다음 시즌에는 퍼시픽 10 컨퍼런스 소속이던 4개 학교가 빅 10에 합류할 예정)가 있다.

컨퍼런스의 명성으로 따지면 여준석(곤자가)이 뛰는 웨스트 코스트 컨퍼런스(WCC)보다 빅 10 컨퍼런스가 앞선다. 흔히 빅 10 컨퍼런스 등 6개 컨퍼런스(빅 10, ACC, SEC, Pac-10, Big 12, 빅 이스트)를 메이저 컨퍼런스라 하고 WCC와 이현중(데이비슨)이 뛰던 애틀랜틱 10 컨퍼런스 등은 중위권 정도인 컨퍼런스는 미드-메이저 컨퍼런스라고 한다. 물론 여준석이 뛰는 곤자가 대학은 이름값에서 네브라스카를 압도한다. 네브라스카는 농구보다 미식축구가 유명하기도 하다.

네브라스카는 1996년부터 2011년까지는 빅12 컨퍼런스 소속이었다. 하지만 2011년 빅 10 컨퍼런스로 자리를 옮겼다. 두 컨퍼런스 모두 미식축구가 강한 컨퍼런스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브라스카는 미식축구가 강하다. 농구에서는 명문이 아니지만 터런 루(現L.A. 클리퍼스 감독), 마이키 무어(前보스턴 셀틱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등), 브라이스 맥고언스(現,샬럿 호네츠) 등 모두 15명의 NBA 선수를 배출했다. 또한 프레드 호이버그 감독도 NBA에서 10시즌 동안 541경기나 뛴 베터랑이다. 호이버그 감독은 모교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감독을 지내다 2015년부터 2018년 시카고 불스 감독까지 역임한 바 있다.

레인저스 컬리지를 졸업한 토미나가에게 입학 제의를 한 것은 호이버그 감독이었다. 아마 자신처럼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신장도 크지 않지만 외곽슛이 뛰어난 토미나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호이버그 감독은 영입 당시 토미나가에 대해 “토미나가는 도쿄 올림픽 3대3 농구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며 “지난 시즌 슈팅 기록을 보면 언제든지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오픈되었는데 슛을 실패한다면 충격을 받을 정도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네브라스카에서 첫 2시즌, 희망을 품다
호이버그 감독은 이전 두 시즌 동안 각각 7승 25패, 7승 20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2021-2022시즌 대대적인 변화와 반등이 필요했다. 주전 중 댈라노 벤튼이 NBA로 떠나고 팀 내 최고 득점원인 테디 앨런이 뉴멕시코 주립대학으로 전학한 상황, 호이버그 감독은 부임 이후 최고의 리쿠르팅에 성공한다. 최고의 영입은 4학년이 된 슈팅가드 트레이 맥고언스의 동생 브라이스 맥고언스(201cm)이다. 맥고언스은 ‘파이브스타(Five Star)’로 분류되며 각종 리쿠르팅 전문기관에서 30위 안에 든 네브라스카 대학 역사상 최고의 신입생으로 꼽혔다. 또한 전미 100위 안에 꼽히던 백인 빅맨 슈터 윌험 브라이덴박(208cm, 이후 워싱턴 대학으로 전학)과 두 명의 3스타 플레이어 쿼런 맥퍼슨(191cm)과 토미나가까지 입학했다. 여기에 C.J. 윌처, 알론조 버지, 키온 에드워즈 등 즉시 전력감 전학생 3인방까지 2020-2021시즌 네브라스카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하지만 10승 22패로 겨우 3승을 추가하는데 그쳤고 컨퍼런스 성적도 4승 16패로 전 시즌보다 1단계 높은 13위로 겨우 탈꼴찌에 성공했다. 팀이 여전히 휘청거리는 동안 토미나가는 나름 NCAA 디비전 I이라는 큰 무대에 연착륙했다.

토미나가는 2021년 11월19일(이하 현지시간) 웨스턴 일리노이와의 홈 개막전에서 후보로 나와 18분을 뛰며 3점 5개를 시도해 1개에 그쳤다. 하지만 4경기만인 아이다호와의 경기에서 11점을 올리는 등 총 30경기 중 7경기에서 10점 이상을 올렸고 11월 27일 사우스 다코타와의 경기에서는 최다인 23점(3점슛 5개)를 기록했다. 첫 시즌 기록은 30경기 출장 중 11경기 선발, 16.5분 출장에 5.7점 1.5리바운드 0.6어시스트 0.8스틸, 3점슛 성공률 33%였다.

토미나가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1년의 유예를 얻어 2학년으로 편입한 덕에 2022-2023 시즌 3학년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특수 상황이 된 NCAA 디비전I은 전학 규정 때문에 수많은 선수들이 전학을 선택하며 하위권팀들에겐 불리한 상황이 발생했다. 네브라스카도 마찬가지였다. 벤치 포함 4명이 잔류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졸업, 전학, 혹은 프로 진출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했다. 호이버그 감독은 결국 나머지 로스터는 엠마누엘 밴두멜, 주안 개리, 샘 그리셀 등 전학생 3명과 신입생 그리고 워크온(장학생이 아닌 선수들을 트라이아웃을 거쳐 선발)으로 채워야 했다. 토미나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22-2023시즌 32경기 중 14경기에서 선발로 뛰는 등 평균 25.1분을 출장해 13.1점 1.6리바운드 0.7어시스트 0.6스틸, 3점슛 성공률 40%(경기당 2.1개)를 올렸다. 특히 2023년 2월 5일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과 경기에서는 3분을 뛰며 3점슛 5개 포함, 30득점, 3리바운드를 터뜨렸다. 토미나가는 또한 이 경기 포함, 5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올리며 정규 시즌 막판 팀의 8경기에서 6승2패라는 반전을 주도했다. 비록 네브라스카 대학은 빅 10 컨퍼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미네소타 대학에게 75-78로 석패하며 16승16패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이 경기에서 토미나가는 3점슛 2개 포함, 23득점, 3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시즌을 마친 토미나가는 자국에서 열린 2023년 FIBA 농구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 일본은 간판스타 루이 하치무라가 불참해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농구팀을 은메달로 이끈 톰 호바스 감독의 지휘아래 이변을 연출했다. 예선에서 핀란드를 98-88로 잡은 일본은 순위 결정전에서도 베네수엘라, 코트디부아르를 연파하며 3승(2패)을 거둬 아시아 최고 성적으로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이 대회에서 토미나가는 경기당 11.4점(팀내 4위) 1.2리바운드 1.4어시스트 1스틸, 3점슛 2.4개(성공률 37.5%)로 맹활약했다.

마지막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
4학년이 된 토미나가는 NBA 진출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023-2024시즌 네브라스카는 이전 시즌들과 달리 비약적인 성장세에 있다. 3월 4일 현재 21승 9패(컨퍼런스 11승8패, 4위)로 20승 고지를 넘었다. 호이버그 감독 부임 이후 최고 성적이다. 그 중심에는 토미나가가 있다. 2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평균 13.9점(팀내 1위) 2.1리바운드 1.3어시스트 0.9스틸 3점슛 2.2개(성공률 36.6%), 자유투 성공률 89.4%를 자랑하고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졸업하는 토미나가의 목표는 NBA 진출일 것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그의 소속팀 네브라스카 대학이 약팀이고 NCAA 토너먼트 진출은커녕 NIT도 나가보지 못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슈팅 능력만큼은 NBA급이다. 왼손잡이라는 장점도 있고 스텝백, 오프볼, 풀업, 플로터 등 공격기술은 훌륭하다. 드리블도 나쁘지 않고 슈팅 능력이 좋기 때문에 생기는 공간을 돌파하는 능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신장이 188cm(실제는 더 작아 보임)으로 슈팅가드로는 매우 작고 운동능력도 NBA 기준에 한참 못미친다. 수비력은 패싱 레인을 읽는 능력은 괜찮지만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구단에서 일본 마케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포인트가드로 전향할 가능성은 적다. 포인트가드로도 전향해도 수비력과 운동능력은 만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외모는 유투버 ‘빠니보틀’을 닮은 귀염상이다.

하지만 도전 성향이 강한 토미나가는 서머리그에 나서는 등 계속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시즌 중 부상자가 발생하고 슈터가 필요한 팀이라면 10일 계약을 고려할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토미나가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같은 아시아인이기도 하고 계속 더 높은 무대에 도전하며 개인 기량을 발전시키는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청소년 때 우리나라 선수들은 중국이나 일본 선수들보다 앞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선수들이 큰 무대에 도전하고 기량이 발전하며 우리나라 선수들을 추월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토미나가나 여준석, 이현중 선수처럼 큰 무대에 도전하는 모습이 많아졌으면 바란다. 두드리면 열린다.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아진다면 언젠가는 NBA 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시아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사진=FIBA, 네브라스카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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