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생] “어르신 인생담 들으며 제가 더 행복해졌어요”…‘농촌 막내딸’ 된 이 가수

황지원 기자 2024. 3.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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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 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출연을 고민하던 김씨는 제작진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

김씨가 방송에서 처음 맡은 코너는 '속(心) 풀어드립니다'이다.

농촌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와 고민을 듣고, 김씨가 이를 해결해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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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인생] (23) ‘6시 내고향’서 농촌 막내딸 된 가수 자두
남모를 아픔 있어 활동 뜸했지만
프로그램 제의받고 고심 끝 수락
농촌 다니며 마음에도 근육 생겨
농사 첫 경험…농민 고됨 깨달아
몸은 힘들어도 촬영 늘 기다려져
‘마음전파상’ 그룹 결성 노래도 쭉
가수 자두(본명 김덕은)는 KBS ‘6시 내고향’에 출연하며 전국 농촌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강원 양양에서 진행된 촬영 도중 쉬는 시간에 기타를 잡은 김씨.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 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2001년 데뷔한 가수 자두(본명 김덕은·41)는 히트곡 ‘김밥’ ‘대화가 필요해’를 남기며 2000년대 초반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김밥’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대화가 필요해’라는 KBS ‘개그콘서트’ 속 동명의 인기 코너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여 일요일 밤마다 시청자들을 만났다. 한동안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그가 나타난 곳은 바로 농촌이다. 2022년 9월부터 KBS ‘6시 내고향’에 출연하며 ‘농촌 막내딸’ 역할을 톡톡히 하는 김씨를 만났다.

“‘6시 내고향’ 섭외가 들어왔을 땐 좀 놀랐어요. 그땐 TV 활동도 별로 없었고, 특별히 농촌에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요.”

출연을 고민하던 김씨는 제작진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 제작진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시골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게 쉽진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촌에서 얻는 게 분명히 많을 거란 이야기도 덧붙였다. 고민하던 김씨는 결국 출연을 수락했다.

사실 김씨가 다시 대중 앞에 서기 전까진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19살에 데뷔해 성공했지만, 세상은 쉽지 않더라고요.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잠도 못 자며 벌었던 돈을 모두 잃었죠.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겪었어요. 신앙과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극복해나가고 있었죠.”

그런 김씨에게 ‘6시 내고향’ 출연은 큰 위로가 됐다. 김씨가 방송에서 처음 맡은 코너는 ‘속(心) 풀어드립니다’이다. 농촌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와 고민을 듣고, 김씨가 이를 해결해주는 내용이다. 지난해 8월부턴 새 코너 ‘슬기로운 두반장’에 출연 중이다. 임지웅 아나운서와 농촌 마을 안전을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TV에 나오는 시간은 고작 15분 남짓이지만, 새벽부터 서울에서 출발해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도 종일 어르신과 소통해야 한다. 처음엔 하루 촬영을 갔다 오면 이틀은 병원을 다닐 만큼 몸이 고단했다. 그런데도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어르신들이다.

“한번은 도시락을 싸서 홀로 살고 계신 할머니께 전달해 드린 적이 있어요. 할머니가 ‘내가 뭐라고 이런 걸 해주냐’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할머니는 너무 고우시고 이런 걸 받을 자격이 충분하신 분이에요’라고 위로해 드렸죠. 몸은 힘들어도 내가 필요한 사람들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농촌을 다니며 마음에 근육이 생겼다고 한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 한번 잡아줬을 뿐인데 고마워하는 할머니·할아버지를 보며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실패하지 않았구나’를 느끼게 된단다. 농촌의 노란 가을 들판과 푸른 하늘, 맑은 공기도 그를 편안하게 한다.

경북 안동에 있는 사과밭을 방문한 김씨. 그는 농촌을 다니며 농민들이 피땀 흘려 키워낸 농산물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김씨는 방송하며 처음으로 농사일도 해봤다. 마트에서 쉽게 사던 농산물이 농민들이 피땀 흘려 키워낸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쉬운 작업도 헤맸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 외발 수레는 어떻게 끄는지, 삽으로 땅을 팔 땐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척척 알아서 해낸다. 농민들을 더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올해초부턴 굴착기·지게차·스키드로더 작동법을 배우고 있다.

물론 김씨는 본업인 가수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2년 재즈피아니스트 오화평씨와 ‘마음전파상’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마음전파상은 ‘음악으로 마음의 주파수가 고장 난 사람들을 고쳐주고, 위로를 널리 전파하겠다’는 의미다. 교회나 자선 음악회, 재즈 페스티벌에서 진행하는 공연으로 바쁘지만 ‘6시 내고향’ 촬영은 늘 기다려진단다.

김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농촌 어르신은 그에게 큰 힘이 된다. ‘6시 내고향’ 방송 화면 캡처

“농촌 어르신들은 외로움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저와 만난 하루의 기억으로 또 한달, 일년을 살아갈 힘을 얻으시는 게 느껴지거든요. 앞으로도 전국에 계신 어르신들의 굽은 손을 많이 잡아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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