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이번엔 공항서 대규모 총격전…‘무법천지’ 아이티

홍희정 2024. 3. 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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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아이티는 행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인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이티 갱단들이 국립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들을 대거 탈옥시킨 데 이어 국제공항에서도 총격전을 벌였다면서요?

[기자]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국립교도소에서 수천 명의 재소자가 탈옥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갱단들이 공항을 습격했습니다.

공항 방어를 위해 군대와 경찰도 총출동하면서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곳곳에서 총성이 들리고, 공항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대피합니다.

중무장한 군인들과 장갑차가 공항으로 향합니다.

이번 사태는 아이티 정부가 교도소 습격 사건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린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났습니다.

[상인 : "아침부터 계속 총성이 들렸어요. 앙리 총리가 새벽 4시에 공항에 도착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앞서 갱단은 교도소도 습격해 3천8백여 명의 재소자 대부분이 탈옥했고 사망자도 속출했습니다.

[재소자 : "여기 총을 맞고, 그 위에 한 발 더 맞았어요. 어제(2일) 저녁 9시쯤 총에 맞았습니다. 너무 아파요."]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갱단 연합체 'G9'의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아리엘 앙리 총리의 체포를 요구했습니다.

셰리지에는 기념식에서 총리를 쫓아내고 본인이 총리라고 선언할 뿐 아니라 언론 인터뷰까지 당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미 셰리지에/갱단 연합체 'G9' 두목 : "우리 싸움의 첫 번째 목표는 아리엘 앙리 정부가 어떤 수단으로도 권력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앵커]

아이티가 사실상 무법천지가 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는데요.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 공백이 계속되고 있죠?

[기자]

지난 2021년 7월에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됐는데, 그 이후로 아이티는 극심한 혼란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마지막 선출직 공무원이었던 상원의원 10명의 임기마저 종료되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입니다.

아이티는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로 남한의 4분의 1 정도 되는 면적에 천백만 명이 살고 있는데요,

2021년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대혼돈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대통령 암살 혐의로 전 총리와 전 경찰청장 등 50여 명이 기소됐는데, 대통령 부인 마르틴 모이즈도 공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마르틴 모이즈/전 아이티 대통령 부인/2021년 8월 : "저는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어요."]

실제로 대통령 부인이 암살을 공모했는지 현 총리의 여론 돌리기용인지는 해석이 분분한데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틀 전에 지명된 앙리 총리는 현재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맡고 있습니다.

아이티에서는 앙리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아이티는 '신이 버린 나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왜 이런 비극에 직면한 건가요?

[기자]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이티는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한 흑인들로 구성됐는데 독립전쟁을 통해 1804년 아이티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가 도리어 아이티에 식민지배 배상금을 요구했는데요.

그동안 구축한 각종 인프라에 대해 배상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아이티는 무려 120년 넘게 프랑스에 이 배상금을 갚으면서 국가 예산의 대부분을 프랑스에 넘겨줘야 했습니다.

또, 미국도 침공하는 등 외세에 시달렸는데, 미국이 물러난 이후에는 쿠데타와 30년간의 독재로 정치가 안정된 시기가 없다시피 했습니다.

여기에 독재를 펼쳤던 뒤발리에 정권은 국가 부채보다도 많은 돈을 스위스에 빼돌릴 정도로 부패한 인물이어서 나라 재정은 파탄이 났다고 합니다.

또, 정부 고위 관료들이 권력 다툼에 갱단의 힘을 빌리면서 갱단의 세력은 커져 갔는데요.

여기에 2010년 대지진으로 아이티는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전염병도 창궐하면서 현재 인구 절반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로 최빈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앵커]

아이티는 지금 자체적으로는 질서를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국제사회의 지원이 논의되고 있죠?

[기자]

우선 케냐가 경찰을 아이티에 파견하기로 하는 상호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케냐가 천여 명 규모의 경찰 파견 의사를 밝혔고, 바하마와 자메이카 등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요.

[윌리엄 루토/케냐 대통령 : "옳은 일이고, 인류애이기 때문에 우리 케냐가 이렇게 답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리엘 앙리/아이티 총리 : "케냐 경찰의 아이티 파견 임무는 미래에 희망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금 지원을 약속했는데, 미국 내에서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케냐의 경찰 파견 임무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과연 아이티가 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입니다.

자료조사:백민정/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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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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