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성과급 대신 주식으로 보상… 임직원 주인의식 극대화 [심층기획-한화 'RSU 전면도입' 실험]
회사 장기성장에 집중하도록 유도해
주주가치 꾸준히 높이는 선순환 기대
주식 의무보유 최장 10년으로 늘리고
기존 단기성과급 제도 완전히 대체해
2025년 全계열사 팀장급까지 확대 계획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당연히 따라야 한지만, 해당 성과가 미래 가치를 담보하지는 않기에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재계에선 장기적인 성과보상체제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RSU는 현금 성과급 대신 일정 기간 이후 주식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자기 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 차이가 있다.
기존 성과급은 지난 1년간 이룬 성과를 즉시 현금으로 받지만, RSU는 수년 뒤 주식으로 받는다. 회사가 임직원 몫의 자사 주식을 구매한 뒤 가득 기간이 지나면 임직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식이다. 2000년대 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 도입했고, 국내 상장사 중에서는 2020년 한화그룹이 처음 RSU를 도입했다.
RSU의 목적은 임직원들이 회사의 ‘장기 성장’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RSU는 가득 기간 중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도 커지는 구조다. 임직원으로선 1∼2년짜리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단, 실제 주식을 받게 되는 시점까지 회사 가치를 높일 방안을 찾게 된다.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RSU는 임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의 장기 발전에 기여하게 하므로 지속 가능한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회사가 RSU를 지급하기 위해 매년 자사 주식을 매입하기에 주가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의 RSU는 기존 RSU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우선 한화는 RSU를 도입하면서 단기 성과급 제도를 폐지했다. 다른 대기업들은 기존 성과급을 유지하면 추가로 RSU를 부여하는 방식이지만, 한화는 성과보상체제를 RSU로 완전히 대체한 것이다. 장기 성과를 유도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가득 기간도 대폭 늘렸다. 일반 기업의 평균 가득 기간은 3년이다. 한화에선 대표이사급 핵심 임원 이상은 10년, 전무급은 7년, 기타 주요 임직원은 5년간 가득 기간을 거쳐야 한다.
한화에 RSU 도입을 주도한 한화솔루션 손명수 인사전략담당 상무는 “회사, 임직원, 주주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성과보상제도”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가득 기간이 끝나면 주식을 100% 주는 게 아니라 50%는 주식, 50%는 주식가치연동현금으로 지급한다. 주식가치연동현금은 RSU로 받는 총 주식 수의 절반 분에 RSU 지급 당시의 주가를 곱해 계산한다.
주식가치연동현금은 세금 납부 재원이다. 주식으로만 100% 받는다면 주식 취득을 위해 그 가치의 50%에 달하는 종합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 세금 납부를 위해 받은 주식을 바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화는 주식과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주가 변동을 최소화해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화 임직원으로선 RSU가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매년 받는 현금 성과급이 없기에 당장 손에 쥐는 경제적 이득이 줄어든다. 중간에 퇴사하더라도 무조건 최대 10년의 가득 기간을 채워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주가가 하락하면 기존 받을 수 있는 성과급보다 적어질 수 있다.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인정될 경우 지급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한화는 2013년부터 RSU를 검토했지만 단기 성과보상 제도의 폐단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회사 및 주주가치 제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실질 도입까지 7년이나 걸렸다. 이에 한화는 실제 보상시점이 이연되는 점을 감안해 기존 성과급 대비 상향해 RSU로 부여하고 있다.
개별 임원에 부여할 주식 수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정기 주주총회의 보수한도 결의 때 RSU 수량을 별도로 기재해 주주 승인을 얻고 관련 내용도 공시한다.
한화는 현재 12개 계열사와 344명의 임직원에 적용했다. ㈜한화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을 대상으로 RSU를 시행한 이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 등으로 범위를 넓혀왔다.
내년부턴 모든 계열사의 팀장급 직원까지 RSU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임직원 설명회, 타운홀 미팅, 토론회 등 의견 수렴과 법적 검토를 거친 뒤 팀장급 이상 직원의 경우 현금 보상이나 RSU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의 RSU는 결국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있는 임직원들이 오랜 기간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게 되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기 성과에 몰입하게 한다는 철학이 녹아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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