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G 0.222라도 괜찮아…왜 KIA 31세 대기만성 1루수가 모범상 수상했나? ‘이 사진’ 딱 보면 안다

김진성 기자 2024. 3. 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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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에서 한발 떨어진 이우성이 변우혁과 오선우에게 수비 관련 얘기를 해주고 있다/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범상에는 투수 황동하와 내야수 이우성(31)이 선정됐다.”

KIA 타이거즈가 6일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다. KIA는 5일 보도자료를 보내 이례적으로 모범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오키나와 라이징 스타’ 윤도현이 MVP에 선정된 건 자연스러운데, 황동하와 이우성은 왜 모범상을 수상했을까.

1루 수비훈련을 하는 이우성과 변우혁, 오선우/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아마도 코칭스태프가 스프링캠프 내내 프로페셔널에 입각한 생활 태도와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오픈 마인드의 이범호 감독이 파트별 코치의 얘기에 귀 기울였을 테니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이우성이 모범상을 받은 건, 기자도 좀 알 것 같다. 2013년 2라운드 15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오랫동안 백업으로 살아왔다. 데뷔 10년만인 2023시즌에 마침내 주전이 됐다. 그래서인지 항상 주변을 잘 챙긴다는 후문이다.

캔버라 스프링캠프 취재 당시, 이우성과 인터뷰를 했다. 1루수 겸업에 나선 이우성의 하루를 보고 싶고 듣고 싶었다. 이우성은 거의 매일 나라분다볼파크에 가장 먼저 출근해 박기남 수비코치와 1대1 수비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9시 윔업 후 정규 수비훈련을 소화한 뒤, 엑스트라 훈련에 야간훈련까지 거의 빼먹지 않았다.

한 마디로 나라분다볼파크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선수였다. 물론 본인은 웃더니 “야간훈련은 하기 싫을 땐 안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하는 1루 수비훈련에 진심이었다. 행여 자신의 1루 수비가 미숙해 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실제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1루수 이우성’은 꽤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야구장에 가장 오래 머물며 열심히 훈련했다는 이유로 모범상을 주기엔, 캔버라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야구 열정을 발휘한 KIA 선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오키나와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맹타를 휘두른 윤도현이나 타격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박정우도 캔버라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움직였다.

이우성에게 돋보이는 건 1루수에 임하는 마인드였다. 당시 이우성은 “경쟁이라고 생각 안 해요. 나보다 잘 하는 선수가 있으면 인정하고 박수치면 됩니다”라고 했다. 1루수비 연습을 자신의 야구를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과도한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를 경계했다.

하루는 이우성과 변우혁, 오선우가 홍세완 타격코치의 도움으로 1루 수비훈련을 하는 모습을 봤다. 투수의 견제구를 받고 태그하는 과정을 연습했다. 홍세완 코치는 투수의 견제구가 안 좋게 들어올 경우 실책을 우려, 무리하게 태그를 시도하지 말라고 했고, 최대한 왼쪽(투수 기준)으로 몸을 이동해서 받으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2루에서 1루로 귀루하는 주자에게 태그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당시 변우혁과 오선우가 살짝 머뭇거리는 모습이 있었다. 그러자 오히려 이우성이 변우혁과 오선우에게 홍세완 코치의 얘기를 풀어서 설명해줬다. 그러고 보니 이우성은 수비훈련 내내 변우혁과 오선우를 다독였다. 자신이 먼저 시범을 보이거나 설명을 해줬다.

이우성은 정말 1루수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자신도 연습하면서 후배들도 잘 할 수 있게 격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당시 그라운드에서 또 다른 훈련도 벌어지고 있어서 1루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우성의 진심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우러러 나온 진심이었다.

물론 이우성도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보다 동료, 후배들을 치켜세우며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정작 그런 이우성은 대선배 최형우에게 정말 좋은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1루 수비훈련을 하는 이우성과 변우혁, 오선우/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피도 눈물도 없는 프로세계에서 마음이 훈훈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타율 0.222면 좀 어떤가. 타격감은 시범경기서 올리면 된다. 이우성에게 모범상을 준 KIA도 이우성의 진가를 너무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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