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法治 팽개치는 한풀이 政治

2024. 3. 5. 17: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사건이 대법원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확률은 3%에 그친다.

이 정도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이 성립한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1심에 이어 서울고등법원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 범법자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는 국회의원이자 당대표로서 혜택을 톡톡히 본 게 사실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면죄부 받겠다고
범법자도 버젓이 당대표
목숨으로 양심 지키려한
노무현·노회찬은 어찌볼까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사건이 대법원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확률은 3%에 그친다. 이 정도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이 성립한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1심에 이어 서울고등법원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 범법자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 전 장관이 정당을 만들고 당대표로 등장했다. 사법부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을 받아 보겠다는 취지다. 정당활동의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운 '검찰개혁' 명분을 100% 인정하더라도 사실상 범법자가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고,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건 흔쾌히 동의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창당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당대회 때 모두 6650만원이 든 돈봉투 배포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한 4000만원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그가 '소나무당'을 만들기 위해 6일 창당 대회를 갖는다. 창당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보석까지 청구했다.

도대체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건가. 현재 제1야당 대표가 전과자라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가. 전과자가 정당 대표가 되더라도 문제가 없으니 너도나도 당대표가 되려는 것인가.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전례를 참고해 정당과 국회를 방탄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일까.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는 국회의원이자 당대표로서 혜택을 톡톡히 본 게 사실이다. 결국 이를 학습한 결과다.

이 현상이 정치권에 그치면 다행이다. 일반인도 죄를 지어도 정치에 뛰어들면 면죄부가 주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죄를 지었지만 정치적 탄압 때문에 생긴 죄이고, 지금 받는 벌도 외부 요인 때문에 받는 벌이라는 인식도 확산될 수 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범법자를 영웅으로 여기기라도 한다면 부작용도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죄를 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행위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잘못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소시오패스'를 양산하는 사회가 될 판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의 대표적 기관인 사법부의 신뢰는 중요하다. 사법부 심판보다 정치적 심판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퍼진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다. 그만큼 한국 민주주의도 후퇴할 것이다. 이런 행위를 전직 법무부 장관과 전현직 제1야당 대표들이 주도하니 국민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특히 개인 한풀이에서 시작된 정치는 더 큰 분열을 낳을 것이다. 조국 신당이 다음 국회에서 원내에 진입한다면 정치권 분열과 갈등은 극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창당 행사에서 '검찰 독재정권 조기 종식'을 강조하면서 대치 정국을 시사했다. 지난 정부에서 맞붙은 두 세력이 다시 한번 승부를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다. 국민 피로도는 더 높아질 판이다.

조국 신당 영입 인재 1호도 전과자다. 지난 총선에서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가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전과 논란으로 사퇴한 인물이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 시절 같은 당 사무총장을 맡았고 노회찬재단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지휘하는 소나무당의 창당 행사장은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팽개친 도덕성 대신 정통성을 옛 정치인에게서 찾으려는 것일까. 도덕성과 신념을 목숨과 바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회찬 전 의원이 '범법자 당대표 전성시대'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것인가.

[김명수 논설실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