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아시아판 나토의 허와 실

2024. 3.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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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 핵 도발이 거세지면서 워싱턴과 서울 외교가에서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창설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시아판 나토 가능성을 부인하였으나, 작년 12월 공화당 소속 마이클 롤러 미 하원의원이 아시아판 나토에 해당하는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를 위한 태스크포스 설립 법안을 제출하고, 이러한 구상에 긍정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아시아판 나토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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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때 中 대항마로 언급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재부상
창설엔 印太 공동의 적 있어야
결국은 중국 하기에 달려 있어

지난해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 핵 도발이 거세지면서 워싱턴과 서울 외교가에서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창설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시아판 나토 가능성을 부인하였으나, 작년 12월 공화당 소속 마이클 롤러 미 하원의원이 아시아판 나토에 해당하는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를 위한 태스크포스 설립 법안을 제출하고, 이러한 구상에 긍정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아시아판 나토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판 나토는 가깝게는 2007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도의회 연설에서 중국의 급부상에 대항할 경제·군사적 연대 필요성을 역설하고, 작년 G7과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강조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북핵 고도화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따른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재연되면서 국내적으로는 한미 상호 방위조약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나토와 한미 상호 방위조약 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유사시 미국의 자동 개입 문제이고, 둘째는 집단적 자위권 적용 문제다. 나토 조약 5조에는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 회원국(현재 31개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기되어 있으나 한미 상호 방위조약 3조는 (북한의) 무력 공격 시 각자의 헌법상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얼핏 보면 나토체제는 유사시 미국이 자동 개입하는 데 반해,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서는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나토 조약 11조에도 각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의무를 이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두 조약 간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1949년 미국의 나토 조약 비준을 위한 상원 청문회에서 당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나토 위기 시에 미국이 의회 동의 없이 자동 개입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있어서 나토의 경우 회원국 전체의 집단적 방어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총체적 압력 행사가 가능한 데 비해 한미 상호 방위조약이나 미·일 안전보장조약은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아시아판 나토의 성패는 유사시 얼마나 많은 역내 국가들이 즉각 참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아시아판 나토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나토처럼 소련·러시아에 해당하는 공동의 적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시점에서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적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8월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아시아판 나토 형성 가능성에 대해 분명하게 부인한 것도 나토의 주적인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현재 아시아의 주요 미 동맹국들과 밀접한 경제·통상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일률적으로 중국을 주적으로 하는 아시아 동맹 결성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 한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선임보좌관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기고문을 통해 아직은 중국이 아시아 공동의 적으로 규정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이 중·러·북의 삼각 군사 동맹화 등을 통해 아시아 전체를 뒤엎는 새로운 안보 위협이 되면 아시아판 나토 형성은 필연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판 나토의 출현 여부는 중국이 하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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