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 김범수, "고음 위주 창법 버리고 서정성 추구"[인터뷰]

김현희 기자 2024. 3. 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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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집 이후 10년 만에 정규 9집 앨범 ‘여행’ 출시
오는 4월 정규 투어도 개최
사진 제공=영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김현희 기자] "50년 동안 무대에 서는 것이 제 목표에요."

가수 김범수가 정규 9집 앨범 '여행'을 선보이고 매체 인터뷰에 나섰다.

김범수는 지난달 22일 선보인 정규 9집 '여행'은 지난 2014년 발매된 정규 8집 'HIM (힘)' 이후 김범수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으로,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범수의 음악적 깊이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여행'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피아노 선율이 김범수의 말 하는 듯한 창법과 어우러져 곡의 감성을 배가 시켰다. 또한, 지나간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사가 귓가에 맴돌아 울컥하는 감정을 갖게 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김범수와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이날 김범수는 차분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과 함께 앨범 발매와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감 그리고 앞으로 뮤지션 김범수로서의 모습에 대해 생각을 전했다.

"10년 만에 정규 앨범 발매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망설였어요. 용기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제가 활발히 활동했던 시대에서는 때가 되면 앨범을 발매하고, 선보이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였는데, 현재 음악 산업이 많이 변해서 이런 무게감이 있는 앨범을 발매하면 '과연 효율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런 생각들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작년 초에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올해 데뷔 25주년에 맞춰서 대중들에게 '선물 하나를 들고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앨범 준비를 했어요."

김범수는 힘 있는 창법과 특색있는 보이스 컬러 그리고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음악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보컬로서 '고음 발라더'로 대중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김범수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고음 위주의 힘입는 보컬 창법을 걷어내고 보다 차분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할 수 있는 곡들을 앨범에 담았다.

"원래 가창력을 위주로 한 고음을 구사하는 창법을 많이 썼는데, 어느 순간 제가 실제로 듣고 있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보니 가창하는 스타일과 정반대의 음악을 듣고 있더라고요. 미니멀하고, 서정적이고, 시적인 음악들이요. 그것을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이런 것들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싱어송라이터 분들에게 연락드려서 같이 작업 해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흔쾌히 응해주셨고, 고민도 많이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그 결과, 수제화 같은 음악이 만들어졌어요. 대다수 곡들이 다 제 얘기를 반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곡들이기 때문에 너무 좋았어요."

사진 제공=영엔터테인먼트

이번 정규 9집의 콘셉트는 '여행'이다. 김범수는 여행의 특징인 변수, 돌발 상황 등을 언급하며 마치 인생과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봤고,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의 모습을 여행에 빗대어 표현했다.

"여행이란 것이 변수가 많다고 생각해요. 미리 준비하고 가도 변수가 많잖아요. 이게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계획했던 것보다 잘 안된 적도 많았고, 잘 된 적도 많았고요. 그렇다 보니 저도 제 삶을 돌아봤을 때, 업적이나 잘난 것을 생각났기보다 실패와 잘 못 했던 것들이 생각났어요.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곡의 마지막 가사에 '여행을 떠나봐야지'라는 가사가 있는데 지금까지 여행한 것을 기리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툴툴 털고 잘 여행 가봐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규 9집에는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와 선우정아, 김제형, 아티스트 이상순, 임헌일, 작곡가 피노미노츠(Phenomenotes),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에 힘을 보태 완성도를 높였다. 김범수는 팬데믹 시기, 공연계 불황으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에 최유리, 선우정아 등 서정적인 노래들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이것을 계기로 김범수는 서정적인 음악이 현재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에게 곡을 써줄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타이틀 곡 '여행'이 탄생했다.

"최유리 씨가 저를 생각하면서 작곡해 줬어요. 최유리 씨가 저랑 20살 차이가 나는데 작업할 때 나이를 잊었어요. (웃음) 그리고 유리 씨는 정말 어른스러워요. 그래서 이런 곡을 쓸 수 있는 것 같고, 김범수의 여정과 여행 등을 최유리 님이 먼저 제안해 줬어요. 그 이후에 처음으로 완성 된 곡을 가사를 읽어가면서 들었는데 많이 감동받았어요. 저의 음악 인생에 대해서 잘 표현해 줬거든요. 너무 감사하죠."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앨범 작업에 참여한 것과 더불어 타이틀곡 '여행'과 수록곡 '그대의 세계' 뮤직비디오에 톱스타 배우 현빈과 유연석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뮤직비디오 속 유연석은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면서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모습을 선보여 뭉클하면서도 먹먹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현빈은 아련한 사랑의 모습을 표현하며 애절한 분위기를 발산했다.

"현빈 씨는 제가 축가를 불러드렸었어요. 또, 현빈 씨 출연하신 드라마 OST를 가창한 적도 있고요. 그런 연이 있어서 가수와 배우 사이 보이지 않는 유대 관계가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섭외 요청할 때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유연석 씨의 경우 어느 날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곡의 이미지가 유연석 씨랑 잘 맞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뮤직비디오에 배우님이 출연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앨범 프로듀서 피노미노츠 작가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프로듀서에게 도움을 청해서 유연석 씨에게 섭외 요청을 드렸고,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사진 제공=영엔터테인먼트

김범수는 지난 1999년에 데뷔해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그는 데뷔초 '얼굴 없는 가수'로 이름을 먼저 알리고, 이후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김범수는 '하루', '보고싶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매하며 보컬리스트로서 탄탄한 입지를 세워왔다. 지난 2011년엔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최정상 보컬리스트로 자리했다. 이에 김범수는 오랜 시간 음악을 하면서 생긴 자신만의 음악적 신념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데뷔 초창기에 냈던 앨범들을 들어보면 사실 그 나이에 소화하기에는 진하고 깊은 곡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시작부터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하거나, 아니면 본인의 옷을 입고 시작하는 가수를 볼 때 '나도 저렇게 시작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를 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것 또한 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스스로가 자신의 노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사랑해 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느껴졌고, '내 노래에 대한 애정만큼은 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모든 노래가 '제 노래다'라고 느끼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주인의식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김범수는 오는 4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전주, 광주, 대구, 수원, 창원 등 총 8개 도시와 해외에서 콘서트를 열고 전국의 팬들과 가까이서 호흡할 전망이다.

"5년 만에 정규투어를 개최하게 됐어요. 이번 공연은 기존과 다른 콘셉트로 준비 중이에요. 연말 공연 때는 커버곡들도 많이 하고 신나는 곡들도 많이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에 있는 저의 곡들과 신곡들을 주로 할 것 같아요. 기존에 있던 곡들을 시간이 지나서 편곡하고, 커버하다보니 원곡과 거리가 멀어졌어요. 그래서 '오리지널 스타일의 곡으로 담아보자'라고 생각했고, 원래 감성을 살리고자 해요."

김범수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보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신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는 지금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50년 동안 무대에 서는 것이 제 목표에요. 현재 위치는 그 목표를 향한 반환점 인 것 같아요. 전환점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때는 빠른 속도로 나아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앞만 보며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도와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여기에 올 수 있던 것이고, 제 노래를 즐겨주셨잖아요. 제가 받은 것을 반대로 돌려드릴 수도 있고, 나눌 수 있고,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과 즐기면서 보내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김현희 기자 kimhh20811@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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