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때면 듣는 '용종'… 생활습관 고쳐야 큰 병 안 키워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3. 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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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막 있는 기관서 나타나는 용종
암 위험 '선종성' 즉시 제거해야
정확한 발생 원인 안 밝혀졌지만
배 나온 사람이 확률 1.5배 높아
40대 이상·가족력 있을수록 주의
육류 섭취 대신 섬유질 채소 권장
용종 진단 땐 정기적 검사 받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건강검진 때 대장내시경이나 위내시경을 받게 되면 간혹 용종(茸腫)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용종은 글자 그대로 점막이나 장막에 돌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폴립(polyp)이라고 한다. 용종은 대장을 비롯해 다른 소화 장기 및 점막이 있는 모든 기관에서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용종은 대장 용종, 위 용종, 담낭 용종, 비(鼻) 용종 등이다. 주로 40세 이후에 발생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 빈도가 올라간다.

용종은 크게 선종성 용종, 과증식성 용종, 염증성 용종으로 나뉘며, 선종성 용종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발견 시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용종은 왜 생길까? 용종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체질, 유전, 식생활 습관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용종이 발생하고 성장해 암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살이 찌고 배가 나오면(복부비만) 선종성 용종이 발생할 확률이 약 1.5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 용종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려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지나친 육류 섭취를 줄이고 과일, 채소와 같이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담낭 용종도 대사증후군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대사증후군은 ①복부비만(남자 90㎝, 여자 80㎝ 이상) ②높은 혈압(130/85㎜Hg 이상) ③높은 혈당(공복 시 100㎎/㎗ 이상) ④혈액 내 중성지방 150㎎/㎗ 이상 ⑤혈중 HDL 남자 40㎎/㎗, 여자 50㎎/㎗ 이하 중에서 세 가지가 해당되면 진단한다. 담낭 용종은 용종이 있는 사람의 5%에게서 담석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이거나 평소 당뇨를 앓고 있다면 담낭 용종 발생 및 변화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담낭에 용종이 발견되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1년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용종 크기에 변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용종은 한 번 생기면 이를 제거해도 다른 부위에서 새로운 용종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진단을 받으면 치료 여부에 관계없이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용종을 발생 부위별로 살펴보면 대장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된다. 대장 용종은 대장점막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주위의 점막 표면보다 돌출하여 혹처럼 형성되어 있다. 대장 용종은 대개 증상이 없어 인지하지 못하다가 대장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선종성 용종이 전체 대장 용종의 3분의 2~4분의 3을 차지한다. 선종 발생 후 자라 암이 되어 증상을 보일 때까지 5~10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용종은 발견 시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한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76~9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H+) 소화기병원장은 "한국인 30~50대 중 30~40%가 대장 용종을 갖고 있다"며 "대장 용종은 암과 관련 있는 선종성 용종이 문제인데 그냥 두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은 "대장 용종이 평균 5㎜ 이하이면 암이 있을 확률이 0.1%에 불과하지만, 1㎝가 되면 1% 정도는 암이고, 2㎝를 넘어가면 위험이 더 커지며, 모양이 삐죽삐죽하고 거칠게 보인다면 암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장 용종 절제술은 크기에 따라 다르다. 5㎜ 미만의 작은 용종들은 작은 기구를 통해 뜯어내거나 전기장치를 이용해 태워서 제거할 수 있다. 5㎜ 이상 용종은 대장내시경 중 올가미처럼 생긴 철사를 넣어 잘라낸다. 제거된 용종들은 조직검사를 통해 용종의 구체적 종류를 판정하고,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위험도) 및 이후 대장내시경 검사의 기간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위험도가 낮고 용종이 완전히 제거되었다면 3~5년 후 검사를 권한다. 다만 용종이 여러 개 있고 크기가 1㎝ 이상이면 보다 짧은 기간 안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제거된 용종의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추가적인 검사나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위 용종은 90%가 과증식성 용종이며 암일 확률이 낮은 '착한 종양(양성 종양)'으로 알려져 있고 의사 재량에 따라 치료 여부가 달라진다. 선종성 위 용종은 암으로 진행되는 게 확실하며 염증성 용종은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위 용종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의료진은 과증식성 용종도 모양이 매끄럽지 않고 크기가 크다면 암세포 혹은 선종이 발견될 수 있어 적극 절제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과증식성 위 용종이 2㎝ 이상으로 커진 경우에만 암세포를 동반할 가능성이 1~2% 증가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크기가 1㎝ 이상이라면 적극적인 절제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위 용종 제거는 초기 위암 제거와 비슷한 내시경 점막하박리술(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로 이뤄진다. 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은 수면내시경 상태에서 시행하며 고주파 전류를 이용해 점막에 국한된 부분을 벗겨내는 내시경 수술이다. 개복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가 없고 회복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담낭 용종(Gallbladder polyp·쓸개혹)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담낭 용종은 담석을 제외하고 담낭 내강으로 돌출하는 모든 형태의 종괴(혹)로 100명 중 3~7명꼴로 발견된다. 담낭 용종은 크게 양성 용종과 악성 용종으로 분류하며, 전체의 95%가 양성 용종이고 3~8%가 악성 용종이다. 양성 용종은 콜레스테롤 용종이 46~70%의 빈도로 가장 흔하다.

콜레스테롤 용종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10㎜ 이하로 작고 다발성인 경우가 많다. 악성 용종은 대개 단일 병변이며 10㎜ 이상으로 크기가 크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만을 가지고 악성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으며 담낭 용종의 형태 및 초음파 검사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에 따라 임상 의사가 판단한다.

담낭 용종은 지방간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약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의 안동원 교수는 "담낭 용종은 비만인 사람에게서 잘 나타나는데, 담낭과 가까운 간내부 지방 또한 담낭 용종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담낭 용종을 예방하려면 과음이나 고지방, 고칼로리 식단을 피하고 운동을 적절히 병행해 체중 조절 및 지방간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鼻) 용종은 코 점막에 발생한 용종으로 껍질을 깐 포도송이와 같은 모양이며 대장·위 용종과 달리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거의 없다. 비 용종은 염증이나 알레르기 때문에 코 점막이 손상되고 점막 표면이 부풀어 올라 부종과 용종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 용종은 크기가 점차 커지면 코막힘, 코 가래, 누런 콧물, 재채기, 안면통, 후각 저하 및 상실 등이 발생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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