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낙태 자유' 헌법 명시… 세계 첫 사례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상 낙태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됐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에서 열린 특별 의회에서 프랑스 국회의원들이 낙태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후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메시지가 켜진 에펠탑. /사진=로이터

프랑스가 낙태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양원 특별 합동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로써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낙태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은 법률이 결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헌법에 명문화한 셈이다.

프랑스는 1975년 낙태를 합법화하며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일찍이 보장해왔다. 하지만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명문화한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지난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과거 1973년 미국에서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프랑스에서는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표결에 앞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우리는 여성들에게 도덕적 빚을 지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여성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니 아무도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결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전 세계에) 보편적 메시지를 보내는 프랑스의 자부심"이라며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개헌을 기념하는 특별 공개 행사를 열겠다고 말했다.

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베르사유 궁전 밖에서는 낙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인 낙태 권리 지지자들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개헌안이 통과된 직후 에펠탑엔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메시지가 띄워졌다.

차화진 기자 hj.cha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