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파묘’ 통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여우사냥 ‘恨’ 풀다
영화 ‘파묘’가 연일 승승장구하며 새로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항일, 반일 영화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과거의 역사적 흔적들이 묻어나오고 있다. 글쓴이는 유해진이 맡은 ‘의혈 장의사’ 영근, 고영근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파묘’는 2023년 12월 5일, 미국의 영화 매체인 ‘버라이어티’에서 국제 포스터와 예고편을 먼저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2024년 2월 22일에 극장 개봉했다.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최민식)와 장의사(유해진), 무당(김고은)과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의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에 담았다.
사실 공포 영화라는 장르가 품기에는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캐스팅이라고 봐야 한다. 기존의 한국 공포 영화가 낮은 제작비와 힘든 투자, 거기에 여름 한철 짧게 뽑아먹는 수지타산형 목적으로 기획되어 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캐스팅과 따분한 주제가 주류를 이루어왔다.
이러한 환경의 영화적 흐름 속에 파묘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섭외력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연기력과 몸값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배우들이었기 때문. 그들이 새로운 장르에 뭉치면서 결국은 일이 터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항일 영화로 관객 폭탄을 맞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최민식이 지금까지 걸어온 영화 경력으로 볼 때, 그에게 섭외 문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공을 들이는 장재현 감독의 스타일이 진하게 묻어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김고은과 유해진을 비롯해 이도현 등 다른 배우들도 이전에 스릴러 영화에 출연했거나, 한국 공포 영화와는 연이 없었고, 오컬트 호러 영화 출연은 더더욱 거리가 멀다. 유해진이 그나마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장면을 연상시키는 정도다.
소유 차량의 차 번호가 ‘49 파(묘) 0815’로 사십구재, 파묘, 광복절을 연상케 하고 있다.
고영근은 지관 김상덕과 함께 일하는 장의사다. 대한민국 명인 인증을 받았고,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해서 대중들에게 꽤나 인지도가 있는 인물. 전직 대통령까지 염했던 것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의혈 장의사’란 명패처럼 사무실을 운영하며 김상덕과 꽤나 오랫동안 일을 같이하며 의리로 뭉친 관계다. 그래서인지 풍수에도 약간의 식견이 있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예상외로 개신교 장로이기도 하면서 종종 성경 구절을 외기도 하고, 사무실에 성경 구절이 적힌 액자를 걸거나 찬송가를 틀어놓기도 한다. 기독교인임에도 묘자리를 잘못 쓰면 부정을 탄다고 말하고 귀신, 무당, 굿 등의 미신적인 소재에 전혀 거부 반응이 없다. 종교 자유의 원칙을 피력하기 위함인 것 같다.
소유 차량의 차 번호가 ‘ㅇㅇ 바 1945’로 1945년 광복을 연상케 한다.
이화림(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으로,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톱클래스 무속인이다. 직업적 특성과 퍼포먼스들, 경문을 외는 과정, 징을 치는 모습 등이 어설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능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무당의 굿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수 차례 리허설을 하며 디테일을 완성했다.
윤봉길(이도현)은 무당 이화림과 함께 활동하는 법사다. 굿판에서 북을 치는 악사이자 경문을 읊는 법사이면서 귀신을 몸에 받는 신주 노릇도 할 수 있는 인물로, 네 주역 중 가장 젊고 경력이 짧다. 화림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사제 지간으로, 무속인 용어로 신어머니 또는 신아들 관계이지만 나이 차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아서 모자 관계보다는 남매가 더 어울려 보인다. 사적으로도 같은 헬스장에 다니는 등 가까운 관계다.
박지용(김재철)은 파묘를 요청한 의뢰인이다. 미국 LA에서 살고 있는 부동산 거부 집안의 장손이며, 원래는 형이 있었는데 정신병원에서 자살해 본인이 장손이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자신도 그렇지만, 두 번의 유산 끝에 힘들게 얻은 아들마저 갓난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묏바람에 고통받는 것을 보고 견디지 못해 어머니와 고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묘를 의뢰하게 된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말처럼, 한반도 지도를 보면, 호랑이 한 마리가 왼쪽을 주시하면서 꼬리 부분이 일본 땅에 펼쳐진 형국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대한민국 전도를 토끼를 닮은 형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서, 보고 싶은 것을 말하려는 의도에 따라 답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본인 학자 고토 분지로는 조선의 지형을 답사하고 연구하여 여러 논문과 지명사전, 지도 등을 만들었다. 고토 분지로는 1903년 한반도의 지질 구조도를 발표하면서 한반도의 지형이 토끼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후부터 한반도가 토끼 모양이라는 주장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1908년 최남선은 ‘소년’지를 창간하면서 창간호에 한반도 호랑이 지도를 넣었다. 최남선은 일본 지리학자가 우리나라의 형상을 토끼로 비유한 것에 반발하여 호랑이 지도를 그린 것이다. 최남선의 한반도 호랑이 지도는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할퀴며 달려드는 호랑이 모양이다. 이러한 호랑이 지도는 발표 후 엄청난 호응을 받아 우리나라의 상징으로서 각종 잡지에 자주 그려지게 되었다. 국제적 입지에 따라 바뀌고는 한다.
‘을미사변’의 국모 여흥 민씨 ‘민비’도 누군가는 자신들이 호랑이고, 상대는 여우로 칭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 작전명: 여우사냥
대한제국 선포 후 고종의 왕비 민비에서 황후로 승격되어 명성황후로 불리게 되어 그나마 위안이된다. 이후, 일본 자객들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건청궁 동산 녹산(언덕)으로 옮겨 불에 태웠다. 역사적으로 천하에 씻지 못할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당시,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칼이 ‘히젠도’였다. 일본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에 보관되어 있는 히젠도 칼집에는 “번개처럼 여우를 찔렀다”는 문구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적혀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영근(高永根, 1853년 ~ 1923년)은 대한제국의 군인이자 개화파 정치인이며, 함경도 매광감리, 종2품 경상좌도병마절도사 등을 역임한 관료였다. 일본으로 건너가, 명성황후 암살 사건에 가담한 조선인 출신 제3대 대장 직책을 지냈던 우범선을 찾아가 암살하였다.
자신의 국모를 살해한 앞잡이를 종국에는 처단하는 우충절의 신하였다. 현재 그의 묘소는 경기도 수원시에 있다.
한편, ‘파묘’는 일본 현지 배급사 가도카와 케이 플러스(KADOKAWA K+)를 통해 현지 개봉을 준비 중이다. KADOKAWA K+는 일본의 유명한 출판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KADOKAWA Corporation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걸쳐 콘텐츠를 제공하며, 특히 출판, 영화, TV 프로그램, 웹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될 경우,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파묘’는 그 내용과 주제가 강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의 수용 방식은 매우 흥미로운 관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이 영화가 항일 및 반일 감정을 표현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그 반응은 더욱 주목할만 하다.
이처럼, ‘파묘’는 단순한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를 넘어서서, 역사, 문화, 사회적 관점에서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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