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현경 마지막 길…이순재 “나도 곧 갈 테니 우리 다시 만나세”

2024. 3. 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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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살아온 고(故) 오현경이 동료, 후배 배우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배우 정동환은 "열심히 준비한 연극을 감상하신 선생님이 대사가 하나도 안 들린다 하셨을 때 그렇게도 야속하고 절망적이었다"며 "그 야속함과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선생님 만난 반백년 행복하고 감사했다.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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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현경 영정사진[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7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살아온 고(故) 오현경이 동료, 후배 배우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지난 1일 별세한 원로 배우 오현경의 영결실이 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됐다.

유족과 동료 연극인 100여명이 참석한 영결식에선 이성열 연출가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며 시작됐다.

고인은 1954년 서울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이듬해 전국고등학교연극경연대회에서 ‘사육신’으로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재능을 꽃피웠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재학 중 연세극예술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고, 졸업 후에는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동천홍’, ‘허생전’ 등 수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했다.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1960년대 TV 드라마 시대도 함께 했다. 특히 드라마 ‘손자병법’(1987∼1993)의 이장수 역은 고인이 남긴 대중적 캐릭터다.

식도암, 위암을 겪으며 오래도록 투병 생활을 했고, 2008년 연극 무대로 복귀해 ‘주인공’, ‘봄날’ 등에 출연해 연극 무대를 향한 열정을 보여줬다.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1985), KBS 연기대상(1992) 등을 받았고 2013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됐다.

영결식에선 고인의 육성이 담긴 연극 ‘봄날’의 공연 일부를 감상했다. 그는 “누구 있냐. 아직도 자빠져 자고있어?”라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사를 낭독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

손정우 대한연극협회 회장은 “선생님은 암투병 중에서도 연기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스스로를 채찍질하셨다”며 “대사 한 줄이라도 틀리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시며 연극인의 자세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배우 이순재(왼쪽)와 전무송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

고인과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던 배우 이순재는 “실험극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우리는 국어사전을 펴놓고 화술을 공부할 정도로 화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TBC 시작할 당시 함께했던 남자배우들이 저와 고인을 포함해 6명 있다. 그 중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다 자네 기다리고 있다. 나도 곧 갈 테니 우리 가서 다 같이 한번 만나세”라며 작별을 고했다.

배우 정동환은 “열심히 준비한 연극을 감상하신 선생님이 대사가 하나도 안 들린다 하셨을 때 그렇게도 야속하고 절망적이었다”며 “그 야속함과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선생님 만난 반백년 행복하고 감사했다.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배우로 활동하는 고인의 딸 오지혜는 “지난해 머리 수술을 받으시고 인지능력을 테스트하는데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아주 힘있게 배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는 연기를 종교처럼 품고 한길을 걸어오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고인은 생전 무대를 올렸던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식장을 떠났다.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연극인들이 뒤따르며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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