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털리 포트먼·쥴리앤 무어 열연 빛나는 영화 ‘메이 디셈버'

송은아 2024. 3. 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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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용한 교외 마을에서 36살 기혼 여성과 13살 남학생의 불륜 현장이 발각된다.

남학생과 여성의 아들은 친구 사이다.

부부의 사연이 영화 소재로 결정되자, 주연을 맡은 엘리자베스(내털리 포트먼)가 캐릭터 탐구를 위해 부부의 집을 방문하면서 균열이 생기는 일상을 포착한다.

 순진과 교묘, 능수능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줄리앤 무어, 점점 그레이시와 닮아가는 내털리 포트먼의 연기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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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용한 교외 마을에서 36살 기혼 여성과 13살 남학생의 불륜 현장이 발각된다. 남학생과 여성의 아들은 친구 사이다. 미국 신문 1면을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으로 여성은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아이를 낳는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메이 디셈버’는 이들 부부의 24년 후를 파고든다. 부부의 사연이 영화 소재로 결정되자, 주연을 맡은 엘리자베스(내털리 포트먼)가 캐릭터 탐구를 위해 부부의 집을 방문하면서 균열이 생기는 일상을 포착한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메이 디셈버’는 인간과 삶을 겹겹이 싸고 있는 사실의 편린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작품이다. 영화 초반 부부의 일상은 평화롭다. 스캔들의 주인공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조(찰스 멜턴)는 여전히 같은 마을에 살고 있다. 자녀는 세 명. 막내인 쌍둥이 남매가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전 남편과 사이에 생긴 손주도 쌍둥이와 같은 학교다. 

세기의 로맨스가 헤피엔딩을 맞은 걸까. 이 피상적 평화 속으로 들어온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를 탐구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그레이시는 순진한 10대를 유혹한 악녀인지, 인생의 사랑을 만난 순정파인지, 그런 선택을 한 내적 동기가 무엇인지.

답이 쌓일수록 진실은 엎치락뒤치락한다. 사람들의 말은 엇갈리고, 하나의 사실을 들추면 또다른 사실이 튀어나온다. 인간은 입체적이고 모순적이다.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치열한 탐색 없이는 자신조차 나를 온전히 알기 힘들다.

그레이시는 인간의 이런 복잡함을 대변한다. 겉보기에 듬직하던 남편 조가 뒤늦게 덫에서 벗어나듯 성장기를 겪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레이시가 되려는 엘리자베스의 시도는 애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강점은 무엇보다 두 여배우의 연기다. 순진과 교묘, 능수능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줄리앤 무어, 점점 그레이시와 닮아가는 내털리 포트먼의 연기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하다. 포트먼은 이 작품에 주연과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포트먼은 헤인즈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 시나리오를 여러 편 보낸 끝에 이 작품으로 승낙을 받아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배우 찰스 멜턴은 두 여성의 이기심에 치이며 뒤늦게 성장통을 겪는 조를 맡았다. 멜턴은 이 작품으로 고섬 어워즈 신인상을 비롯해 21개의 연기상을 받았다.
영화는 인간과 삶의 다층성에 집중하기에 소재의 선정성에는 무심하다. 일상에는 ‘도덕적 회색지대’가 공존한다고 말하려는 듯 영상은 중산층 섬마을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담는다. 음악 사용도 절제했다. 불쑥 튀어나오는 피아노음이 느닷 없이 불거지는 균열의 순간들을 대변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3일 개봉.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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