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실직, 상실감 어쩌나? 방송국 無배려 하차 통보에 통곡한 ★[이슈와치]

하지원 2024. 3. 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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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전국노래자랑’, ‘아침마당’, ‘놀러와’/KBS, MBC 홈페이지 캡처
왼쪽부터 김신영 유재석 최양락 이금희/뉴스엔DB

[뉴스엔 하지원 기자]

고(故) 송해 뒤를 이어 '전국노래자랑'를 끌어오던 김신영이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를 받은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

3월 4일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에 따르면 김신영은 지난 주 '전국노래자랑'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 제작진도 방송국의 일방적 통보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한다. 김신영은 9일 마지막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노래자랑' 측은 새 진행자로 남희석이 확정됐다며 "송해에 이어 젊은 에너지로 이끌어주셨던 김신영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에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신영은 지난 2022년 8월 '전국노래자랑'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MC로 발탁됐다. 당시 김상미 CP는 김신영에 대해 "데뷔 20년 차의 베테랑 희극인으로 TV, 라디오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에서도 인정하는 천재 방송인이다. 무엇보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해 새로운 전국노래자랑 MC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김신영과 동행해 감사를 표한 바 있다. 김신영 역시 "가문의 영광"이라며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신영은 고 송해 후임이라는 부담감에도 세대를 가리지 않은 소통으로 1년 6개월간 프로그램을 끌어왔다. 무엇보다 김신영은 기존 자신의 출연료보다 약 3배를 낮춰 받을 정도로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애착이 컸다. 이에 김신영을 배려하지 않은 KBS 측의 일방적 하차 통보에 많은 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송국 독단적 선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방송국 사정상 MC 교체와 프로그램 존폐 통보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으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무례하고 배려 없는 통보 방식이 많은 이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KBS에 평생을 바친 이금희, 조문식도 안타까운 하차

이금희는 지난 2016년 18년간 진행하던 '아침마당'을 떠났다. 프로그램의 상징과도 같은 이금희의 갑작스러운 하차 소식에 많은 누리꾼의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하차 과정이 매끄러워 보이지 않았기에 시청자들의 혼란스러움이 가중됐다. 당시 KBS 측은 내부 아나운서를 활용하고 후배 양성 등을 위해 종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22년 1월 이금희는 JTBC '다수의 수다'를 통해 '아침마당' 하차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금희는 '아침마당' 하차를 마지막 방송 사흘 전에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금희는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그만두게 되었다"며 "이전에는 실직하셨던 분들의 (라디오)사연이 오면 뭐라고 말씀을 해드려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조심스러웠는데, 일종의 실직을 당해보고 나니 어떻게 말씀을 해드려야 할지 알겠더라. 그런 사연이 오면 일단 '수고하셨다'고 한다. 세상 사람 누구도 몰라도 본인은 안다.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일단 수고했다고 스스로 칭찬해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금희는 "그때의 내게 '수고했다'는 말이 필요했다. '아침마다 애썼다'는 청취자의 문자메시지도 고마웠다"고 전했다.

이금희는 '아침마당' 하차로 수입도 줄어들었다. 이금희는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3'에 출연해 하차 당시를 떠올리며 "사실 수입의 2/3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어떤 지출을 줄여야 하는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수입이 없어지니까 그 친구들에게 빨리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해야하기도 해서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이금희는 "내 일에는 그렇게 감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아침마당' 끝나면 연락이 많이 올 테니까 잠수를 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실제로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방송국 의무실에서 잤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개그맨 출신 리포터 조문식은 23년을 바친 '6시 내고향'에서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조문식은 2022년 12월 MBN '특종세상'에 출연해 하차 심경을 밝혔다.

조문식은 "23년 제 청춘을 다 바쳤다. 프로 개편을 하면서 '이제 젊은 친구로 가겠다'고 해 하차를 했다. 솔직히 계속하고 싶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라고 털어놓았다. 하차 당시 조문식은 사업 실패와 사기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고. 10억 넘는 빚에 프로그램 하차까지 겪은 조문식은 큰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방송인 이상벽은 "23년 동안 리포터를 하고 내려왔다는 건 상실감이 무지하게 클 것"이라고 짐작하면서도 "야속하지만, 정말 인간적으로 그래선 안 되지만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고 통보할 수 밖에 없었을 거다. 그 프로에서는 중심 리포터인데 이 사람이 그만둔다고 하면 시청자들에게 쇼크고 어느날 하루아침 실종되는 게 낫지, 한 달 유예를 두면 한 달 동안 왠지 이전 같지 않은 표정과 말투가 걱정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사정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하차시켰길래? '놀면 뭐하니?' 정준하 신봉선 작별 후폭풍

정준하와 신봉선은 지난해 6월 MBC '놀면 뭐하니?' 개편 과정에서 하차 통보의 쓴맛을 봤다. 정준하와 신봉선은 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심경을 토로하며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 점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정준하는 지난해 9월 JTBC '아는형님' 출연해 "'아는형님' 멤버들도 조심하라"며 "PD가 갑자기 차 얻어 타고 가야 한다고 해서 하면 타지 마라. 거기서 잠깐 얘기 좀 하자고 그러더라"며 차 안에서 PD와 긴밀한 대화를 나눴음을 고백했다.

정준하는 "한 번 정도는 울었다. 울지 어떻게 안 우냐. 작별하는데"라며 "그러고 나서 '대인배 정준하'라고 기사도 났더라. 속은 엄청 소인배인데"라고 씁쓸한 마음을 털어놨다.

정준하는 신봉선 채널에서도 “일생일대 술을 제일 많이 마셨다"며 “운 게 아니라 통곡했다. 촬영이 매주 목요일이었는데, 집에 못 있겠더라. 할 것을 찾으려고 했는데 이병헌이 소속사 식구들을 데리고 베트남 워크숍을 갔다더라. 나도 못 할 게 있나 싶어 직원 네 명과 일본 여행을 갔다. 돈 많이 썼다”고 하차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신봉선은 박미선 채널에 출연해 "내가 봤을 때 서로 불편한 상황이긴 하다"며 "언짢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옛날에는 언짢은 티도 못 냈다. 근데 이제는 이해도 하면서 때로는 '기분이 나쁘다'고 얘기할 수 있는 나이가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운하다고 얘기했나"라는 질문에 신봉선은 "마치고 나서 서로 얘기하는 부분에서 그냥 이해는 한다고, 서로 불편한 것 같다고. 제작진이나 밉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해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감정을 무시하기에는 나도 소중하니까"라고 털어놨다.

▲유재석 김원희 최양락, 톱스타도 못 피한 폐지+하차 통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MBC '놀러와' MC를 맡았던 유재석과 김원희는 마지막 녹화 날까지도 제대로 된 폐지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유재석과 김원희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을 통해 '놀러와' 이후 12년만 재회했다. 유재석과 김원희는 '놀러와' 종영을 언급하며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프로그램이 마무리가 된 게 저도 당황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유재석은 "녹화 끝나고 집에 가려고 탄 엘리베이터에서 PD님이 '오늘 녹화가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PD님이 그때 많이 울었다"고 했고, 김원희는 "우리가 뭐 사실 인사할 곳도 없다. 근데 8, 9년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제대로 인사를 못 한 게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코미디언 최양락은 지난해 3월 방송된 '유퀴즈'에서 과거 14년 동안 진행한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DJ 자리를 떠날 때 속내를 공개했다.

최양락은 "의도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러날 때도 됐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섭섭했던 게 프로그램 개편을 하면서, PD가 바뀌었었다. PD와 우리 잘해보자고 술 한잔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다음날 프로그램이 없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양락은 "이 PD도 모르고 나도 몰랐다. 그게 좀 아쉽고 나의 책임도 있던 것 같고"라고 담담하게 전했다.

뉴스엔 하지원 oni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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