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도 몰라요···김신영 ‘묻지마 하차’ 미스터리[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3.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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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17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참여한 개그우먼 겸 방송인 김신영. 사진 KBS



작고한 故 송해 선생에 이어 KBS1 ‘전국노래자랑’의 9대 MC 김신영의 갑작스런 하차와 10대 MC 남희석의 발탁이 미스터리만을 남긴 채 돌발적으로 진행됐다.

KBS 측은 4일 오후 공식입장을 내고 ‘전국노래자랑’의 제10대 MC로 개그맨 겸 방송인 남희석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故 송해에 이어 젊은 에너지로 이끌어주셨던 김신영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에게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김신영의 하차 소식도 더불어 전했다.

이로써 김신영은 지난 2022년 9월 발탁 이후 1년 6개월 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역대 ‘전국노래자랑’ MC로만 따지면 송해(27년 7개월), 이한필(4년 9개월)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이지만 그 절차와 이유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있어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9월17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MC 발탁 기자회견에 참여한 개그우먼 겸 방송인 김신영. 사진 스포츠경향DB



김신영의 하차는 제작진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4일 오전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 관계자는 “제작진이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해 연락이 왔고, 지난주 인천 서구편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KBS 예능센터 한경천 센터장과 책임 프로듀서인 박지영CP 등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일반적인 출연자 교체는 연출PD의 제안으로 CP, 센터장 등의 재가를 받아 이뤄지는데 이는 센터장보다 더 윗선에서의 결정임을 방증하는 일이다.

김신영의 하차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만이 떠돌고 있다. 우선 최근 박민 사장 부임 이후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감원과 제작비 축소 기조가 거론된다. 실제 지난달 28일에는 특별명예퇴직 신청자와 희망퇴직 신청자 등 87명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앞서 KBS 이사회는 총 1101억원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2024년 종합예산안을 확정했다.

KBS 여의도 본관 사옥 전경. 사진 스포츠경향DB



하지만 연예인 MC의 후임이 또다시 연예인 MC인 남희석인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과연 제작비 절감을 위한 포석이 맞느냐는 것이다. 1991년 데뷔한 남희석의 경우는 김신영보다 훨씬 선배일 뿐 아니라 출연료에 있어서도 결코 김신영보다 수치가 낮지 않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되는 박민 사장 이후 예능 개편의 추세도 있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스타급들이 출연하는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 ‘홍김동전’을 비롯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역사저널 그날’ 등이 폐지됐다. 이들 역시 제작진이 폐지 소식을 모르거나 심지어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를 외부로 노출했다. 예능 프로그램 개편이 제작진과의 상의라는 ‘시스템’ 대신 회사 경영진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시청률 부진에 대한 책임론 역시 거론된다. 故 송해의 진행시절 ‘전국노래자랑’은 10%대의 시청률로 꾸준한 성과를 올렸지만, 김신영 투입 후 시청률은 최근 5~6%대(이상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김신영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지 않는 젊은 여자 MC인 이유 때문이라거나, 김신영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 받은 시계를 SNS에 자랑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4일 KBS1 ‘전국노래자랑’ 10대 MC로 발탁된 개그맨 겸 방송인 남희석. 사진 스포츠경향DB



남희석은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한껏 자세를 낮춰 “오버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남희석은 이날 ‘스포츠경향’에 “어려운 자리다. 제게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삼촌처럼 또 어른처럼, 어르신들에게는 조카처럼 중간에서 공감하며 진행하려 한다”고 했다. 또 급박하게 MC선임이 진행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아는 것은 후보 중 제가 한 명이었다는 사실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렇게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하나둘씩 단행되는 개편의 미스터리에 의문이 쌓이고 있다. 무엇보다 KBS의 외부 자극에 대해 저항하는 가장 큰 힘은 프로그램과 MC를 사랑하는 ‘1등 시청자’ 팬들의 불신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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