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기 포항북 민주당 후보 “육전칠기 중입니다” [총선 기획, 다른 목소리 ④회]

김윤나영 기자 2024. 3. 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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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북구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월27일 경북 포항 남송교차로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오중기 후보 제공.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경북 포항 북구 후보(56)는 총선만 네 번째 도전 중이다. 햇수로 16년. 경북도지사 선거 두 번을 합치면 큰 선거만 6번째다. 40세였던 오 후보는 어느덧 56세가 됐다. 지난 4일 수화기 너머 오 후보는 “왜 칠전팔기하면서 험지에 도전하냐”는 기자의 질문을 겸연쩍게 웃으며 받아넘겼다. “칠전팔기가 아니라 정확히는 육전칠기입니다.”

오 후보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경북 지역 토박이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상가에서는 ‘오씨 아들’로 통했다. 포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대구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86학번인 그는 학창시절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문민정부 들어 신문사에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정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역주의를 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의 집을 팔아서 선거 종잣돈을 삼아 고향으로 내려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북 포항북구에 출마했다. 첫 선거에서 득표율 5.79%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2016년 총선에서는 득표율이 12.71%였다. 두 배 이상 뛰었다. 몇 번의 고배를 거치면서 2020년 총선에서 31.38%까지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비록 16년 동안 낙마했지만 허송세월한 건 아니다”라며 “선거를 거듭할수록 할머니들까지 와서 손잡아주고 ‘애 많이 썼다, 이번에는 한 번 해야 안 되나’ 이런 덕담할 때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오 후보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경기 군포에서 3선을 하고 2012년 대구로 출마했을 때를 기억한다. 김 전 총리는 2012년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낙선 끝에 2016년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당 의원이 됐다. 그런 모습을 보며 희망을 키웠다. 오 후보는 처음부터 포항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조용히 패배해왔다. 낙선자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요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길을 나선다. 새벽에 장을 보러 오거나 새벽에 일하는 유권자들을 찾아다닌다. 아침 7시에 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포항 죽도시장에 가서 시민을 만난다. 점심에 지역 식당에 들르고 각종 행사도 찾아다닌다. 저녁에는 상가를 돌면서 밤 10시까지 시민들을 만난다. 집에 가면 밤 11시라 쓰러져 잔다.

시민의 냉대를 받을 때도 있다. 한번은 상가에서 한 어르신이 오 후보에게 “국회의원은 다 똑같아서 싫다”고 했다고 한다. 오 후보는 “저는 국회의원 한 번도 안 해봤으니 제발 시켜놓고 그런 말씀 하십시오”라고 답했다. 어르신은 못 미더운 듯 오 후보에게 “포항 놈 맞나?”라고 물었다. “맞습니다”라고 했더니 어르신은 맥주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찍어준다는 시민도 가끔 만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더 나은 미래로 가기를 원해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려고 한다.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오 후보는 16년간 인구소멸을 체감하고 있다. 대도시였던 포항에도 인구 50만선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 인구 50만명은 대도시를 가르는 기준이다. 매년 청년세대 수천 명이 외지로 일자리를 찾아 빠져나간다. 그의 주요 공약은 ‘지역내총생산 30조원, 인구 60만 시대’다. 15개 읍·면·동별 맞춤 공약도 냈다. 그는 정부·여당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공약을 냈을 때 “수도권 강화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라가 살려면 지방이 살아야 하는데, 국민의힘 현역 지역 의원들은 공천권 눈치 보느라 정부 정책도 제대로 비판 못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느낀다. 오 후보는 “시민들이 이재명 대표 체제하에서 민주당이 검찰독재만 비판하지, 민생을 위해 뭘 하고 있냐고 하더라”라며 “우리 당이 민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시민들에게는 그러한 노력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당이 180석 의석 갖고 정부가 하는 일에 태클만 건다”는 유권자들의 핀잔도 들었다고 했다.

오 후보는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17.15%포인트 격차로 이겼을 때도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해서 포항이나 경북권 지지율이 같이 따라 오르지는 않는다”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되레 위기의식을 느끼고 결집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경북 지역 민심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많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해 10월 이 대표에게 고향인 경북 안동 출마를 요청한 바 있다. 서울 종로 대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 돼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대선을 준비하고 총선을 관리해야 할 당 대표에게 온 힘을 다해도 이기기 어려운 안동에 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임 위원장이 오죽했으면 그런 요구를 했겠나”라고 말했다.

오 후보의 목표는 총선 승리다. 그는 “경북 도민과 포항 시민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에서 승리해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끝내는 길을 걷기 위해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시민들이 선택해주면 중간 평가를 받겠다. 한 번만이라도 포항의 정치지형,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를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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