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작곡가 이주형…느리지만 오랜 여운

조성진 기자 2024. 3. 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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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 CIC ‘모노트리’ 작곡가
태연 레코딩 보컬디렉터
태연 외에 엑소, 레드벨벳, 트와이스, 오마이걸, 2PM
권은비, 에이핑크, 위키미키, 아스트로 등 많은 가수 작업
발라드서 K팝 아이돌까지 다양한 곡쓰기
여러 번 반복‧음미해야 그 맛이 더해지는 음악세계
산들X효정X효진 ‘366일’ 작사‧작곡‧디렉팅
가장 빨리 쓴 곡은 엑소 ‘My answer’
가장 오래 걸린 곡은 태연 ‘Do you love me’
화성 좋은 곡에 비중두다보니 발라드 자주 써
“다크한 느낌의 격정적 곡도 쓰고 싶어”
“작곡가 소양 쌓는덴 ‘꾸준한 습작’ 가장 중요”
작업 스트레스 받을 땐 작업으로 정면 돌파
“60살 넘어도 부끄럽지 않은 현역 작곡가 되고파”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유명 작곡프로듀싱팀 '모노트리'의 이주형(41)은 태연, 엑소, 레드벨벳, 트와이스, 오마이걸, 에이핑크, 권은비, 백아연, 위키미키, 2PM, 슈퍼주니어, 인피니트, 아스트로, 온앤오프,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더보이즈 등등 많은 스타들의 곡을 작업한 국내 정상의 작곡가프로듀서다.

특히 '보컬지존' 태연과 곡 작업을 많이 했고, 7년 넘게 태연 녹음 전담 보컬디렉터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이주형 작곡가는 소녀시대 '베이비 베이비(Baby baby)' 등 몇몇 곡의 보컬디렉팅을 맡기도 했다. 소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태연과는 15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아티스트 요청으로 전담 보컬디렉터가 됐으니 이주형에 대한 태연의 신임이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지난 29일 발매된 WM엔터테인먼트의 'HELLO! WM'의 프로젝트 음원 '366'의 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366'B1A4 산들, 오마이걸 효정, 온앤오프 효진 등 WM엔터 소속 그룹의 메인보컬이 함께한 곡으로 이주형 작곡가는 작사·작곡 및 디렉팅 등 전 과정을 이끌었다.

오는 312일 발매 예정인 웬디(레드벨벳)의 미니 2집에도 보컬디렉팅을 맡았다.

예고한 바와 같이 이번 주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발라드에서 K팝 아이돌을 아우르는 '모노트리'의 이주형 작곡가를 만났다.

모노트리는 얼마 전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CIC(Company-In-Company, 사내독립기업)가 됐다. 뚝섬역 SM트레이닝센터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주형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과 스토리를 '아다지오' 식 잔잔한 어법으로 풀어냈다. 이주형의 작곡세계는 처음 들을 때 '와우~'란 임팩트강한 스타일이 아닌, 두 번 세 번 반복해 들어야 그 맛이 더해지며 여운도 오래 남는(마치 'Do you love me'처럼), 감성적인 곡쓰기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러한 음악 스타일이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평론가이자 기자이기에 앞서 '태연'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첫 대화도 태연으로 시작했다. 근거리에서 태연과 많은 시간 함께 작업하고 있는 작곡가이자 디렉터가 보는 시각이 궁금했다.

태연은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OST 중 조용필 원곡 ''을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곡은 기교보다는 진심이 필요한 음악이라 이 부분에 집중해 노래하려 했는데 태연은 너무 잘 불렀습니다. 겨우 반프로(1시간반) 만에 녹음작업이 끝날 정도로."

호원대 실용음악과 신연아 교수가 14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태연은 50이 넘어도 여전히 노래 잘할 것 같다"라고 극찬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주형 작곡가는 "태연은 나이를 먹으면 노래도 더 늘 거라고 본다. 더 깊이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주형 작곡가는 "어떠한 곡이건 태연이 노래하면 이렇게 불러도 좋고 저렇게 불러도 좋다""오히려 모든 걸 다 잘해서 그게 단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찬사다.

"태연은 이미 연습을 많이 해옵니다. (녹음에 앞서)철저히 준비하는 음악가죠. 그간 태연과 작업하며 한 번도 힘들게 한 적이 없습니다. 거의 한 프로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일 만큼. 아주 가끔 특정 곡의 한 글자 한 마디 정도만 다시 해보자는 정도가 유일합니다. 감정 연출 차원에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이 덜 나왔다고 여겨 그렇게 하는 것 외엔 거의 99% 한 방에 끝내죠."

"저는 작업실에 들어가 가수와 가벼운 농담을 하며 워밍업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서로 인사만 하고 바로 녹음에 들어가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이런 게 오히려 태연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간 이주형 작곡가가 작업한 태연 곡 중에선 'Do you love me''겨울나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겨울나무'는 예전에 어떤 영화를 보다가 'I am all ears'라는 대사에 끌려 가사에 인용했습니다. 영화 외에 가로수길 나무 등에서 힌트를 얻어 가사로 풀어낸 곡이죠."

'Do you love me'는 작곡가로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한 곡이다. 기억도 남다르다. 첫 부분 8마디는 마치 계시를 받은 듯 악상이 떠올라 금세 써 내려갔다. 그러나 이후부터 전혀 진행되질 않았다. 'Do you love me'는 처음부터 재지한 무드로 쓰고 싶었지만 이러한 느낌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즈 느낌을 더 내기 위해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쓰고 바꾸고 또 쓰고 바꿔가며 무려 1년 동안 한마디씩 완성해 간 곡이다.

이렇게 피를 갈아가며 쓴 'Do you love me'는 노력한 만큼 피드백도 빠르게 왔다. 곡을 보내고 단 이틀 만에 태연 측으로부터 "녹음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통상적으로 작곡가들의 피칭 후 해당 가수 측에선 빨라야 1주일 또는 한 달 정도가 지나 피드백이 오는 게 통상적이다. 그럼에도 이틀 만에 연락이 온건 태연 측에서도 그만큼 곡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작곡가들의 역대 피칭 사상 가장 빠르게 피드백이 온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주형 작곡가는 이 곡의 보컬 디렉팅까지 맡았다. 녹음은 금방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태연이 기대 이상으로 잘 불러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태연과 함께 작업해와서 그런지 태연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면 완성도가 더 좋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태연의 보이스엔 이러한 멜로디를 넣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상상하며 쓰게 되는 데 이러한 예상이 거의 다 맞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태연의 목소리를 그만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주형은 그간 태연이 발표한 모든 앨범 중에서 첫 번째 앨범을 남다르게 생각한다. 소녀시대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이주형 작업실.

발매 일주일째로 접어든 WM엔터테인먼트의 특별한 보컬 유닛인 산들X효정X효진의 '366'도 특별하다.

산들X효정X효진 '366'2023년 말에 작업이 끝났고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 곡에 대해 WM엔터 측은 초반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가사였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지만 이후 2024년이 윤달이란 걸 발견하고 발표 시점도 229일로 잡게 됐다. 이주형 작곡가는 처음부터 '366'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싶었는데, 윤년이란 변수가 강력한 응원군이 된 셈이다.

'366'을 쓰는데 2개월이 넘게 소요됐다. 써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시 쓰고 또다시 쓰고 하면서 수정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하는 후렴구가 떠오르질 않아 애를 먹었다. 후렴만 해결됐다면 더 빨리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평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장에 제목을 써놓는 버릇이 있는데 '366'도 이러한 습관으로 기록해 놓은 것이다.

'366'은 산들(B1A4), 효정(오마이걸), 효진(온앤오프)의 탄탄한 가창력과 감미로운 음색에 초점을 맞춰 1(효진)부터 2(산들), 3(효정)까지 주인공을 다르게 설정해 듣는 매력을 더해준다는 게 포인트다.

"산들-효정-효진 등이 지닌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발라드입니다. 음원이 나와 들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아티스트들이 훨씬 더 잘 불러줬기 때문이죠."

그간 이주형은 오마이걸 효정, 온앤오프 효진과는 작업을 해서 이들이 노래를 잘하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반면 B1A4 산들과는 이번이 첫 녹음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마이크를 통해 처음으로 산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 놀랐어요. 산들은 B1A4 활동을 마친 상태라 몹시 지쳐 있었고 목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들에게 '쉬었다가 하자'고 했지만, 오히려 산들은 '하다 보면 풀릴 것'이라며 바로 녹음에 돌입했어요. 산들의 말대로 노래를 하며 산들의 목 컨디션도 빠르게 회복됐고 더 멋진 보이스로 나오게 됐습니다."

"오마이걸이나 온앤오프는 각자 앨범에서 팝 성향의 발라드를 노래해 왔습니다. 따라서 아티스트들이 한국 정서를 표현하고 싶어 할 때 (오히려)좀 더 팝스럽게 변화를 주려고 했죠. 하지만 '366'에선 마음껏 그러한 (한국적)정서로 부르라고 했어요. 이번 곡은 완전한 한국형 발라드이기 때문이죠."

산들, 효정, 효진 모두 바쁜 스케줄로 인해 각자 따로 녹음해야 했다. 효정은 '모노트리'에서, 산들과 효진은 '둡둡 스튜디오'에서 레코딩 작업을 했다.

'366'에 대해 효진은 "평소에 하모니가 많이 들어가는 듀엣곡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했고, 효정은 "4년마다 찾아오는 소중한 그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들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산들은 "설렘 수혈이 필요한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지금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면 '366(366 Days)'과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작곡가 이주형은 곡 작업 진행이 잘 안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오히려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작업이 안될 땐 잠시 다른 걸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해결점(좋은 멜로디 등등)을 찾을 때까지 나오지 않고 씨름하는 것이다. "결국 엉덩이를 계속 붙이고 고민하면 나오게 됩니다. 이때의 희열은 말할 수 없을 정도죠."

산들X효정X효진 '366'도 이렇게 씨름하고 또 씨름하며 만든 것이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한 곡이 'Do you love me'(태연)라면 가장 빨리 쓴 곡은 엑소 'My answer'. 사연이 있는 노래다.

10여 년 전 한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차였다. 그 여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장문의 메시지를 썼는데, 문득 멜로디를 붙이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메시지를 쓴 직후 곡을 붙였는데 멜로디가 너무 잘 붙었다. 이렇게 해서 1~2시간 만에 완성된 곡이 엑소 'My answer'. 그러나, 곡으로까지 만들어 보냈는데도 여성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이주형 작곡가는 레드벨벳과도 여러 차례 작업했고 메인보컬 웬디 솔로곡 '초행길'도 작업했다.

"레드벨벳은 워낙 각기 개성이 다채로운 팀이다 보니 그룹일 때와 솔로로 나올 때는 입체감이 달라지니까 작업할 때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2021년에 발표한 웬디 첫 솔로앨범 'Like Water'에 수록된 '초행길'은 솔로로서의 웬디 장점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업했다. 가창력이 워낙 뛰어난 웬디 아니던가. 그래서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눴다.

이주형 작곡가는 '길치'. 어릴 때부터 한두 번 간 길을 찾지 못했다. 운전할 때면 항상 (길을)잘못 빠진다. 중부고속도로를 탈 때마다 특히 그렇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잘못 빠지고 있다고. '초행길'은 이러한 자신의 길치 경험을 곡으로 녹여낸 작품이다.

멜로디는 모노트리 소속 작가와 앉은 자리에서 금세 썼다. 가사 또한 자기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 길치이다 보니 관련 에피소드를 메모장에 기록해 둔 게 꽤 있었는데, '초행길'도 이 메모 중 일부를 활용해 만들었다. 자신의 실제 경험을 가사에 녹여낸 것이라 노래 또한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이주형은 작사와 작곡을 병행하고 있지만 처음엔 작곡만 했다. 작곡 분야가 탁월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 자신만의 경쟁력 차원에서 작사도 하게 된 것이다. 처음 한두 번 작사할 때부터 재미있었다. 그래서 계속 노랫말을 쓰게 됐다고. 그는 멜로디를 먼저 쓰고 거기에 가사를 붙인다. 많은 작곡가가 하는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악상, 문구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또는 길을 걸어갈 때 등 생활 속에서 얻고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우연히 한 갤러리 현수막에서 '풍경화를 읽는 법'이란 글귀가 보였다. 이 문구가 인상적이라 메모장에 '풍경화를 쓰고 싶다'고 적어 놓고 작업에 임했던 게 레드벨벳 '풍경화'. 이렇게 이주형은 10년 넘게 틈나는 대로 문구를 메모해오고 있으며 제목과 가사를 이 메모장에서 자주 활용하고 있다.

마스터건반 '스튜디오 로직'

이주형은 모노트리에서 신인작가 발굴을 맡고 있다. 신인작가 채용 기준이 궁금했다.

"물론 음악적인 면이 가장 중요하지만, 인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 일을)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중요해요. 따라서 신인 작가를 초이스해 일을 맡기고 얼마만큼 작업을 꾸준히 하는지 1년 정도는 지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함께 일하게 된 '모노트리' 작가가 현재 5~6팀입니다. '문교(조문교)', 제로베이스원을 작업한 '닐드', 최유리 OST를 작업한 인디 듀오 '워밋(warmit)' 등이 그들이죠."

"A는 음악적으론 탁월하지만 인성이 별로, B는 음악성은 좀 약하지만 인성은 뛰어나다 일 경우 둘 다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양쪽을 다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조율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방금 언급한 몇몇 작가들은 이 둘을 확실하게 갖춘 음악가들이죠."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잘하지만,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이곳은 실패해도 계속 시도해야 하는 분야라서 '꾸준히'라는 마인드가 중요해요. 마음의 상처를 쉽게 받는 사람들은 중도에 멈추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죠."

글로벌화에 맞춰 '모노트리'에선 그간 한 번도 하지 않던 해외 작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이제 두어 명 정도 함께 하게 됐다. 영어로 노래할 수 있는 해외 작가들 위주로 많이 찾고 있으며, 따라서 좀 더 팝스러운 느낌으로 발전시켜 줄 수 있는 탑라이너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한 기존의 모노트리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해외 작가들만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4년 넘게 애용하고 있는 아폴로 X4

이주형 프로듀서작곡가가 작업실에서 애용하는 장비 중 첫 번째는 아폴로 X4. 유니버설오디오(UA)의 아폴로X4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대표하는 기기로 녹음할 때 꼭 필요한 UAD플러그인이다. 그는 4년 넘게 아폴로X4를 애용하고 있다.

마스터건반은 스튜디오 로직(STUDIO LOGIC)으로 2년째 사용 중이다. 한번 사용해볼까 하고 구입했는데 특유의 건반 터치감이 너무 좋아 이제 이걸 고집하고 있다. 이전까진 코르그 크로노스(KORG KRONOS)를 사용했지만, 이 기기의 맛을 알고부터 크로노스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코르그 크로노스는 음원 소스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워낙 다양한 소리가 내장돼 있으므로 필요한 소리를 여기에서 꺼내고 있는 것.

베어풋(Barefoot) MM45 스피커.

모니터링 스피커로 암피온을 사용하다가 베어풋(Barefoot) MM45로 교체했다. 어디에서건 흥이 나게 좋은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소리 힘이 세고 룸을 많이 타지 않으며 신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하죠. 제가 하고 있는 발라드나 미디엄 음악엔 암피온이 잘 맞지만 '송캠프' 등 여러 명과 작업하며 흥을 돋울 때 베어풋 스피커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래전 동아방송예술대에서 전공 실기를 2~3학기 강의한 적이 있다. 막상 해보니 강의라는 게 체질에 잘 맞지 않아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작곡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작곡을 얼마만큼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 관심이 얼마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세요. 이제 작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는 건 이미 유튜브에 다 나와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창작에 대한 욕구가 얼마만큼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멋진 곡을 써야겠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쉬지 않고 꾸준히 곡을 쓰고 또 쓰는 게 중요합니다. 쉬지 않고 꾸준히 습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 음악만 듣지 말고 예전의 음악에도 관심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 음악이 좋았으면 왜 좋았는지 그 흐름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마세요."

코르그(KORG) 크로노스

"갈수록 K팝이 탁월한 음악으로 주목받으며 전 세계의 작가들이 한국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너무 잘해서 놀라곤 해요. 잘하는 작가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한 곡에서 여러 작가가 협업하는 게 트렌드처럼 되고 있어요. 여러 명이 작업하면 스트레스가 분산돼 좋은 것 같습니다. 각 분야에 재능이 있는 작가들이 각 특장점을 발휘해가며 곡에 녹여내기 때문이죠."

"현재의 K팝은 계속 이 분위기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는 가운데 새로운 걸 찾으며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이주형 is -----------------------------------------------

1983년 서울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남. 동생은 회사원. 10대 때부터 작곡가가 되고 싶었다. 김동률, 나원주, 토이 등을 좋아하며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 그때부터 현재까지 롤모델은 나원주. 잠깐 림프비즈킷에도 심취했지만 브라이언 맥나이트 등 화성 구성이 좋은 보컬에 더 끌리게 되며 현재에 이름. 여주대 실용음악과 1학년 마치고 육군(박격포대대) 입대. 재학 중 LG 등 몇몇 휴대폰 회사의 벨소리 제작 및 게임음악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 정기 공연을 위해 쓴 R&B 발라드 '블루문'이 생애 처음 쓴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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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작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투리아 미니랩'.

이주형의 일상은 점심 무렵 12~1시에 기상, 2시까지 회사 출근, 새벽 3~4시까지 작업 후 퇴근이다. 건강관리 차원에서 피트니스센터 등록을 했지만 일이 많아 자주 가진 못한다. 한때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으며, 지금은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다.

아직 미혼이다. 퇴근 후 집에서 한 잔의 술과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천천히 오래 마시는 타입이다. 한번 본 드라마영화는 다시 보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접하는 걸 선호한다. 최근 넷플릭스 '살인자 ㅇ난감', 디즈니+(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등을 재밌게 봤다.

"로맨스보다 스릴러, 액션 느와르 타입을 좋아합니다.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이죠. 그래서 주변에선 발라드 노래를 많이 쓰는 사람이 왜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 영화는 싫어하느냐며 특이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저로선 온전히 쉬고 싶은 욕구. 쉬려고 드라마를 보는 건데 거기에서조차 사랑 이야기가 나오면 방해받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휴식'이란 마인드가 확실한 그는 그 때문에 집에선 음악을 듣지 않는다. 작업실로 출근해서 음악을 트는 정도. 최근 J팝 밴드 히게단(오피셜히게단디즘)을 즐겨 듣고 있다.

수입 중 지출은, 음악 장비 외에 PC(맥 신형이 나온다거나)등 기기 쪽에도 많이 하는 편이다.

"발라드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항상 화성이 좋은 곡 위주의 노래를 쓰려다 보니 발라드 스타일에 좀 비중이 커진 정도랄까요. 재즈 타입의 발라드에서 이제 클래식 타입의 발라드를 써보고 싶어요. 좀 더 다크한 느낌이 나고 격정적인 표현도 해보고 싶습니다."

"작곡가란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60살이 되어서도 '저 사람 아직도 작곡하고 있네'란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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