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러운 미니빔·안마기·가습기… ‘빌려서’ 나 혼자 산다[서울인사이드]

이정민 기자 2024. 3. 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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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인사이드 - 성북구 ‘1인 가구 물품대여 서비스’ 인기
대학교·상권 많은 특성상
나홀로 가구의 비중 높아
성북구 인구 3분의1 넘어
노트북 · 스피커로 시작해
차량용청소기 · 캐리어 등
총 28개 품목 80개 물품
“다양한 1인가구 형태 연구
필요한 물품 아낌없이 지원”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청년공간 동선이음’에 마련된 1인 가구 물품대여 서비스 물품 보관소에서 성북구청 직원이 대여 물품을 수령하기 위해 찾은 1인 가구 청년에게 종아리 마사지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성북구청 제공

“혼자 사는 주거 공간에 이것저것 놓을 공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한두 번 사용하기 위해서 구매하기 애매하거나 망설여지는 생활용품을 대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서울 성북구가 지난해 시작한 ‘1인 가구 물품대여 서비스’에 대한 1인 가구의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 성북구 동선동 ‘청년공간 동선이음’에 마련된 한 공간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른쪽 선반에 가지런히 정돈된 여행용 캐리어와 무선청소기, 가습기 등이 눈에 들어왔다. 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1인 가구 물품대여 서비스를 위한 물품들이었다. 이날 여행용 캐리어를 대여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20대 여성 직장인은 “성북구 동선동에 거주하고 있는데, 다른 구에 사는 친구들에게 ‘성북구에선 물품대여 사업을 한다’고 말하면 모두 부러워한다”며 1인 가구 물품대여 서비스에 만족감을 표했다.

성북구는 자체 구의 인구 특성을 반영해 1인 가구 주거 특성상 보관하기 힘든 큰 짐이나 직접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물건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1인 가구 지원정책 중 하나로 시작했다고 서비스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구에 따르면 성북구는 타 자치구와 비교해 대학교와 상권이 많아 1인 가구 비중이 구 전체인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실제 1인 가구 물품대여 서비스도 청년 1인 가구 이용 비율이 높다고 한다.

구는 이 사업을 지난해 7월 20일 청년공간 동선이음에서 정식으로 시작했다. 지역 청년들이 공유부엌·회의실·모임방 등으로 구성된 청년공간 동선이음을 많이 이용하는데, 청년 중 1인 가구가 많아 이곳을 사업 시작지로 정했다는 것이 구의 설명이다. 구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희망하는 물품 수요를 파악, 노트북, 스피커, 보조배터리, 미니빔, 침구소독기 등을 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여 품목을 다양화해 전기히터, 폴라로이드카메라, 목어깨안마기, 차량용 청소기, 가습기, 인덕션, 종아리마사지기 등 신규 품목도 추가하면서 총 28종 품목의 80여 개 물품을 보유하고 있다. 어쩌다 한번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갖고 있으면 생활 만족도가 커지는 물품들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서비스 이용 건수도 점차 늘고 있다.

1인 가구 물품대여소가 있는 서울 성북구의 ‘청년공간 동선이음’. 성북구청 제공

구 관계자는 “여행하기 좋은 봄과 가을철에는 1인 가구 구민들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여행용 캐리어 예약률이 높은 편”이라며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28인치 캐리어 3개를 추가로 갖추는 등 구민 생활에 밀접한 생활과 여행 관련 대여 구성품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에 따르면 인기 대여 품목 순위는 △미니빔 △여행용 캐리어 △침구살균청소기 △폴라로이드 카메라 △유명 브랜드 헤어 스타일러 순이다.

주민등록등본상 관내 거주하는 1인 가구라면 누구나 필요한 물품을 대여할 수 있다. 성북구 홈페이지에 가입 후 최초로 물품 대여를 신청할 때 등본 또는 행정정보공동이용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홈페이지에서 대여를 신청하고 신청 승인이 되면 청년공간 동선이음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방문해 대여료 1000원을 계좌 이체한 후 물품을 빌릴 수 있다. 대여 기간은 1주일이다. 물품은 품목별로 3∼5개가 구비돼 있어 해당 물품의 다음 예약자가 없다면 1000원을 추가로 낸 뒤 대여 기간을 최대 1주일 연장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물품을 반납하고 대여할 때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소독하는 등 물품 관리에도 꼼꼼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물품 대여는 당일은 불가능해 필요한 날로부터 최소 1일 전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는 추가 물품 구매를 위한 수요조사를 상시 진행해 반기 별로 물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구는 최근 주거형태 변화 추세에 따라 더 많은 1인 가구가 지역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맞춤형 정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구는 현재 물품대여 서비스 외에도 청년 1인 가구 동아리 활동 지원 프로그램, 1인 가구 커뮤니티 공간 ‘월곡 씽글벙글 사랑방’ 등 1인 가구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구는 향후 ‘1인 가구 지원센터’(가칭) 개관을 추진하는 등 더욱 내실 있고 전문적인 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아울러 신규사업을 위한 타 기관 벤치마킹, 1인 가구 생활 실태조사, 설문조사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의견을 듣고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를 끊임없이 연구해 각 가구가 성북구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만족도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변화하는 욕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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