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호감도 높아도 히트 쳤다...中流의 역습 부른 두 가지

김보경 기자 2024. 3.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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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비호감도는 높은 가운데, 중국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며 중국의 문화 자산이 국내로 스며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답한 한국인은 14.8%로 조사될 만큼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낮았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낮은 호감도와는 무관하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발(發) 문화 자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제작하고, 생산하는 콘텐츠와 공산품의 질이 크게 높아진 것에 따른 변화로 관찰된다.

문화콘텐츠 중에는 중국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고 있다.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드라마 시청자 수와 시청시간은 매달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웨이브에서 서비스되는 중국드라마 시청 시간은 전월 대비 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시청자 수도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웨이브 전체 해외 시리즈 중 중국드라마가 차지하는 시청 시간 비중은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중국드라마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와 '창란결(蒼蘭訣)' 포스터/중국 OTT 유쿠(Youku), 아이치이(Iqiyi) 인스타그램

최근 중드의 인기는 기존에 중드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낮았던 중년 여성들이 견인하고 있다. ‘중드’를 즐겨보고 있다는 황모(46)씨는 “중국 드라마는 스케일이 다르고, 장르도 다양해서 좋다”며 “지난해에 방영된 ‘장월신명(长月烬明)’처럼 첫 장면부터 화려한 CG효과가 몰아치고 작중 판타지 설정이 흥미진진해 눈 뗄 수 없이 몰입해서 봤다”고 했다.

‘중드’ 시청자들은 중드가 중국이란 국가에 대한 이미지와는 무관하고, 오히려 중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주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52)씨는 “‘중국’ 하면 인권 탄압이나 사회주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비호감”이라면서도 “그와 별개로 작품을 이것저것 찾아 보다 보니 무협 드라마까지 보게 됐다”고 했다. 4~5년째 중드를 애청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거주 30대 직장인 여성 송모씨는 “중드에 들어가는 CG도 이전처럼 어색하지 않다”며 “2022년에 방영된 ‘창란결(苍兰诀)’을 보고 중국 드라마가 얼마나 질적으로 성장했는지 느꼈다”고 했다. 송씨는 “‘중국’ 하면 위구르족, 홍콩 등 주변을 모조리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야욕을 드러내며 연임하는 시진핑 주석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갖는 그런 이미지와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3월 30일 발표한 ‘중국 콘텐츠 산업 동향: 중국 드라마 산업, 22년 결산과 2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35년 문화 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고품질 고효율’ 기조를 중심으로 중국 드라마의 제작 환경을 지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3년 동안 정부적인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부문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결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즈(Flowerknows) 제품 사진/플라워노즈 SNS

중국 화장품 브랜드도 국내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특히 중국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가 ‘궈차오(国潮·중국인들이 자국 제품을 구매하려는 애국 소비 성향)’를 타고 크게 성장한 후, 쉬인·타오바오·알리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노출되면서 저렴한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김주덕 교수는 “싼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던 중국 화장품이 최근엔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독특한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중국 하면 가장 먼저 중국발 미세먼지나, 김치나 한복을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자신들 것이라고 하는 태도, ‘사드 보복’ 등 부정적 키워드가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즈(Flower Knows)’의 제품을 보고 감탄했다”며 “거대 자본으로 밀어붙여 만들어낸 정교하고 개성적인 디자인 때문에, 평소 중국에 대한 비호감 인식으로 구매하지 않던 중국 화장품에 대한 소장 욕구가 생겼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화장품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지난달 초에 출시한 하이라이터 제품이 ‘플라워노즈’ 패키지 디자인을 표절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 브랜드가 ‘스타일난다(3CE)’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상표나 제품 디자인을 표절해 비판 받곤 했는데, 반대 사례가 생긴 셈이다.

한편 중국 문화콘텐츠의 국내 인기 현상에 대해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정치, 역사, 문화 등 분야별로 나누어 인식을 달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이라는 나라를 대할 때도 여러 분야를 종합해 하나로 생각하기보다는 주제별로 나눠서 대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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