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낙태의 자유'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미국과 반대 방향

김하늬 기자 2024. 3. 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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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여성의 임신 중지(낙태)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상·하원은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고 여성의 임신 중지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임신 중지가 합헌이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지만, 프랑스가 이를 헌법에까지 명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에서의 낙태권 후퇴 움직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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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프랑스 상·하원이 낙태 자유 보장을 담은 헌법 개헌안을 가결하자 파리 에펠탑에 '마이 보디 마이 초이스(my body my choice·내 몸이니 내가 선택한다)'는 슬로건에 불이 들어왔다. 2024.3.4. /AFPBBNews=뉴스1

프랑스가 여성의 임신 중지(낙태)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한다. 낙태를 합법화한 지 약 50년 만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상·하원은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고 여성의 임신 중지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표결에는 양원 전체 의원 925명 중 852명이 참여했고 찬성이 780표, 반대가 72표였다. 개헌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의결 정족수(512명)를 뛰어넘는 압도적 찬성이었다.

이날 개헌으로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랑스의 자부심,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열어 개헌을 축하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는 1975년 이른바 '베이유법'으로 불리는 임신 중지 허용 법안을 통과시킨 뒤 그 범위를 임신 10주 이내에서 점차 14주 이내로 넓혀왔다. 프랑스 정부는 임신 중지를 건강보험으로도 100%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2년 기준 23만4300건의 낙태가 시행됐다.

임신 중지가 합헌이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지만, 프랑스가 이를 헌법에까지 명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에서의 낙태권 후퇴 움직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 약 24주까지 임신 중지를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이후 올해 초까지 전국 21개 주에서 사실상 낙태를 금지했다.

프랑스 중도, 진보 진영과 여성계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기 위한 개헌안이 다수 발의되기 시작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지난 1월 헌법 제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개헌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고 이는 두 달 만에 의회를 통과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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