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값 떨어지면 안돼" 지역이기주의 이용된 GTX
[편집자주]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도한 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자와 개인이 특혜를 받아 이익을 올린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공공주도 개발사업의 메리트는 수익 대비 높은 안정성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공공사업은 공사비 미지급 리스크가 없고 에스컬레이션(물가 변동에 따른 사업비 조정)이 쉽다. 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공공개발로 눈을 돌려 수익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공공성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공공성을 위장한 사업계획이나 개인 재산권을 명분으로 내세운 보상 요구가 지나친 규제 완화를 불러온 반면 지역민 등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1) 민간 시행사 먹잇감 전락한 '그린벨트 해제'
(2) "LH 토지보상, 개인 토지주와 건설업체 이익 늘려"
(3) "내 집값 떨어지면 안돼" 지역이기주의 이용 G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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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2022년 B 노선 시설사업기본계획(RFP) 고시 당시 사업신청자로 하여금 신설구간과 기존선 공용구간에 한해 추가 역 설치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제반 비용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공사 기간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청학역과 함께 거론된 송도역은 현재 수인분당선이 통과하는 곳으로 신규 역사 공사 없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천발 KTX 정차도 예정돼 있다. 2025년부터 경강선 KTX가 송도역을 지날 예정이라 환승 편의성도 제고된다는 것이 옥련동 주민의 입장이다.
두 자치구 주민들은 그동안 열린 B 노선 관련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에서 수차례 충돌했다. 한 청학동 주민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B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보면 청학역도 추후 신설이 가능하다고 명시됐고 이대로 착공하면 되는데 노선을 송도역으로 틀면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반면 자신을 옥련동 주민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송도역에 KTX가 들어오고 인근 개발 계획도 많은데 GTX까지 들어오는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 좋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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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C 노선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며 청량리역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기존 10개 역 외에 왕십리역과 인덕원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입찰제안서에 포함한 데 이어 국토부도 긍정 검토한단 사실이 알려져서다.
당초 C 노선은 청량리역에서 성동구 성수동을 지나 삼성역으로 연결될 계획이었으나 성수동 노후 주거지 통과시 보상비를 둘러싼 잡음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다.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국토부가 기존 신분당선 노선을 타고 왕십리역 지하를 거쳐 삼성역에 도달하는 방안을 제기함에 따라 노선이 일부 변경됐다.
당시 청량리역 인근 주민들은 정차역이 늘어날수록 GTX 속도가 느려져 '완행열차' 수준이 될 것을 우려했다. 청량리역에서 불과 2.3㎞ 떨어진 왕십리역에 다시 한 번 정차하면 그만큼 공사 기간이 늘고 개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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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C 노선 입찰제안서에 언급되지 않은 의왕시도 의왕역 추가 신설을 추진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국토부는 2021년 경기 의왕·군포·안산 지구 신설과 동시에 마련한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의왕역 정차를 사실상 확정했다.
노선 연장을 요구했던 동두천시도 시민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적극 행정에 나섰다. 지난 1월 국토부가 '전국 GTX 시대' 발표와 함께 C 노선을 동두천시까지 연결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경기도와 상생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이 또한 확실시됐다.
GTX 추진과 역사 신설을 사이에 둔 주민 반발의 이면에는 집값이 있다. 지하철역이 집 근처에 신설되는 것을 큰 호재로 여기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핌피'(지역 이기주의)가 수면 위에 드러나는 셈이다.
2020년 경기연구원은 향후 GTX 개통에 따라 경기 아파트 가격이 3.3㎡당 약 165만원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기준 하면 최소 4200만원 이상 인상이 가능하단 얘기다.
지난 1월 정부가 GTX 연장 발표를 한 이후 해당 지역들의 집값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1월 한 달 동안 강원 아파트 평균 가격은 0.70% 하락했고 춘천과 원주만 오름세를 보였다. 평택 아파트 가격도 1월 넷째 주부터 2주 동안 0.0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 평균 집값은 0.77%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정부의 명확한 판단 기준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주장대로 의견을 다 수렴할 수 없고 예산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GTX 예상 사업비는 38조6000억원으로 이미 막대한 비용이지만 최근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를 감안해 실질 사업비는 예상을 넘길 것"이라며 "신설노선 개통은 목표보다 훨씬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하철은 지역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주택가격을 올리는 선호시설이라는 점은 맞다"면서 "GTX 역세권으로 기대되는 지역의 아파트값은 일반 주택가격 상승의 수준을 넘어선 곳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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