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여성의 '낙태 권리' 명시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4일(현지시간) 프랑스 헌법에 여성의 낙태 권리를 명시하는 헌법 개정안을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승인했다고 AP, BBC 등이 보도했다. 이로써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낙태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국가가 됐다.
이날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소집된 합동 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780 대 72로 가결 처리했다. 낙태는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1975년부터 합법화됐다.
이번 투표로 옛 유고슬라비아가 1974년 헌법에 명시한 이후 프랑스는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가진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세르비아는 2006년 헌법에 "모든 사람은 출산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시한 개정안이 이날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자, 의회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고 많은 여성 의원들은 활짝 웃으며 환호했다.
하원과 상원은 이미 프랑스 헌법 34조를 개정하는 법안을 채택해 "법으로 여성이 낙태의 자유를 행사하는 조건을 결정하고,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보편적인 메시지"를 보낸 "프랑스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낙태 반대 단체들은 바티칸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변화를 강하게 비난했다고 BBC가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합법화됐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5%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다른 나라들은 헌법에 생식권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낙태가 보장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이날 역사적인 투표에 앞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베르사유궁전에서 열린 합동 회의에 모인 925명의 양원 전체 의원들에게 프랑스를 여성 인권의 선두주자로 만들고 세계 각국의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모범이 될 것을 촉구했다.
아탈 총리는 "우리는 여성들에게 도덕적 빚을 지고 있다"면서 1975년 프랑스에서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옹호한 저명한 의원이자 보건부 장관을 역임한 페미니스트였던 시몬 베일에게 경의를 표했다.
아탈 총리는 "우리에게는 역사를 바꿀 기회가 있다. 시몬 베일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그는 낙태할 권리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모든 여성들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고 아무도 당신을 위해 결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원은 지난 1월에 여성의 낙태 권리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했고, 상원은 2월 말에 그 법안을 채택함으로써, "낙태를 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들겠다고 약속한 마크롱 정부의 입법을 위한 주요 장애물을 제거했다.
해당 법안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합동회의에서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프랑스 극우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마린 르펜 의원이 소속된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보수적인 공화당을 포함해 의회에 진출한 프랑스의 주요 정당 중 어느 정당도 낙태 권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이전 양원 투표에서는 낙태권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표를 던졌다.
헌법 개정안에 대한 의회 표결이 끝난 후, 파리의 에펠탑은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축하의 의미로 조명이 점등됐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회 내 우파들의 저항이 실현되지 못한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을 선거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개정안이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법안의 명분을 이용해 그의 좌파 적격성을 높이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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