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민석•곽상욱 이전투구, 오산시민 부끄럽다

경기일보 2024. 3.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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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오산 독산성 발굴조사 성과 시민 공개발표 현장에서 안민석 의원과 곽상욱 당시 시장. 경기일보DB

 

탈락한 이신남 예비후보가 이렇게 밝혔다. “전략공천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힘이 미치지 못했다…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 경쟁했던 후보에 대한 평가도 훈훈했다. “20년 국회의원, 12년 시장을 지낸 분들과 견줘 분에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SNS에 밝힌 경선 탈락 수용 발언이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패배 인정의 글이다. 그럼에도 오산지역에서는 아주 신선한 선언으로 다가온다. 다른 두 명의 예비 후보와 비교돼서다.

오산시 민주당은 지금 내전(內戰) 중이다. 일찍이 본 적 없는 막장 비방전이다. 그 중심에 ‘20년 국회의원’과 ‘12년 시장’이 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오산을 전략지역으로 의결했다. 5선의 안민석 의원이 컷 오프됐다. 나머지 후보군 간의 경선 기대가 있었다. 곽상욱 전 오산시장, 이신남 전 청와대 비서관, 조재훈 전 경기도의원 등이다. 하지만 공심위는 차지호 카이스트 대학원 교수를 공천했다. 낙천자들의 난타전이 시작됐다.

선공은 안 의원이었다. 특정인의 도덕성 문제 때문에 경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 공관위 결정을 전하면서 “‘곽상욱 후보가 도덕성 문제가 있다(공관위 박병영 대변인 브리핑 2.28)’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곽상욱의 도덕성 문제로 오산시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한 결과는 재고돼야 마땅하다’고도 했다. 그동안 안 의원 주장에도 ‘도덕성 문제 있는 인사’가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당사자를 곽 전 시장으로 특정한 건 이례적이다.

곽 전 시장의 반박도 거칠게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SNS를 통해 안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지역의 5선 정치인의 막말, 과오 등 그동안 자행한 비열한 공작정치가 당초 경선 결정에서 전략공천지역으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투서와 가짜뉴스 유포 등 온갖 저열한 방법과 허위사실로 저를 음해해 온 안 의원 측의 추악한 권모술수가 초래한 최악의 자승자박”이라며 맹비난했다. ‘막말’ ‘과오’, ‘비열’ ‘공작’ 등 사실상 욕설 직전의 표현이다.

공천 탈락과 비판은 곳곳에 즐비하다. ‘사당화(化)’, ‘연산군’ 등 표현의 강도도 높다. 하지만 작금의 오산 상황과는 정도에서 차원이 다르다. 듣기 민망한 ‘도덕성’이 막 거론된다. 독재 시대 언어인 ‘공작 정치’가 막 튀어나온다. 적과의 본선도 아닌 아군 간 예선이다. 관록의 정치 5선과 행정 3선으로 함께했던 동지였다. 12년의 긴 시간을 지역에서 함께했던 지도층이었다.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그런 둘이 벌이는 초유의 악다구니다.

싸움 자체가 ‘부도덕’이고, 언쟁 자체가 ‘막말’이고, 비방 자체가 ‘공작’이다. 혹시 이러고도 미래 정치를 꿈꿀 수 있다고 보나. 이러고도 오산 정치에서 맡을 역할이 남았다고 보나. 많은 시민들이 이 싸움을 차곡차곡 채증(採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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