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악의 뎅기열 위기 맞았다…왜?

한건필 2024. 3. 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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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족과 도시화 속도 못 따라가는 공중위생 문제에 발목 잡혀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 성장 같은 요인이 올해 이미 최소 214명의 사망자를 낸 뎅기열 급증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에서 뎅기열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024년 첫 두 달 동안 모기가 매개하는 이 질병이 100만 건 이상 신고됐다. 이는 남반구에서 여름에 해당하는 이 기간 역대 최대 기록으로 브라질의 뎅기열 환자 수는 보통 3월~5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 성장 같은 요인이 올해 이미 최소 214명의 사망자를 낸 뎅기열 급증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브라질은 뎅기열에 대한 대중의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작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대대적 백신 접종 캠페인에도 뎅기열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백신 공급 부족과 도시화 속도롤 따라가지 못하는 공중위생문제 때문이라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최근 보도했다.

뎅기열은 덥고 습한 환경에서 번성하는 이집트숲모기가 폐타이어부터 꽃병까지 온갖 곳에 고인 물에 알을 낳아 전염시키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이 질병은 발열과 몸살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내출혈과 사망에 이르게 하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온 상승은 한때 이집트 숲모기에 너무 추웠던 브라질 최남단 지역으로 질병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브라질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의 바르바라 발렌테 전연병 연구원는 2023년 중반에 발생하여 최소 4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엘니뇨현상으로 더위와 강우량이 심해져 뎅기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급증의 원인은 기후뿐 아니다. 미국 하버드 T H 챈 공중보건대의 마르시아 카스트로 교수(공중보건학)는 "브라질의 도시가 성장하면서 모기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위생 시설이 브라질 도시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수돗물을 정기적으로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장한 물과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이 곤충들의 번식지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집트숲모기가 불리한 조건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브라질 라브라스연방대의 호지아나 바르산테 교수(기생충학)자는 말했다. 그는 "예전엔 이집트숲모기 서식지가 아니던 곳에서 유충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모기는 깨끗한 물에서 번식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현재는 웅덩이와 하수구에서도 번식 가능하다.

자연 면역이 제한된 점도 급증에 기여하고 있다. 뎅기열은 DENV-1, DENV-2, DENV-3 및 DENV-4의 4가지 바이러스 아형에 의해 발생한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몇 년 간 DENV-1, 과 DENV-2 우세했으나 최근 들어 DENV-3 및 DENV-4가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 브라질인들은 익숙치 못한 이러한 아형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브라질 공중보건시스템은 일본 다케다 제약의 큐뎅가(Qdenga)라는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뎅기열 증상에 대한 큐텡가의 효능은 73%나 된다. 하지만 DENV-3보다 DENV-1과 DENV-2에 대해 더 유망한 결과가 나왔다. DENV-4의 경우 효능 데이터는 확정적이지 않다.

백신의 대중적 보급은 현재 521개 도시로 제한돼 있다. 전체 브라질 지자체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브라질 보건 당국은 이를 14세까지 어린이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는 10세와 11세에 머무르고 있다. 10세와 11세는 백신이 승인되지 않은 노년층을 제외하고 입원 위험이 가장 높은 연령대다. 브라질 마토그로수두술연방대의 아나 루시아 데 올리베이라 교수(역학)는 "백신 접종자가 이렇게 제한되다 보니 백신을 접종한 소수의 사람만 보호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다케다 제약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용량을 확보했지만 자체 제조량의 한계로 인해 백신 접종자 확대가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큐뎅가는 2회 접종이 필요한데 그 사이에 3개월의 간격이 필요하다는 점도 난국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스트로 교수가 "백신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대신 현재 브라질의 부탄타 생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새로운 백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새로운 백신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1회 투약으로 80% 예방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DENV-3 및 DENV-4에 대한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또다른 뎅기열을 예방법으로 모기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능력을 줄이는 볼바시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유전자 변형 모기를 퍼뜨리는 방법도 있다. 브라질의 여러 도시에서 변형 모기들이 방사되었고, 그 결과 뎅기열 환자가 지역적으로 감소했다.

작년에 세계 모기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비영리 단체는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과 협력해 향후 10년 동안 브라질의 많은 도시 지역에 변형 모기를 방사하기 위해 거대한 모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건설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계획은 올해 말까지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발렌테 연구원은 기본적인 위생 문제를 해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과 적절한 폐기물 수집을 포함한 적절한 주택 조건이 제공돼야 브라질에서 방치돼 왔던 질병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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