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보면서 우울증 치료 중"…의사도 인정한 '효과'
푸바오 가진 '베이비 스키마'…심리치료 효과 유도
전문가 "충분히 동물치료 효과가 발생한 사례" 분석
"일상에서 우울함을 극복할 방법으로 '푸바오'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위로를 준 에버랜드 '슈퍼스타' 푸바오가 대한민국 관람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판다 외교 정책에 따라 오는 4월 중국으로 반환할 준비를 해야 해서다. 이 가운데 푸바오가 각종 질환 등을 앓은 환자들에게까지 도움이 됐다는 사연이 전해져 눈길을 끈다.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푸바오의 '귀여움'과 '순진함'이 주는 심리적 위로 컸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 24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도 "푸바오가 얼마나 인기 있냐면 실제로 '푸바오 멍'을 때리면서 일주일에 5, 6일 (푸바오가 생활하는) 판다월드에서 기거하시는 분도 있다"며 "불면증이나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푸바오를 만나서 힐링이 됐다는 분들도 많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온라인상에서도 푸바오를 보며 치료했다는 사연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공황장애 환자는 "사람 많은 곳을 꺼리는데 푸바오를 보러 에버랜드에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고 했다. 암투병 환우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푸바오는 일종의 '치료제'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한 암환자는 "암투병 후반기에 마음이 힘든 시기가 많았는데, 푸바오를 보고 웃음이 많아지면서 힘든 걸 잠시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주기적으로 정신의학과에 내원하고 있다는 직장인도 "의사에게 푸바오 영상을 보면서 그래도 힐링한다고 하니, '푸바오를 많이 보세요'라는 처방을 내렸다"며 "푸바오 영상을 보는 건 누구에겐 사소할 수 있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내게는 푸바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치료가 된다. 우울증 치료제로 푸바오 영상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뇌와 심리는 귀여운 것을 보면 반응하며, 이를 통해 스트레스 감소, 기쁨 증가, 사회적 유대감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한다. 어떤 형태로든 특정 대상과 애착과 교감을 나누면 기쁨에 관련된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 행복감을 비롯한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촉발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해 행복감으로 이어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푸바오가 가진 '베이비 스키마'가 심리치료 효과를 유도했다고도 분석했다. 베이비 스키마는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인 콘래드 로렌츠가 1943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인간의 아기가 가진 전형적 신체적 특징들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대표적으로 ▲동그란 얼굴 ▲크고 똘망똘망한 눈 ▲짧고 통통한 팔다리 ▲작고 뭉툭한 코 ▲뒤뚱거리는 움직임 등이 해당하는데, 이 특징들이 푸바오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2009년 진행된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베이비 스키마의 특성을 강하게 가진 대상을 볼 때 두뇌의 안와전두피질이 활성화됐는데, 이 자극이 아기를 보살피거나 아기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베이비 스키마가 본능적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푸바오는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털이 많아서 분명히 귀여움에 대한 본능을 자극하는 특징이 있다"며 "푸바오가 사육사 옆에서 놀고 아이처럼 장난치는 모습 등 둘의 깊은 유대감을 관찰한 사람 중에서는 유년 시절 조부모와 자신의 관계를 회상하며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관계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푸바오가 마치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반려동물'처럼 느껴져 더 애착을 가지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동물과의 교감이나 애착을 통해 일종의 결핍을 채운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푸바오를 보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동물치료 효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서은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로 동물 치료를 통해 정서적으로 도움을 얻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명상과 호흡 훈련 등을 통해 번잡한 생각에서 빠져나와 호흡이나 숨소리에 집중하는 것처럼, 오직 푸바오를 바라보는 것에 집중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만족감을 얻어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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