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올 12조 '폭풍매수'… 저PBR서 반도체로 순환매 이어가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4. 3.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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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련주 신고가 속출
글로벌 증시 AI 열풍 힘입어
韓증시 재평가 가능성 커져
2월 메모리 수출 108% 늘어
단가상승에 최고 실적 근접
외국인 톱픽은 SK하이닉스
지난달에만 1.1조 매수 몰려

◆ 증시 훈풍 ◆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 4일까지 12조원이 넘는 폭풍 매수에 나선 것은 밸류업 정책에 이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한국 증시 재평가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만 8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월 단위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중 '톱픽(Top Pick·최고 추천주)'은 1조1454억원의 순매수가 몰린 SK하이닉스다.

외국인은 코로나19 이후 최대 600억달러 가까운 투자금을 한국에서 빼 간 적이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시가총액 기준 35% 안팎에서 크게 하락했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가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그 비중이 29%에 그치고 있다. 추가 매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기업의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 상승 동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늘어 지난달 99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6.7% 늘어난 것으로, 2017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60억8000만달러로 증가율이 전체 반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108.1%를 기록했다.

이런 훈풍은 미국 뉴욕에서도 확인된다. 뉴욕증시에서 AI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하자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에 불이 붙고 있다. AI 투자 붐과 반도체 수출 회복이라는 겹호재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더해진 것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4%), 브로드컴(7.59%), 마이크론(5.01%), AMD(5.25%) 같은 기술주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 대비 7.62% 오른 16만81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한미반도체 역시 20% 가까이 급등해 장중 10만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13거래일 만에 7만5000원대를 터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HPSP가 전 거래일 대비 8.95% 오른 5만6000원에 마감했다. 제주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7.93%, 3.54% 올랐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 업종의 상승으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1% 오른 2674.27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593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렸다. 두 종목의 순매수 규모는 총 4480억원 수준이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단가가 상승하면서 일평균 수출이 16개월 내 최고 수준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며 "반도체가 국내 수출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여타 품목들의 수요도 완만하게 개선되는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달러를 돌파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순위 3위에 올랐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30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일(현지시간) 4.29% 오른 4929.58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PC·서버 제조업체 델 테크놀로지(이하 델)가 AI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고 밝히며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이 영향을 줬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델의 실적 발표에서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에 최적화된 강력한 서버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으며 주문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델을 '톱픽'으로 선정하면서 "AI 서버 주문, 수주 잔액 등의 강점은 델의 AI 이야기가 이제 시작이며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 부문의 상승 동력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해진 것이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배당금 확대까지 발표한 델은 1일(현지시간) 31%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연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관련주가 주목받았지만, 반도체 등 업종으로 순환매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PCE(개인소비지출) 발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하고 한국 수출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며 "코스피는 저PBR주에서 수출주·성장주로 바통터치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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