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백의종군에 …'집단탈당' 큰불 잡은 민주당

"당 결정 수용" 잔류 시사
이재명 "힘든 선택 고맙다"
홍영표는 탈당후 출마 강행
전주을 이성윤 경선서 승리
강남병엔 박경미 단수공천
이낙연, 광주 출마 공식화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에서 '폭풍의 핵'이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이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민주당의 내부 갈등을 진정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판단에 당 주류들은 일제히 반색했다. 극심한 내홍으로 당 지지율이 급락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다만 컷오프(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추가 탈당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4일 아침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한 문장을 남겼다. 임 전 실장의 메시지는 당의 컷오프 결정에도 탈당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 전 실장은 이어 오후에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바꾸고 "4월 10일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이라고 올렸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 공천한 당의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거취에 대한 기존 결정을 유지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이튿날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만나는 등 탈당 결단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되는 행보를 보였지만 좌고우면 끝에 잔류를 택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실장이 탈당을 약속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석현 새로운미래 고문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어제 저녁에 이낙연 대표가 임종석 실장한테 전화했을 때만 해도 탈당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간밤에 임 전 실장이 돌아섰다는 얘기다. 임 전 실장이 탈당을 감행해 새로운미래나 친문재인계 홍영표 의원 등과 손을 잡았다면 연쇄 탈당을 불러와 민주당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잔류하자 당에서는 즉각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주신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성동갑 공천을 받은 전현희 전 위원장은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반면 인천 부평을 공천에서 컷오프된 홍 의원은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홍 의원은 이미 탈당한 설훈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연합'은 물론 새로운미래와도 거취를 논의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방했다. 홍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잘되면 좋겠다는 덕담도 주셨다"고 전했다.

서동용 의원 지역구인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을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해 서 의원을 컷오프하고 권향엽 예비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을 두고도 '사천' 논란이 불거졌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권향엽 후보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김혜경 씨를 보좌하는 배우자실 부실장이었다"며 "권 후보보다 3배 지지율이 높았던 서 의원을 제치고 단수 공천 티켓까지 쥐여 줬으니 '사천' 의혹 제기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민주당 여성국장 등을 지낸 당료 출신이어서 자격을 갖췄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강남병에 박경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단수로 전략공천했다. 전북 전주을에서는 이성윤 전 검사장이 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경기 고양병은 결선투표 결과 이기헌 전 청와대 비서관이 현역 홍정민 의원을 꺾고 후보로 확정됐다. 충남 천안을에서는 이재관 전 대전시 부시장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한편 이낙연 대표는 이날 광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광주에서 출마해 치르기로 결심했다"며 "어느 지역에서 출마할지는 좀 더 협의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 /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