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못한 1년6개월,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 하차 미스터리[스경X초점]

하경헌 기자 2024. 3. 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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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17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MC 발탁 기자회견에 참여한 개그우먼 겸 방송인 김신영. 사진 스포츠경향DB



개그우먼 김신영이 작고한 故 송해 선생에 이어 KBS1 ‘전국노래자랑’의 MC로 발탁됐다는 소식은 큰 화제를 불렀다. 34년 무대를 지킨 송해에 이어 발탁된 당시 채 마흔이 되지 않았던 진행자였기 때문이다.

‘전국노래자랑’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젊은 여성 MC. 그 화제의 이유는 다시 그 하차의 이유로 돌변하고 말았다. ‘전국노래자랑’의 9대 MC 김신영의 하차와 10대 MC 남희석의 발탁이 미스터리만을 남긴 채 돌발적으로 진행됐다.

KBS 측은 4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노래자랑’의 제10대 MC로 개그맨 겸 방송인 남희석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신영의 하차도 알렸다. KBS는 “故 송해에 이어 젊은 에너지로 이끌어주셨던 김신영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에게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9월17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참여한 개그우먼 겸 방송인 김신영. 사진 KBS



이로써 김신영은 지난 2022년 9월 발탁 이후 1년6개월 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역대 ‘전국노래자랑’ MC로만 따지면 송해(27년 7개월), 이한필(4년9개월)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이지만 그 절차와 이유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있어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신영의 하차는 제작진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4일 오전 김신영의 하차가 통보됐을 당시 김신영의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의 관계자는 “제작진이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해 연락이 왔고, 지난주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김신영의 마지막 녹화가 오는 9일 진행되는 인천 서구 편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KBS 예능센터 한경천 센터장과 책임 프로듀서인 박지영CP 등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일반적인 출연자 교체는 촬영현장을 담당하는 연출PD의 제안으로 CP, 센터장 등의 재가를 받아 이뤄지는데 이는 센터장보다 더 윗선에서의 결정임을 방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이날 하루 언론에 대한 응대에 대한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KBS1 ‘전국노래자랑’ MC 하차 소식을 전한 개그우먼 겸 방송인 김신영. 사진 스포츠경향DB



심지어 KBS 측은 하차통보를 받은 것처럼 입장을 밝힌 씨제스 측에 이후 항의를 했던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적절한 하차이유에 대한 통보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 방식에 있어 일방적이었던 부분에 이어 또다시 의아함이 드는 대목이다.

김신영의 하차에 대해서는 따라서 다양한 추측만이 떠돌고 있다. 우선 최근 박민 사장 부임 이후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감원과 제작비 축소 기조가 거론된다. 실제 지난달 28일에는 그동안 받은 특별명예퇴직 신청자 중 73명과 희망퇴직 신청자 14명 등 87명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이중 기자와 PD 등 방송 직군은 52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서는 정세진 아나운서와 정은승, 김윤지 아나운서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아나운서 직군의 사원들도 포함됐다. 앞서 KBS 이사회는 총 1101억원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2024년 종합예산안을 확정했다.

4일 KBS1 ‘전국노래자랑’ 10대 MC로 발탁된 개그맨 겸 방송인 남희석. 사진 스포츠경향DB



하지만 연예인 MC의 후임이 또다시 연예인 MC인 남희석인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과연 제작비 절감을 위한 포석이 맞느냐는 것이다. 1991년 데뷔한 남희석의 경우는 김신영보다 훨씬 선배일 뿐 아니라 출연료에 있어서도 결코 김신영보다 수치가 낮지 않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되는 박민 사장 이후 예능 개편의 추세도 있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예능은 스타급 출연자들의 정리를 우선으로 단행했다. 2018년 방송되던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지난 1월17일 막을 내렸고, 2022년 7월부터 방송되던 ‘홍김동전’은 팬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1월18일 끝났다. 2013년 첫 방송 돼 11년을 이어오던 ‘역사저널 그날’ 역시 지난달 시즌이 종방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특징 역시 제작진이 폐지 소식을 모르거나 심지어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를 외부로 노출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예능 프로그램의 개편이 제작진과의 상의라는 ‘시스템’ 대신 회사 경영진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KBS 여의도 본관 사옥 전경. 사진 스포츠경향DB



시청률 부진에 대한 책임론 역시 거론된다. 故 송해의 진행시절 ‘전국노래자랑’은 10%대의 시청률로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김신영 투입 후 초반 9%대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최근 5~6%대(이상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추측은 온라인상에서의 소문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신영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지 않는 젊은 여자 MC인 이유 때문이라고 전하고, 일부에서는 김신영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 시계를 자랑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물을 올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결국 프로그램은 10대 MC 남희석을 맞았고, 남희석은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한껏 자세를 낮춰 “오버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하나둘씩 단행되는 개편의 미스터리에 의문이 쌓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응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프로그램과 MC를 사랑하는 ‘1등 시청자’ 팬들의 불신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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