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37〉AI 시대의 '몸':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2024. 3. 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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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2024: LLM(words) → LAM(action)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전시회 CES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는 독립형 인공지능(AI) 하드웨어 래빗(rabbit)의 창업자 제시 류(Jesse Lyu)는 위와 같은 링크드인 포스팅을 통해 인간이 AI와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강렬한 주황색의 정사각형 외관, 한 손에 잡히는 크기,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 2.88인치 터치 스크린 등 일견 새로운 스마트폰은 아닌가 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해당 제품은 음성 명령과 휴대성으로 인해 일상 속 보다 적극적인 인간 의도를 컴퓨터에 전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미 첫 주문이 매진되었다는 관련 소식보다 더 의미 있게 바라봐야 하는 점은 우리 손에 늘 들려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던 스마트폰을 대체한 디바이스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즉 앱으로 구축되어 온 인간과 컴퓨팅 사이의 상호 작용 방식에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영화 아이언맨 속 AI 자비스와의 대화와 업무 처리 방식은 대중에게 앞으로의 기술 발전의 기대와 그저 영화적 표현이었나라는 현실 자각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현실에서는 앱이 스마트폰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 중심의 미래를 구축한다는 표현으로 채워진 사물 인터넷 관련 스타트업, 대기업의 기술적 비전의 중심에는 언제나 스마트폰이 집 안팎의 기술 제품군에의 연결이 기반이 되어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차갑고 거래적인 경계를 기준으로 하는 관계는 그동안 인간다운 소통을 제공하거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래빗에 몰리는 관심과 기대는 기업의 AI 비전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며, 나아가 앱의 존재가 불필요해질수록 인간과 컴퓨터 간 의사소통 방식이 보다 더 인간과의 대화처럼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AI 관련 뉴스레터 The AI Exchange를 발행하는 레이첼 우즈(Rachel Woods)는 AI를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기업들이 AI가 사용자가 사용자의 업무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크게 단기 기억, 장기 기억, 지식이라는 프레임워크를 공유하면서 AI의 기억 체계는 점점 인간의 방식과 닮아갈 것이라 이야기한다.

우리가 전화를 걸 수 있을 만큼만 전화번호를 기억해 번호를 누르듯이 AI의 단기기억은 진행 중인 채팅 대화나 작업 중에 확인된 정보를 기억함을 의미하며 업계는 계속해서 더 많은 정보와 맥락 확인을 위해 해당 기능을 확장할 것이라 한다. 또 AI의 장기 기억 기능은 새로운 대화를 할 때마다 초기화되는 단기 기억 기능과 달리 미리 정의된 맥락에서 시작하는 지점을 제공함으로써 시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특정 소재 및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일기나 블로그 글을 확인해 기억을 되살리듯이 오픈 AI의 사용자 지정 GPT, 명령어 및 메모리 기능은 모두 이 장기기억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가 작업을 완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특정 정보나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부여하는 AI 지식 기능은 추억의 가족사진 앨범, 전문가의 논문 등 잘 정리된 구글 드라이브처럼 특정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핵심으로써 가장 적합한 정보를 쉽게 찾아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6000년 이상 도시에서 살았다. 이 사람이 넘쳐나는 조직 구조에서 대화는 세상에 대한 감각을 유지시켜 주고 관계에서의 공감을 높여주는 필수적 기술이었다. 퇴근 후 집에서 기다리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조차 말을 거는 우리에게 대화는 상호 존재감에 대한 확인이자 감정적 교류의 시작이자 과정이다. 이제 AI와의 대화가 보다 인간적으로 경험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래빗과 같은 AI 디바이스로의 진화는 점차 인간 대화의 구조와 깊숙이 얽히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짐을 의미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목표는 인간의 대화를 모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우리 존재의 신체성을 인정하는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육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보다 인간적인 AI를 향한 이러한 여정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가 계속 모호해지는 세상에서 연결하고 공감하며 번영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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