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의 성장 주기와 곰페르츠 곡선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2024. 3. 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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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곰페르츠 곡선(Gompertz Curve)은 알파벳 ‘에스(S)’ 형태의 곡선으로 생물의 출생부터 성장과 사망까지의 성장곡선을 연령에 따라 표현한 함수를 도식화한 것이다. 초기에는 느리게 성장하다가 성장률이 점차 가속화하는 시기가 나타나고 그 이후에는 성장률이 다시 점차 하락해 성장을 멈추거나 역성장하는 경우까지 나타난다.

윤덕룡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곰페르츠 곡선 또는 곰페르츠 함수는 영국의 계리사 출신 수학자로 왕립학회 회원이었던 벤저민 곰페르츠(Benjamin Gompertz)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일종의 시계열 수학적 비선형 모델이다. 이 모델은 애초에 인간의 사망률을 설명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생물학에 적용해 동식물의 성장을 설명하는 모델로 수정됐다. 이후 곰페르츠 곡선은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모형에 적용되고 있다. 한정된 공간 내의 인구 출산율이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 도달 후 감소하는 사례나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환자의 증가 추세 변화를 설명하는 데도 활용됐다. 경제학에서는 대표적 생산함수의 하나로 사용됐고 마케팅 분야에서는 상품 수요를 예측하는 모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이 고정 요소의 한계성장률 변화가 S 곡선을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설명된다.

곰페르츠 곡선은 선도국의 생애 주기를 설명하는 데 적용되기도 한다.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생산능력이 급속히 증가해 선도 국가로 나서지만, 점차 성장세가 둔화하고 결국 다른 국가에 수위를 내주게 되는 과정을 S 자 곡선으로 설명한다. 과거의 강대국들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 경제의 생애 주기도 설명이 가능하다. 단지 고속 성장 기간이 국가별로 다를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지닌 선도 국가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성장률은 둔화하는 반면 1970년대부터 일본은 급속한 추격으로 선두를 위협했다. 일본은 1968년 당시 서독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2위로 올라선 후 42년간 그 자리를 유지했다. 1995년에는 미국 GDP의 71.12%까지 따라잡았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미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잃어버린 30년의 굴레에 빠진다. 2010년에는 중국에 GDP 규모 세계 2위 자리를 내줬고 2023년에는 독일에 재역전당해 세계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일본 GDP는 미국의 15% 수준에 그쳤다. 이어 선두 경쟁에 나선 국가는 중국이다. 2010년 세계 2위로 올라선 중국은 2021년 미국 GDP의 75.2%까지 추격했다. 한때 선두 자리 변화가 확정인 것처럼 보였으나 중국은 미국과 간격을 더 이상 좁히지 못하고 2021년 이후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중이다. 2023년 중국 GDP는 미국의 66.3% 수준으로 뒤처졌다.

후발 국가들이 선도 국가를 추격(catch-up)하는 과정은 선도국의 기술과 혁신을 리스크 없이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추격을 시도한 국가들은 대부분 선도 국가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에 도달하면 성장세가 둔화한다. 선도국을 앞서는 신기술과 혁신이 없으면 추격에서 추월(leapfrogging)로 나설 수 없어서다.

한국도 고속 성장으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추격 경제였다. 2020년 한국 GDP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세계 10위까지 진입하는 성과를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 13위로 하락했다.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해 일본의 2.0%보다 낮았다.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이 지속해서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이 2013년 이후 12년 동안 하락하고 있으며 향후 1%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2000년대 5%대이던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에는 3%대, 지금은 2% 내외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노동, 자본, 생산성 혁신 가운데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성장률 하락이 발생하고 있지만 노동력 감소를 상쇄할 만한 자본 투자나 생산성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이를 역전시킬 적극적인 변화나 정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곰페르츠 곡선의 성장률 둔화 부분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접어들기 전에 빨리 무언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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