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핏투게더 윤진성 하편, "성공 아닌 버틴 이유"

임경업 기자 2024. 3. 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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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과 2023년 투자 혹한기를 지나곤, ‘이제 끝났을까’라는 막연한 상상을 합니다. 또는 ‘투자호황기는 다신 오지 않을 낭만의 꿈’이란 말도 듣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은 투자 혹한기를 지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묻습니다. 좋은 창업가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일까요? 정말로 그런 건가요?

물론 나는 알고 있다/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나는 친구들보다/오래 살아남았다/지난밤 꿈속에서/친구들이 나에 대하여/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강한 자는 살아남는다”/나는 내가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전문.

오늘은 [핏투게더 윤진성의 투자 빙하기, 그의 성공 비결이 아니라, 버틴 이유] ‘하’편입니다. 구독자 분들의 편의를 돕고자, ‘하’편 뒤에 ‘상’편을 다시 붙였습니다.

핏투게더의 창업자와 직원들. /핏투게더 제공

◇“비즈니스가 망가졌을때 포기 안하는 창업가가 정답일까라는 질문”

핏투게더는 오코치라는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축구선수 유니폼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전자성능시스템을 붙이고 선수의 활동량, 자세 변화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겁니다. 2020년 107억원의 시리즈B 자금을 받았고, 해외 확장했습니다. 해외 고객사(주로 프로축구팀)를 550팀까지 늘렸는데도 추가 투자 유치에는 실패했습니다. 자금을 번닝하곤 2차례 구조조정했습니다. 창업자는 본인 오피스텔까지 걸고, 시리즈B2 브릿지 투자를 받으며 겨우 생존을 이어갔습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해외 매출이 7배 뛰면서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올해는 미국에서 시리즈C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시리즈C는 미국프로축와 함께 합니다. 핏투게더의 부침에 대한 상세한 스토리 전편을 참조하십시오. 핏투게더가 아직 ‘살아남았다’고 단언하긴 이릅니다. 어차피 스타트업에게 그런 단언은 존재하지 않는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전편 참조입니다.

쫌아는기자들은 ‘투자 실패’라는 투자 혹한기를 기친 핏투게더의 윤진성 창업자에 “어려운 질문을 할 차례”라고 말했습니다.

[쫌아는기자들] “쫌아는기자들이 VC에게 ‘좋은 창업가란 어떤 사람인가’라고 질문하면, 대답 중 하나는, “VC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창업가는 VC보다 먼저 포기하지 않은 창업가”라는 얘기를 해요. VC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데 창업가가 먼저 포기할 수도 있어요. 상황이 너무 어려우니까. 사실은 그만둘 때 그만두지 않으면 VC보다, 삶이 가장 더 많이 망가지는 건 창업가예요. 그다음 VC가 피해를 보겠죠. 그런 관점에서 핏투게더는 VC가 말하는 ‘좋은 창업가’의 사례죠. 본인의 자산을 모두 집어넣으면서도 버텼으니까. 하지만, 모든 창업가에게 ‘그게 좋은 판단이다’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포기할 수 있을 때, 포기해야하지 않나?”

[윤진성] “말씀하신대로,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포기를 잘 못하는 성격인데, 뒤돌아보면 후회도 많이 하거든요. 시리즈 B 때 막 확장하려했을 때, 근데 그 중에 일부 사업은 진작에 빨리 포기했었으면 나머지를 더 선택과 집중해 키울 수 있었을텐데, 이런 생각도 해요. 근데 회사의 명운을 걸고 포기하냐 마냐는 또 다른 얘기인 것 같아서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투자자라도, 포기 안 하는 창업자에게 투자할 것 같아요. 결국 창업가가 얼마나 똑똑하냐라는게 문제가 아니라…. 솔직히 스타트업에는 너무 변수가 많아요. 쥐어 짜지는 스케줄은 물론이고 인사 문제도 있고, 무엇도 있고, 또 무엇도 있고, 이슈들이 터지잖아요. 그렇게 포기할 만한 상황이 되게 많은데도 포기 안 하는 창업자가 오래 남아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저도 동일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실 저도 포기를 계속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윤진성 대표님은 현재 스코어, 살아남았으니까. 불편한 진실은 ‘포기 안하고 끝까지 버텨도, 실패하는 스타트업은 실패한다’는 겁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진짜 끝까지 버텼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폐업으로 간다면, 창업가 개인이 삶에서 감당할 데미지는 어마어마하게 커지거든요. 남은 인생 전부가 걸릴지도 모르는.

”네. 제가 아직 장가도 안 갔고, 그래서 자기 생각만 하고, 아직은 그랬던 것 같기는 한데,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아요. 주변에 교류하는 다른 창업자분들과도 이런 얘기들을 하게 돼요. 창업자들끼리는 사실 회사가 망가지면 빨리 폐업하고 다시 창업하는 게 낫지 않냐라는 말도 합니다.”

“어차피 지분 구조가 다 망가져 있고, 새로 돈을 받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포텐셜도 없고, 회사에 사람이라도 있어야지 뭘 할텐데, 그 마저도 없으면, 끈질기게 버텨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라는 거죠. 아직 저도 그런 상황까지는 당면해보지 못해서, 감히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 상황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공감하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르냐는 판단을 하기엔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핏투게더는 2022년에 바닥을 찍고 다시 우상향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투자 혹한기 전엔 싫었던 ‘시어머니 같은, 대표에게 디스커션하는 투자자’... 투자금 번닝됐을때 먼저 뛰어줬다.. 이들이 좋은 투자자 아닐까”

-적어도 포기하는 창업가한테 돌을 던질 수는 없다는 동의하는 거네요. 반대로 창업가 입장에서 ‘좋은 VC, 투자자’는 어떤 곳일까요?

”오히려 치고받고 싸워주는 VC가 좋은 것 같아요. 핏투게더가 라운드를 여러 번 해서 기관 투자자가 많아요. 한 10개 정도 돼요. 아예 도움도 안 주시지만 핀잔도 안 하시는, 그런 하우스들도 있어요. 반대로 예전엔 많이 싸우다가 요새는 엄청 편을 들어주시는 VC들도 있거든요. 솔직히 엄청 관심을 갖고 주는 VC의 의견을 창업가가 다 받을 수도 없잖아요. 몇 년 전에 이 질문을 받았다면 ‘내가 주장하는대로, 다 그렇게 하라고 해주는 VC가 제일 좋다’ 이렇게 답변을 드렸을 텐데요. (투자 혹한기를 견뎌보니) 그것만은 답은 아닌 것 같아요.”

-창업가의 뜻을 항상 존중해주는 VC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저질러놨을 때 책임을 지는건 창업자가 더 크게 데미지가 오는데, 그때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게 같이 치열하게 논의해주는 과정들. 전에는 되게 싫었는데, 3년 전에 저한테 물어보셨으면, ‘이런 하우스는 진짜 안 좋아’ 이렇게 얘기했을 텐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치고받고 싸우면서 나중에는 이렇게 힘을 같이 보태주는 VC들이 정말 지금은 좋은 VC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VC 입장에서도 그게 에너지잖아요. 이 회사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시장을 파악하고 서치도 하고 주변 정황도 보고, 그리곤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피드백들을 주는건데, 애초에 뎁스가 낮으면 VC가 창업자와 디스커션 자체가 안 됐을 거고요. 디스커션을 할 수 있는 VC는 회사 대표 입장에서는 공짜 리서치 인력이에요.”

-시어머니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시어머니죠. 시어머니긴 한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까. 망하자는 얘기는 안 할 거잖아요. 핏투게더는 여러 VC 분들이 섞여 있어요. 비저너리한데 몰빵해서 서포트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보수적인 의견을 계속 주면서 디스커션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쨌든 얘기 많이 하면서 회사를 잘 파악하고 의견 주시는 분들이 저는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거의 망해가고 힘들 때, 저는 투자자에게 항상 투명하기 힘든 얘기 다 했거든요. 어떤 투자자 분들은 본인들 펀드가 없더라도 여기저기 물어다주고, 뭐는 어떻더라라면서 스스로 알아봐주세요. 성심성의껏 도와주세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해외 시장에 진심인 윤진성 핏투게더 창업자가 FIFA에서 PT하는 모습. /핏투게더 제공

◇“한두시간씩 통화하며..’이렇게 해보자’는 논의도,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감정적인 공감도 받아주는 투자자들”

-투자 혹한기 전엔 투자자들과 치고받고 싸우는 편이었던가요?

“3~4년 전에 주주 분들과 이견 탓에 엄청 싸웠어요. 직원들 스톡옵션의 행사와 관련해서요. 저는 행사가는 무조건 액면가랑 비슷하게 줘야 된다고 주장했고, 주주 분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원래 투자자의 밸류 기준으로 30~40% 할인하는 게 관행이라고. 관행이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스타트업에서 평균 근속이 4년이 안 되고, 우리가 베스팅 4년을 건다. 그리고 직원들이 시세차익 몇 백만 원, 몇천만 원을 더 번다고 한들, 투자자들이랑 경쟁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조금이라도 베네핏을 보는 구조를 만들고 회사의 충성도를 높이는 게 100% 맞다.”

-투자자의 주장을 꺾고 창업자의 소신 대로 관철했나요?

“한참 싸웠어요. 결국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었고, 심지어 저는 ‘아니, 반대 의견 그렇게 내실 거면 저는 다음부터 회의 안 들어오겟다. 어차피 동의 안 하실 거면 동의 안 한다는 통보를 하셔라. 자꾸 시간 뺏지 말고.’라고까지 했죠. 결국 거의 액면가로 바꿨죠. 투자자 분들의 동의을 받아서요. 나중에 핏투게더 힘들어졌을때, 구조조정할 때, 투자자 분들이 면밀하게 같이 알아봐 주시고, 진심으로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투자금 말랐을 때, 오히려 싸우던 투자자가 힘이 됐다?

“그때 막 힘들어하고 징징거리면, 한두 시간씩 통화 같이 하면서, ‘좀 어떻게 해보자’와 같은 테크니컬한 논의도 하고, 감정적인 호소도 챙겨주셨어요. 저도 힘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게 한두시간씩 전화 통화한 VC가 두서군데 정도 됩니다.”

“투자자 분들은 ‘어떻게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아요. 핏투게더 주주 분들도 회사 죽어갈 때 엄청난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것 같아요. 요새는 제가 뭐 하겠다고 하면은 너도 충분히 고초도 겪어보고 고민도 해봤을 테니까, 웬간하면은 너도 이상한 얘기 안 할 테니까 하면서 좀 더 믿어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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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축구의 파트너로 선정.. 올해 미국서 시리즈C에 도전

-올해는 다시 반등하는 기회인거죠? 미국의 문이 열렸다고?

-투자금이 없어 사람을 내보낼때, 여러 갈등 가운데 스톡옵션도 문제가 됩니다.

-회사는 돈이 말랐는데, 정작 직원들이 구주를 샀다는 말씀?

-남은 사람들이 이 회사의 밸류를 끝까지 인정하고 있었다는 얘기네요.

-시리즈C는 올 하반기에 미국에서 한다는? 미국 VC에게서 돈을 받겠다?

◇수 cm 단위의 정확도는 핏투게더가 전세계 유일.. 다른 BM으로 응용 가능한 기술력이 강점

-현재 핏투게더의 제품은 예전보다 혁신됐나요?

-가격 경쟁력이 탁월하다면 어느 정도인가요?

-개발과 비즈니스에 반성하는 대목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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