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은 점원들만 왔다갔다, 2·3층은 전멸”···핫플조차 ‘줄폐업’한 이 도시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2024. 3. 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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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상업용시설 가보니
한산한 ‘스마오텐제’ 거리
화장품·의류 매장 문 닫아
갤럭시소호 곳곳에 공실
빈자리엔 식당·학원 흔적만
자금난에 ‘유령건물’까지
“작년 부양책, 효과 미미”
주택 시장도 관망세 강해

◆ 위기의 중국경제(上) ◆

지난 1일 방문한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 쇼핑가 ‘스마오텐제(世贸天阶)’. 메인거리 내 야외 테라스를 갖춘 커피숍이 영업을 중단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꽃샘추위가 찾아온 1일(현지시간) 오후,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 쇼핑가인 ‘스마오텐제(世贸天阶)’ 풍경은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중심 거리에는 몇몇 행인만 지나다닐 뿐 쇼핑객은 찾아볼 수 없다. 야외 테라스를 갖춘 커피숍들은 하나같이 셔터를 내렸다. 중심 거리와 연결돼 있는 쇼핑몰에선 문 닫힌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 매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영업을 중단했거나 공실을 가림막으로 가려놓은 매장도 수두룩했다.

스마오텐제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직장이 근처여서 식사하러 종종 온다”며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시간가량 쇼핑몰을 둘러봤지만, 일부 식당가에만 손님들이 있을 뿐, 일반 매장에는 점원들 뿐이다. 2~3층은 사실상 유동인구가 ‘전멸’ 수준이다.

지난 1일 방문한 베이징 둥청구 소재 ‘갤럭시 소호(SOHO)’. 건물 내부에서는 식당이나 학원, 체육시설을 운영하다 접은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사무동과 상가동으로 구성된 베이징 둥청(东城)구의 랜드마크인 ‘갤럭시소호(SOHO)’도 비슷한 분위기다. 영업 중인 매장보다 공실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다. 식당이나 학원, 헬스장 등을 운영한 흔적만 남아 있고, 새 임차인을 구한다는 광고와 연락처만 빼곡히 붙어 있다.

갤럭시소호에서 2년 전부터 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B씨는 “갤럭시소호를 찾는 고객 수가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경기가 어려워져서 그런지 최근 들어 문을 닫고 떠난 가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법적 분쟁이 발생해 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 CBD의 이타이(以太)광장이 대표적이다. 고층 사무용 건물과 쇼핑몰 등을 건설하는 이 사업은 10년 넘게 완공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한 홍콩계 투자자의 19억위안(약 3500억원) 규모 채권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임대료 하락 등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결국 유찰됐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차오에 위치한 월드프로핏센터(WPC) 2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상 27층 규모의 사무동과 지상 3층 규모의 상가동이 ‘유령 건물’로 전락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베이징 차오양(朝阳)구 량마차오(亮马桥)에 있는월드프로핏센터 2기도 ‘유령 건물’로 전락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대사관과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요지이지만, 임차인 하나 없이 빈 채로 방치되어 있다.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중국 경제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커졌다. 직격탄을 맞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의 제임스 맥도널드 선임연구원은 “경기가 회복돼야 기업과 고용이 증가하고 사무 공간 수요도 늘게 된다”며 “중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인 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하락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여러 부양책을 내놨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아 올해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중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주택 시장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주요 70개 도시의 기축 주택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모두 하락했다. 주택 구매심리도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소의 류수이 연구원은 “춘제 이후에도 주택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 업체도 상당수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최근 홍콩법원에서 청산 명령을 받았고, 경영난에 처한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도 오는 5월 홍콩법원에서 청산 심리를 앞두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상위 100대 부동산기업의 총 매출액은 1년 전보다 51.6% 감소한 4762억4000만위안(약 88조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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