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한국 게임 GOTY 도전은 현재진행형

문원빈 기자 2024. 3. 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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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와 P의 거짓이 깔아둔 레드카펫 펄어비스와 시프트업이 밟는다

2023년은 한국 게임업계에 뜻 깊은 한 해다. "여기에서 한국 게임을 보는 날이 오네"라며 감탄할 정도로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더 게임 어워드, BAFTA 등 글로벌 유명 게임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다. IGN, 게임스팟 등 유명 글로벌 게임 미디어 시상식에도 빠지지 않았다.

올해의 게임, 이른바 'GOTY'라고 불리는 상은 게임 개발자에게 꿈이자 가장 큰 영광이다. 해마다 출시되는 수많은 신작 게임 속에서 미디어뿐만 아니라 게이머들에게도 게임성으로 인정을 받아야만 수상할 수 있다.

한국 게임 시장은 약 7년 동안 모바일 게임 개발에 집중했다. 모바일 게임이 GOTY를 받지 못하란 법은 없지만 보통 스케일과 그래픽, 조작감 등을 고려해 PC/콘솔 게임이 수상한다.

지난해 유명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한국 게임은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 'P의 거짓'이다. 두 게임은 앞서 말했듯이 PC, 콘솔 패키지 게임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한국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P의 거짓이 출시 전 게임스컴 3관왕을 달성하고 데이브 더 다이버가 메타크리틱 90점을 달성하자 한국 게이머들은 "잘 할 수 있으면서 그동안 왜 비슷한 경쟁 MMORPG만 만들었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24년에도 넥슨과 네오위즈의 바통을 넘겨받아 한국 게임업계의 인식을 개선하고 GOTY 도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게임은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와 펄어비스 '붉은사막'이다.

두 게임은 트리플 A급 스케일, PC·콘솔 플랫폼, 패키지 판매 방식 등 게이머들의 선호하는 조건을 충족한다. 여기에 기대감도 불어넣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퍼블리싱을 맡은 소니가 가장 기대할 만한 PS5 독점 게임이라고 칭할 정도이며 붉은사막은 지스타 2023 B2B 공개 당시 미디어들의 극찬이 자자했다.

물론 두 게임이 GOTY 수상 가능성을 지금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GOTY의 중요한 요소인 내러티브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으며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 드래곤즈 도그마2 등 쟁쟁한 경쟁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팰월드, 헬다이버즈2 등 예상을 뒤엎고 게이머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게임들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GOTY 시상식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야 다른 게임사들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통할 만한 게임 개발에 열중할 것이다. 또한 한국 게이머들도 보다 다채로운 패키지 게임을 즐기고 한국 게임업계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효과를 불러오는 만큼 그 자체만으로 엄지를 들어줄 만한 도전이다.

 

■ 시프트업과 펄어비스의 첫 패키지 게임

- 일본 요도바시 카메라에 진열된 스텔라 블레이드 패키지 [출처: Genki X]

최근 더 게임 어워드 역대 수상작을 살펴보자. 역순으로 발더스 게이트3(2023), 엘든 링(2022), 잇 테이크 투(2021),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2020),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2019), 갓 오브 워(2018),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 오버워치(2016), 더 위쳐3: 와일드 헌트(2015)다. 

각 게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판매 방식이 패키지 형태다. 블리자드 '오버워치'도 오버워치2에서 무료 플레이로 전환됐으니 GOTY를 받은 시점에선 패키지 게임으로 포함하는 것이 옳다.

두 번째 공톰점은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전혀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보통 모바일, PC 온라인 게임에서 선보이는 과금 모델이다. 확률 자체가 재미를 자아낼 순 있겠으나 대부분 게임 시상식 심사위원이나 글로벌 게이머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매출 수단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세 번째 공통점은 스케일과 내러티브다. 스토리의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도 분명 있지만 오버워치를 제외한 각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족히 30시간을 훌쩍 넘는다.

가장 플레이 타임이 적은 게임은 잇 테이크 투다. 하지만 잇 테이크 투는 가족, 친구, 애인 등 다른 사람과의 협동 게임의 재미를 일깨웠다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당시 게임을 즐기지 않은 사람들도 입소문을 듣고 잇 테이크 투를 즐기는 사례가 쏟아졌다.

특별한 내러티브는 잇 테이크 투뿐만이 아니다. 엘든링과 오버워치는 각각 소울라이크와 FPS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 오픈월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스텔라 블레이드와 붉은사막은 내러티브를 제외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 물론 플레이 타임은 실제 게임이 출시되야 알 수 있지만 스텔라 블레이드의 경우 개발사가 30~50시간 정도의 분량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스텔라 블레이드' 소니 기대감 확실

- 스텔라 블레이드 트레일러

액션 어드벤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국내 최초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으로 주목을 받았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이며 날카로운 액션, 놀라운 비주얼, 성숙한 내러티브의 결합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이 게임은 2019년 '프로젝트 이브'라는 명칭으로 처음 개발 소식을 전하면서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받았다. 블레이드&소울로 인지도를 쌓아올린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집도하는 만큼 뛰어난 액션성을 자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후 2021년 공식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에서는 출품작 중 유일하게 한국어 더빙으로 공개해 큰 관심을 받았으며 2022년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라는 공식 타이틀명과 함께 PS5 단독 출시를 발표하며 이용자들의 기대감를 더욱더 고조시켰다.

여기에 한국 게임업계 입장에서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추가됐다. 뛰어난 개발력과 매력적인 게임성에 힘입어 최초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 제품 제조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세컨드 파티로 선정된 것이다. 

세컨드 파티는 소니 자회사는 아니지만 긴밀합 협업 관계를 형성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일정 기간 PS5 독점으로 게임을 발매하는 개발사를 일컫는다. 2023 세컨드 파티 대표작으로는 스퀘어에닉스 '파이널판타지16'이 있다. 시프트업이 이들과 한 배를 탄다는 건 한국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더 다가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23년 아무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게이머들의 불안감을 샀지만 2024년 4월 26일 출시를 깜짝 발표하면서 게이머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달 15일에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이용 유저 선정 '2024년 최고의 기대 작품' 1위를 차지했다.

테스트 버전을 시연한 소니 관계자에게 "액션 자체는 니어 오토마타와 블레이드앤소울의 감성과 비슷하면서도 독창적이다. 속도감 넘치는 호쾌한 액션과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난도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과 비주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처리한 디테일 요소가 게이머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 '붉은사막' 국내외 미디어 평가 엄지 척

- 붉은사막 트레일러

붉은사막은 펄어비스 차세대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개발 중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광활한 파이웰 대륙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용병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로 그려냈다.   

스토리는 주인공과 그의 용병단이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생존해 나가는 내용이다. 통일 군주 왕의 절대 권력이 흔들리면서 혼란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하는 용병들의 이야기인 만큼 플레이어는 그 속에서 다양한 위험과 적대적인 세력들에 맞서야 한다.  

붉은사막은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검은사막 이후 새롭게 도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최고의 게임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출시를 고려해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콘솔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전 세계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3 게임스컴 당시 글로벌 미디어들은 붉은사막 스토리텔링, 세계관, 고퀄리티 그래픽, 현실적인 기술 모션, 호쾌한 액션, 생동감 넘치는 오픈월드 기반 완성도 높은 퀄리티와 퍼포먼스를 호평 포인트로 꼽았다.

국내 미디어도 평가는 마찬가지였다. 펄어비스는 지스타 2023 B2B 부스에서 붉은사막 시연 버전을 선보였다. 시연 버전 감상에 참여한 미디어들은 한국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이라며 극찬했다. 그 자리에 참여했던 동료 기자도 생각보다 훨씬 괜찮게 만들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물론 지금은 게이머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출시일이 계속 지연되자 처음 선보였던 게임성이 변질되지 않을까라는 불암감이다. 주가 조작 게임이라는 오명도 쏟아졌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완성도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행히 펄어비스는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붉은사막 출시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올여름 본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시연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 상은 결국 운도 따라야 한다

- 2023 GOTY 주인공 '발더스 게이트3'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이 전작을 뛰어넘은 게임성으로 GOTY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2023 GOTY 주인공은 라리안 스튜디오 '발더스 게이트3'다. 압도적인 게임성을 더 압도적인 게임성으로 뛰어넘은 사례다.

만약 발더스 게이트3가 출시되지 않았다면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이 GOTY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23년 명작으로 손꼽히는 마블 스파이더맨2, 바이오하자드4 리메이크 등 다른 게임들도 입장은 비슷하다. GOTY 후보들 중에 운으로 선정된 게임은 없다.

한해 최고의 축구 선수를 선정하는 발롱도르도 마찬가지다. 역대급 기록을 세운 선수 2명이 나타나면 상대평가로 주인공을 가릴 수밖에 없다. 어떠한 상이든 수상하려면 자격을 갖추는 것은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한다.

올해 4월 출시일을 확정한 스텔라 블레이드는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 드래곤즈 도그마2, 하데스2, 검은신화: 오공 등과 경쟁한다. 붉은사막이 올해 출시된다면 해당 리스트 한 자리에 추가될 것이다.

쟁쟁한 경쟁작을 피할 수 있을까. 붉은사막이 내년 출시로 확정된다고 가정하자. 내년에는 글로벌 대표 게임 시리즈 '몬스터헌터'가 오픈월드로 선보이는 '몬스터헌터 와일드'와 역대 최고의 흥행을 거둔 GTA의 여섯 번째 타이틀이 출시된다. 경쟁작만 보면 내년 수상이 훨씬 어렵다.

한국 게이머 입장에선 스텔라 블레이드와 붉은사막이 상을 받으면 당연히 기쁠 것이다. 하지만 GOTY의 주인공은 단 한자리다. GOTY 노미네이트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다.

GOTY보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만족감을 심어줄 수 있는지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실패할 수 있어도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글로벌 게임사들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경쟁력이 강해진다면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에 매몰돼 씌워진 한국 게임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의 전환은 물론 정말 GOTY 영예를 안은 게임이 등장하는 모습도 더 이상 꿈은 아닐 것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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