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P의거짓과 데이브의 '위대한 발자국'

최은상 기자 2024. 3. 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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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솔 게임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증명한 주역

세계적으로 걸출한 온라인 게임을 배출한 한국이 1년 전만 해도 콘솔 게임은 불모지었다. 스타크래프트 붐이 만든 PC방 인프라 덕분에 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워낙 높았고, 콘솔 기기 보급률이 워낙 낮았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콘솔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콘솔 게임 비중은 PC 게임보다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2023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1840억 달러이며 그 중 콘솔은 532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약 29%를 차지한다.

특히, 서구권 시장 진출을 위해선 더욱 필요하다. 지난 2022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의 평균 콘솔 게임 이용 시간은 각각 3시간 16분, 3시간 9분으로 타 권역에 비해 매우 높다. 2시간 30분 내외인 아시아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 권역별 게임 이용 시간 비교 (자료 출처 : 대한민국 게임백서)

그렇다고 콘솔 시장에서 한국이 논외인 것은 아니다. 국내 게이머들이 콘솔에 관심이 없다는 말도 옛말이다. 지난 2015년 국내 콘솔시장은 전체 플랫폼 중 점유율 1.8%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6.4%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매년 큰폭으로 성장하던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며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했다. 2022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53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8.6% 감소했다. 2023년 역시 48억 달러로 전년 대비 7.7% 하락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22년 말부터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여러 콘솔 게임이 출시됐고, 그 중 두 게임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바로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 'P의 거짓'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처럼 국내 콘솔 게임에겐 '위대한 첫 걸음'이었다. 두 게임 모두 게임성과 대중성 모두 잡았다. 국내 게임사도 글로벌에서 경쟁력 있는 콘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서게 만들었다.

- 국내 플랫폼 별 게임 시장 규모 변화 ((자료 출처 : 대한민국 게임백서))

 

■ 떡잎부터 남달랐던 데이브 더 다이버의 행보 

- 얼리액세스 출시 단계부터 스팀 1위를 차지한 데이브 더 다이버 

데이브 더 다이버는 처음부터 떡잎이 남달랐다. 얼리액세스 단계부터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2022년 10월 27일 스팀 플랫폼에 출시 이후 약 열흘 만에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유니크한 콘텐츠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양 어드벤처에 저녁에는 초밥집을 운영하는 타이쿤 장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흥미를 자아냈다. 여기에 더해 재밌는 오마쥬 요소와 키치한 픽셀 아트로 풍미를 더했다.

콘텐츠의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콘솔 개발 경험도 없었던 개발진이 양과 질적으로 모두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에 있다. 

- 싱글 플레이 게임임에도 동시 접속자 9만 8480명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1월 민트로켓 황재호 디렉터는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적어 만드는 게임이 좋은 게임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엄청나게 테스트하자"고 생각하고, 그렇게 임했다"라고 밝혔다. 내부 기준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다고 한다.

그렇게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데이브 더 다이버는 얼리액세스에서 지적된 버튼 연타나 UI 가독성 등을 보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지난 2023년 6월 정식 출시됐다. 

정식 출시 후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출시 열흘 만에 스팀 동시 접속자 9만9480명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까지 8만5975개 리뷰가 달렸고, 그 중 97%가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을 받았다.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2024년 1월 기준 판매량 300만 장을 돌파했고, 닌텐도 스위치 버전 출시 직후에는 한국, 북미, 그리고 일본 e숍 3위에 랭크됐다. 2023년 12월 스팀덱 플레이 타임 기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 97%가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을 받았다

 

■ 유기적으로 연결된 방대한 데이브 더 다이버의 콘텐츠

- 해양 어드벤처의 로망을 제대로 살린 데이브 더 다이버 

높은 플레이 타임을 기록할 만큼 데이브 더 다이버는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마성의 게임'이었다. 게임을 하다가 이것을 하면 또 저것이 궁금해지고, 저것을 하다보니 또 다른 것이 눈에 밟혀 쉽사리 종료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모든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초밥집이 되는 목표와 블루홀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나가는 목표, 이 두 가지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다양한 요소가 연결되어 있다보니 쉽사리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없다. 

타이쿤 요소가 녹아들어간 게임인 만큼 모든 콘텐츠는 자본으로 움직인다. 초밥의 재료인 어종을 늘리기 위해 자본을 모아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더 먼 해역, 더 깊은 심해로 가게 된다. 또한, 식당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종업원 수와 가구 등을 늘린다.

- 어드벤처 콘텐츠뿐만 아니라 타이쿤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이 과정 속에서 모험이라는 어드벤처 요소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단순히 돈을 벌고 장비를 갖추고, 식당을 운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서 더욱 깊은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다.  

시작은 더 깊고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장비를 맞추기 위해 시작된다. 하지만 어느샌가 사이 블루홀의 미스터리한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에 빠져버리게 된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란 말처럼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타이쿤 요소는 볼륨감이 상당하지만 기존 경영 시뮬레이션 만큼 마니악한 요소는 없다는 점이 일반 대중들에게 유효하게 작용했다. 월세나 인건비 등 경영 자금에 신경 쓸 필요가 적고, 초밥을 내어주는 컨트롤적인 요소에 더욱 치중했다.

- 재밌는 오마쥬 요소와 키치한 픽셀 아트도 풍미를 더한다 

상위 장르가 어드벤처인 만큼 타이쿤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조절한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콘텐츠가 모험을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중간중간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는 B급 유머도 풍미를 더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이런 메인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하위 콘텐츠를 잘 살린 것으로도 호평받는다.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는데, 그 분량이 상당하다. 양 뿐만 아니라 퀄리티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가산점이 붙는다.

메인 스트림과 연관성이 크게 없는 유희성 콘텐츠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게임의 풍미를 확 살려주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특정 반복 구간의 지루함을 환기시켜준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훌륭한 장치다.

- 방대한 양의 콘텐츠도 데이브 더 다이버의 장점 중 하나다 

 

■ 출시 전부터 각종 차트 휩쓴 P의 거짓

- 게임스컴 어워드 2023에서 3관왕을 달성한 P의 거짓 (사진 : 최지원 PD)

출발이 남달랐던 건 데이브 더 다이버뿐만이 아니다. P의 거짓의 행보 역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대중들 앞에 첫 선을 보였던 게임스컴 어워드 2022에서 3관왕에 오르며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P의 거짓은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 세 부문에 선정됐다. 상뿐만 아니라 미국 X(전 트위터) 트렌드 키워드 1위에 오를 정도로 장안의 화제였다. 

콘솔 게임, 특히 소울라이크 장르라고는 눈 뜨고 찾아볼 수 없었던 한국 개발사가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는 사실 자체로도 엄청난 파급력이 있었다. 한국 게임사 최초인 것도 놀랍지만, 그 게임이 콘솔 소울라이크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린 P의 거짓은 지난해 6월 출시한 데모 버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데모 출시 사흘 만에 다운로드 100만 건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고, 평가와 게이머들의 만족도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 데모 플레이 당시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네오위즈에서 실시한 데모 플레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플레이 만족도가 약 86%에 이르렀다. 특히 사운드, 그래픽, 스토리 및 설정관 관련 만족도에 대한 평가는 최고 점수(5점)가 과반을 차지했다. 더욱이 게임성뿐만 아니라 최적화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데모 출시 기간 진행된 스팀 넥스트 페스트 2023에서 '인기 출시 예정 게임',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 '일일 활성 체험판 플레이어 수' 세 가지 차트에서 각각 1위, 2위, 2위에 올랐다. 글로벌 기대작이란 명성에 걸맞는 인기었다.

P의 거짓에 대한 호평과 기대는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이어졌다. 출시 한 달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다. 스팀 이용자 리뷰는 지금까지 2만 3158개가 달렸고, 그 중 92%가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매우 긍정적' 등급을 받았다. 

소울라이크가 비교적 마이너한 장르임에도 스팀 동시 접속자는 2만 명에 달했다. 게임성과 대중성 모두 잡은 P의 거짓은 대한민국 게임대상 2023에서 대상을 비롯한 기술ㆍ창작상, 우수개발자상, 인기게임상 등 받으며 6관왕을 달성했다. 

- 스팀 넥스트 패스트에서 인기 1위를 차지한 P의 거짓 

 

■ 자신만의 특색은 살리면서 대중성까지 확보한 P의 거짓

- 어려운 난관을 극복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핵심이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답게 게임 자체가 아주 맵다. 하지만 소울라이크의 매운맛은 고통을 알고도 또 찾게되는 불닭볶음면과도 같다. 어려운 난관을 극복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맵지만은 않다.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인게임 곳곳에 녹아있다. 스탯과는 별개로 성장을 보조하는 'P기관'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일종의 특화 시스템이다.

연속 회피 기능 활성화, 퍼펙트 가드 시 경직 발생 등 여러 옵션을 제공한다. 옵션은 슬롯을 모두 채우면 활성화할 수 있는데, 이를 구성하는 슬롯 옵션 역시 다양한 효과를 지녔다. 페이블 아츠 공격력을 강화하거나, 퍼펙트 가드 시 가드 리게인을 회복하는 등의 능력이다.

- P기관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이런 다양한 효과를 가진 P기관을 통해 컨트롤 의존도가 높은 소울라이크의 태생적인 하드한 난도를 낮췄다. 게임 초반에는 매우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P기관 등 성장 요소를 갖춰나갈수록 점점 수월하게 공략해 나갈 수 있다.

다른 소울라이크 게임에 비해 사망 리스크가 낮은 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보스전 패배 시 보스방 앞에 생기는 '에르고'다. 죽는 것이 일상인 소울라이크에서 이러한 요소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부담감을 확 낮추는 감초 역할을 한다. 

사망으로 모든 것을 잃는 일이 반복되며 게임에 흥미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P의 거짓은 이 같은 요소로 온전히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방지하고 일석이조다. 

- 무기 조합 시스템은 게임에 깊이를 더한다 

수많은 조합으로 나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는 무기 조합 시스템은 게임의 깊이를 더한다. 출시 전부터 강조해 왔던 날과 날붙이 간의 조합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천차만별로 변화한다.

기존 소울라이크 게임에서의 무기는 무기 스킬이나 일부 모션, 공속 등 약간의 차이를 고려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P의 거짓은 보다 다채로운 효과를 제공한다. 무기 스킬격인 '페이블 아츠'도 게임 양상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데모 버전부터 극찬을 받았던 그래픽, 분위기, 그리고 사운드 역시 훌륭하다. 19세기 말 프랑스 '벨에포크' 시대를 다크 판타지풍으로 잘 그려냈다. 시스템과 어우러져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동화 '피노키오'를 각색한 스토리 역시 흥미진진하다.

- 19세기 말 프랑스 '벨에포크' 시대를 다크 판타지풍으로 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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