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늦춘 30代, 지난해 가전시장 큰손 됐다

이해인 기자 2024. 3.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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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2개 중 17개 제품서 주고객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20평대 아파트로 이사한 1인 가구 백모(34)씨는 300만원에 달하는 LG 오브제 포제 TV를 장만했다. 그림을 놓는 틀(이젤)처럼 거실 한가운데 세워둘 수 있도록 한 TV로 인테리어를 강조한 제품이다. 백씨는 LG전자 오브제 세탁기, 삼성전자 비스포크 양문형 냉장고와 100만원에 달하는 로보락 로봇청소기도 함께 구매했다. 가전제품 구매에 들인 돈만 600만원 이상. 백씨는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는데 이왕 좋은 것 사서 오래 쓰자는 마음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체험형 매장 - 지난해 말 서울 양평동에 문을 연 LG전자의 체험형 공간 '그라운드 220'을 찾은 고객들이 이동형 TV 스탠바이미를 이용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자사 가전제품을 구매한 고객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에서 30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30대가 가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가 LG전자와 함께 지난해 LG전자 가전제품을 구매한 고객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총 22개 제품 중 17개 제품에서 30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구매력이 뒷받침되고 가족의 수가 늘어나는 연령대인 40대가 가전 시장의 핵심 고객층이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일부 가전에서 30대 고객 비중이 높아지다가 지난해 30대가 대부분의 제품에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소비가 이뤄지는 트렌드가 가전 시장에도 번지고 있는 것”이라며 “가전 업체들도 젊은 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별도의 전략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1인 가구가 이끈다...신가전 30대 관심 쑤욱

가전 업계에서는 30대의 소비가 늘어나는 배경에 늦어지는 결혼 시기가 있다고 분석한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30대 부부가 1가구 1가전을 샀다면 이제는 결혼을 늦추는 30대 싱글 둘이 각각 가전제품을 사기 때문에 전체 30대 고객 자체가 많아진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구매력 있는 30대는 ‘삶의 질을 높이는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제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LG전자의 오브제 시리즈,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시리즈처럼 인테리어 기능을 강조한 제품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가전 업체 입장에서는 구매량뿐만 아니라 영업이익에서도 30대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가전’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도 30대의 특징이다.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제습기처럼 기존에 없던 카테고리의 가전에서 30대의 선호도가 유난히 높다. LG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신가전 구매 고객 중 30대의 비율은 40% 안팎에 이른다. 반면 김치 냉장고, 통돌이 세탁기 등은 60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아직까지 김장을 하는 문화에 익숙하고 공간 활용이나 인테리어보다는 기능 자체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0대의 경우 정수기 구매 비율이 가장 높았다.

◇MZ 잡아라...구독 도입하고 팝업 열어

가전 시장에서 30대가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캐리어는 작년 MZ 세대를 겨냥한 하위 브랜드 ‘모드비’를 론칭하고 1인 가구와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용량의 냉장고와 와인 냉장고 등의 맞춤형 제품을 선보였다. 쿠첸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토종 캐릭터 ‘잔망루피’가 새겨진 밥솥 3종을 출시하며 인기를 끌었다.

팝업 스토어나 체험형 프로그램도 확장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 갤러리에서 비스포크 전시를 열었다.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을 가구와 함께 자연스럽게 전시해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작년 4월에는 남산서울타워에서 비스포크 냉장고를 대상으로 비스포크 원더가든을 꾸며 놓는 행사도 진행했다. LG전자도 지난해 12월 양평동에 그라운드220이라는 체험형 가전 매장을 열고 가전제품을 활용한 각종 취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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