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쇠머리대기와 영산줄다리기 현장, 삼일민속문화제에 가다

조봉권 기자 2024. 3. 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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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주년 3·1절인 지난 1일 경남 창녕군 영산면은 펄펄 끓는 가마솥처럼 잔치 기운이 그득했다.

3·1민속문화향상회가 주최하는 3·1민속문화제는 무엇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영산줄다리기,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영산쇠머리대기를 누구나 직접 보고, 참여할 수 있는 현장이어서 뜻깊다.

내내 말이 없던 택시기사는 "3·1민속문화제를 취재하러 온 길"이라고 말하자 이내 반기며 "쇠머리대기와 줄다리기를 잘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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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4년 만에 개최 열기
농촌공동체 흥 담은 무형문화재
오랜 세월 주민 스스로 재현 동참
이런 공동체 전통이 있었기에
영남 최초 만세운동 영산에서 일어나
영산줄다리기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제105주년 3·1절인 지난 1일 경남 창녕군 영산면은 펄펄 끓는 가마솥처럼 잔치 기운이 그득했다. 말 그대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제63회 영산 3·1민속문화제가 무려 4년 만에 열렸으니, 당연했다. 실로 오랜만에 한국의 흥과 신명을 크게 느낀 현장이었다.

3월 1일 경남 창녕군 영산면 무형문화재 놀이마당에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영산쇠머리대기가 펼쳐지고 있다. 조봉권 기자


팬데믹으로 2019년 뒤로 멈춰 섰던 영산의 3·1민속문화제가 지난달 2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일까지 영산 무형문화재 놀이마당(놀이마당)을 중심으로 영산면 일원에서 개최됐다. 3·1민속문화향상회가 주최하는 3·1민속문화제는 무엇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영산줄다리기,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영산쇠머리대기를 누구나 직접 보고, 참여할 수 있는 현장이어서 뜻깊다. 한민족 농경문화가 낳고, 오랜 세월 가꾼 신명과 흥을 손에 쥐는 듯 느끼는 잔치판이다.

3월 1일 경남 창녕군 영산면 무형문화재 놀이마당에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영산쇠머리대기가 펼쳐지고 있다.


올해 영산줄다리기는 3일 오후 4시, 영산쇠머리대기는 지난 1일 오후 2시 놀이마당에서 펼쳐졌다. 둘 가운데 영산줄다리기가 농경 공동체 신명을 크게 담은 ‘끝판왕’이자 절정임은 잘 알려졌다. 원로 미학자이자 춤 비평가 채희완 부산대 무용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부산 예술계는 영산줄다리기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데 오랜 세월 힘을 보태왔다. 영산의 큰 어른으로, 영산 줄다리기(일명 영산줄당기기)와 쇠머리대기 복원·전파·보전에 크게 이바지한 일봉 조성국(1919~1993) 선생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3월 3일 영산 무형문화재 놀이마당에서 제막된 일봉 조성국(1919~1993) 선생 흉상. 영산줄다리기와 영산쇠머리대기 복원, 전파, 보전의 주역이다. 황해순 부산시민회관 본부장 제공


그렇다 보니 부산 예술인을 따라와서 영산줄다리기는 몇 번 참여했는데, 영산쇠머리대기는 볼 기회가 없었다. 고심 끝에 올해는 쇠머리대기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지난 1일 창녕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영산에 가달라고 했다. 내내 말이 없던 택시기사는 “3·1민속문화제를 취재하러 온 길”이라고 말하자 이내 반기며 “쇠머리대기와 줄다리기를 잘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3·1민속문화제에 대한 창녕 주민의 마음가짐과 자긍심을 느꼈다.

3월 3일 영산 무형문화재 놀이마당에서 제막된 일봉 조성국(1919~1993) 선생 흉상. 황해순 부산시민회관 본부장 제공


오후 1시 조금 못 미쳐 놀이마당에 들어서니 열기가 굉장했다. 성낙인 창녕군수는 축사를 하면서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이 축사에 나서기에 ‘이 행사에 특별한 관심이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경상국립대 학생들이 영산줄다리기와 쇠머리대기를 보존하고 재현하는 데 동참하고 있었다. 소중한 지역문화 자산에 관한 지역대학의 관심은 뜻깊게 다가왔다.

제63회 삼일민속문화제에서 함께 어우러져 풍물을 치는 마을 주민.


오후 2시 영산쇠머리대기가 시작했다. 진행을 맡은 이는 “영산쇠머리대기는 주민이 함께 나무로 만든 쇠머리를 동부(장마면)와 서부(유어면) 사람이 서로 ‘밀어서’ 단박에 승패를 결정한다. 영산줄다리기는 온 주민이 함께 짚으로 만든, 길게는 100m, 무게는 10~12t에 이르는 큰 줄을 ‘당겨서’ 승패를 가린다. 누가 이기고 지든 서로 화합하고 신명 나게 흥겹게 함께 잘 놀며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밀고 당김’을 두루 담는 지혜를 느꼈다. 쇠머리대기의 서낭대기와 진잡이놀이도 흥미로웠다.

제63회 삼일민숙문화제 현장에서 어우러져 풍물을 노는 마을 주민들과 관람객.


두 행사는 오랜 세월 마을 주민이 스스로 기꺼이 동참하면서 원형을 잘 보존한 공동체 놀이의 백미로 꼽힌다. 박제되지 않고, 살아서 펄펄 숨 쉬는 전통이자 오래된 미래다. 이런 공동체 전통이 있었기에 1919년 3·1운동 때 영산에서 영남 최초 만세운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3일 오전 8시에는 놀이마당에서 일봉 조성국 선생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부산의 극단 자갈치와 창작탈춤패 지기금지가 공연했다.

‘영산줄다리기’와 ‘골목줄’이라고 쓴 조끼를 입은 주민들.


영산의 무형문화재 놀이마당 표지석.


문화제 기간 영산읍내에는 수많은 장터 공연단이 찾아와 솜씨를 자랑했다. 사진은 그중 작은거인예술단의 공연 모습.


3월 1일 해가 지자 영산읍내 교차로에 세운 영산쇠머리대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에 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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