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끗이 씻고… ‘캣’단장하고… 새 가족 기다려요 [밀착취재]

남정탁 2024. 3. 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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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률 60% 포항시 동물보호센터
반려자 기다리는 유기견·유기묘들

유기동물 문제는 우리 사회 고민거리다. 유기동물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반려동물을 계획 없이 입양 받은 후 책임을 다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 그리고 펫숍(애완동물을 판매하는 가게)을 통한 ‘쉬운 구매’에서 야기되는 ‘쉬운 유기’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유기동물은 총 11만3440마리다. 이 중 3만490마리(26.9%)는 자연사했고 1만9043마리(16.8%)는 인도적 처리, 즉 안락사 조치가 이뤄졌다. 절반가량이 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포항시 유기동물입양센터에서 새끼 유기견들이 잠을 자고 있다.
포항시 유기동물입양센터에서 유기묘가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시 동물보호센터 사무실에 마련된 작은 스튜디오에서 지예슬(왼쪽), 염희선 팀장이 유기견의 입양 공고 사진을 찍고 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는 예쁜 입양 공고 사진으로 유명하다. 현재 다른 보호센터에서도 많이 따라 하지만 첫 시작은 포항시 동물보호센터다.
유기동물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이미 버려진 유기동물은 구조해 최대한 빠르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입양을 잘하기 위해서는 유기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과 유기동물 입양 및 실종동물 찾기 앱 포인핸드에서 유명한 보호센터가 있다. 화보와 같은 사진과 매력적인 소개글로 잘 알려진 포항시 동물보호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매일 수십 개씩 올라오는 유기동물 입양 공고 사진은 대부분 구조 직후에 찍은 사진이거나 철장 속에 갇힌 사진이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올린 유기동물 사진은 확연히 다르다. 베이비스튜디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염희선 팀장은 “사진을 돋보이게 찍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 파란 하늘과 활짝 핀 벚꽃을 배경으로 강아지 사진을 찍어 입양 공고를 올렸다. 그렇게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입양문의가 빗발쳤다.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면 안락사를 당하지 않고 좋은 곳으로 입양갈 수 있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강아지 인생샷을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 보호 중인 유기견 견사에 방문객 주의 사항이 적혀 있다.
보호센터 사무실에 견사 곳곳을 확인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이 보이고 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 입구 게시판에 실종동물을 찾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지예슬 팀장이 집중관리실에서 한 유기견을 안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유기견이라고 한다.
지예슬 팀장이 견사 청소를 하고 있다.
보호 중인 유기견들이 철장 너머로 견사 청소를 하고 있는 지예슬 팀장을 바라보고 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 사무실 한쪽에는 작은 스튜디오가 꾸며져 있다. “아이들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입양 갈 수 있게 해달라며 촬영 소품을 보내준 사람도 있고, 꽃배경지를 선물해 준 수의사도 있다. 센터를 찾은 봉사자들이 예쁘게 미용도 해준다”고 지예슬 팀장이 이야기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가 입양 공고에 작성한 유기동물 특징(소개글)도 특별하다. ‘누구를 만나든 꼬리펠러 가동 중’, ‘초롱초롱한 눈빛에 호기심 많은 장꾸’, ‘두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숲속요정들’, ‘뚱하지만 친해지면 매력 만땅’, ‘밤하늘의 별처럼 깊은 눈’, ‘놀란 듯한데 어서 데리고 가주세요~’ 등 섬세하고 감각적이다. “함께 생활하며 느낀 점이나 구조 스토리, 외모, 성격의 핵심을 적어 놓으면 입양 공고에 관심을 갖고 많은 문의가 온다”고 지 팀장은 설명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는 (사)영일동물플러스에서 위탁 운영한다. 연간 1000여 마리의 유기동물을 구조 및 보호한다. 이들 중 60%는 입양된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보호소보다 입양률이 훨씬 높은 편이다. 현재 151마리의 강아지와 6마리의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다. 아프거나 문제가 있는 동물만 있을 것이라는 불편한 시선도 있지만, 실제로 멀쩡한 동물이 많다.
염희선 팀장이 스튜디오에 유기견을 앉혀놓고 시선을 유도하며 입양 공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염희선 팀장이 한 직원에게 입양 공고 작성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시 유기동물입양센터를 찾은 입양자 한가인(58)씨가 입양견 ‘라떼’를 바라보고 있다.
보호센터에선 센터장과 직원 5명이 쉬는 날 없이 근무하고 있다. 센터나 관공서로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직원이 구조현장에 출동한다. 구조된 동물이 입소하면 일주일 정도 대기실에서 지낸다. 그러면서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주인을 찾는 공고를 열흘간 올린다. 그 기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입양을 할 수 있다. 입양이 끝내 안 이뤄지면 불가피한 경우 안락사를 선택한다.
최근 5년간 구조된 동물의 행방은 입양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입양률이 높아진 만큼 파양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경제적 여건이나 유기동물을 입양할 환경이 갖춰졌는지 살펴보고 지속적인 관심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입양해야 한다. 유기동물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어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위한 기다림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열악한 시설에 안락사를 선택하는 비정한 곳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포항시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은 정성을 다해 유기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이 유기동물 입양과 문제 해결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포항=글·사진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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