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 “오스카 수상? 희망하지만 기대는 안 해요”[인터뷰]
배우 유태오가 또 한 번 비상한다. 그가 주연을 맡은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가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76관왕 217개 노미네이트’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고,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작품상, 각본상 등 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역시도 결과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을까.
“아뇨. 전 인생을 기대없이 사는 사람이거든요. 희망은 하지만 기대는 안 해요. 괜히 상처만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전 미래에도 과거에도 살지 않고 현실을 살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기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미국에선 아직 신인이라서 향후 5년간은 그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기간이고요. 그래서 제가 다음에 어느 시상식 후보에 올랐을 때 미국에서 그 누구라도 아쉬운 소리를 못하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걸 대비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하는 거고요.”
유태오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패스트 라이브즈’ 촬영 후기와 독일 출생 한국 배우로서 사는 다양한 감정의 파고들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작품 속 ‘인연’에 눈물,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 있었죠”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이민자인 ‘나영’의 향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 등이 잘 녹아들어있다.
“저 역시 교포라서 이런 다문화적 배경에 대한 공감이 있었어요. ‘나영’이 느끼는 감정을 저도 항상 느끼죠. 언어나 표현에 있어서 늘 한계를 느끼고, 그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곤 하는데 그건 제 팔자라고 생각해요. 제 아내는 그걸 ‘아티스트로서 축복’이라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경험 때문에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는 팔레트가 생긴 거니까요. 감정의 범위가 넓어지니까 다른 배우보다 강점인 셈이죠. 그래서 고통스러워도 거부하진 않아요. 잘 극복하고 싶고 칼 가는 마음도 항상 있고요. 외롭지만 좋다고나 할까요?”
이 작품을 만나기 위해 치열한 오디션을 치렀다. 그가 연기한 ‘해성’은 토박이 한국 남자로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기도 하다. 교포인 그가 이른바 ‘콩글리시’를 할 때 그 간극에서 오는 재미도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다.
“시나리오상 평범한 한국남자로 표기되어있는데 왜 굳이 날 선택했을까란 생각을 많이 하기 했어요. 언어와 어휘력에 대한 걱정이 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감독의 의도가 있겠거니 하고 굳이 묻진 않았어요. 대신 연기 코치와 함께 대사를 많이 준비했죠. 외국인이 들었을 때도 우스꽝스럽지 않고 진중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뭘까, 그게 제 숙제였고요. 그래서 전세계 시장의 공통적인 감수성을 찾고자 했죠.”
그가 캐릭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그만의 감수성에 대한 확신 덕분이었다.
“살아오면서 소속감을 갖고 싶고 결핍도 많았어요. 의지로 되지 않는 운명을 받아들여야할 땐 한이 맺히기도 했고요. 그런 것들이 제 인생에서 멜랑꼴리한 감정을 갖게 했어요. 신기한 건 그 멜랑꼴리한 감정을 표현하면 누가 봐도 깊게 느끼고 감성을 자극받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표현만큼은 자신있어요. ‘해성’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걸 믿고 간 거고요.”
■“연기에 대한 갈증? 제 목소리 찾는 게 고민이죠”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한 이후 그에겐 ‘목소리’가 늘 고민이었다.
“연기로 날 표현할 때 어떻게 해야 내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 중 서열로 눈치보고 사무적인 문화에서까지 주변 눈치를 살피는데 제대로 자기 목소리로 표현하는 사람이 존재하나 싶더라고요.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기 목소리를 시원하게 내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한석규, 이병헌, 최민식, 송강호 선배들은 그럼 대체 어떻게 그걸 뚫었을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깡’에 그 이유가 있었다고 봐요. 진솔하고 용감하게 자기 표현을 하는 게 깡이잖아요? 저도 깡을 갖고 표현하자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요.”
그런 그에게 있어 아내인 사진작가 겸 감독인 니키리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금의 글로벌 스타가 되기까지 15년의 무명생활을 보낼 수 있었던 건 그의 곁을 지킨 아내 덕분이라고.
“제 인생을 니키가 구원해준 거죠. 그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싶거든요. 니키는 나보다 먼저 이 세상과 사회의 땅에 한 발 짝 더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이었고, 그를 만나기 전의 전 그냥 붕 떠있는 광대였으니까요. 지금도 제 오디션, 작품 제안 등을 모두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이에요. 제가 있는 대로 다 드러내서 보여주면, 그걸 잘 정리해주는 사람이죠. 그래서 늘 여러 대화를 나누곤 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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