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도 찾는 GS구내식당 ’그래잇’… 대체 어떻게 나오길래

양다훈 2024. 3. 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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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구이와 흑미밥, 아욱된장국, 미니 김치말이 국수, 모둠 쌈,
통삼겹 동파육과 흰밥, 조림계란, 얼큰 야채탕, 만다린 과일샐러드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 있는 GS그룹 구내식당 브랜드 '그래잇' 실내 모습. 점심을 하기에는 조금 이른 오전 11시 20분이지만 직원들이 자신의 배식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역삼역 근처에 있는 GS타워 지하 2층 구내식당 ‘그래잇’에서는 다소 이른 점심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GS그룹의 직원 100여 명이식사를 하기 위해 20m가 넘는 긴 줄을 형성했다. 

직원들은 세 가지의 점심 메뉴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래잇의 내부는 은은한 조명과 함께 고급스러운 우드톤으로 꾸며져 있다. 거기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테이블과 의자가 어우러져 마치 특급호텔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 날 그래잇의 세 가지 코너 중 G코너에는 삼겹살 구이와 흑미밥, 아욱된장국, 미니 김치말이 국수, 모둠 쌈이, E코너에는 통삼겹 동파육과 흰밥, 조림계란, 얼큰 야채탕, 만다린 과일샐러드가 제공되었다. 

두 가지 메뉴 모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오는데 일반식을 제공하는 R코너에는 산채비빔밥과 달걀프라이, 미니 부침개, 찹쌀 도넛 등이 있다. 

이 날 점심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특별 메뉴가 나왔는데 통삼겹살 동파육이다. 유명한 중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동파육처럼 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GS 칼텍스를 포함한 7개 계열사의 직원 3300여 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 식판을 들고 이동하는 동안에 다른 사람과 부딪힐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됐고, 테이블 사이의 공간이 넓어서 옆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각 계열사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방문하도록 안내했다. 배식 시간이 오전 11시 20분부터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래잇은 맛까지 더했다.

GS타워는 다양한 기업들이 모여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과도 가깝다. 이에 따라 근처에는 소문난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직장인들은 사내 식당을 가장 선호하는 맛집으로 선택했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의미이다.

GS그룹에 따르면 구내식당 위탁 운영업체인 그래잇이 제공하는 식사를 이용하는 직원들의 비율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현재는 하루 평균 1,900~2,000명이 이용하고 있어 식수원으로 활용되는 비율이 60%에 이른다.

서울에 있는 일반적인 사무용 빌딩에서 운영하는 구내식당의 평균 식수율이 30%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그래잇의 식수율은 놀랍다.

그래잇은 발음상 훌륭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그래, 먹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반 기업의 구내식당과 다를 바 없었던 이곳은 2020년에 새롭게 단장하여 ‘그래잇’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리모델링을 한 이후로 도서관의 이용률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래잇이 사랑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역삼역 주변에 자리한 GS타워의 지하 2층 구내식당 '그래잇'(GREEAT)에서 GS그룹 구내식당 브랜드 '그래잇'의 총괄 매니저인 김민지 씨(가운데)와 셰프 겸 E코너 점장인 정승원 씨(왼쪽), 셰프 한찬희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타 영양사로 불리는 김민지 총괄 매니저가 식단을 고급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매니저는 GS그룹에 입사하기 전, 경기도 파주 세경고등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며 한정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랍스터 급식’을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랍스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의 경우, 해당 음식을 주로 취급하는 영양사가 따로 있어 '랍스터 영양사'라고도 불린다. 

2016년에는 학생 건강 증진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맛있고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매니저는 2020년에 그래잇을 리모델링하면서 GS그룹으로 이직했다. 

김 매니저는 좋은 식재료를 찾기 위해 전국의 맛집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야 그레잇만의 특별한 음식이 완성된다.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랍스터 요리가 제공되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의 음식점들과 협업해서 특별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베이글 맛집과 협업한 신메뉴가 출시된 날에는 매장 앞 주차장까지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매니저는 “단순히 배만 채우는 장소가 아닌, 맛 좋은 음식을 통해 고객들이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잇’ 이용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사내 전용 앱에 올라오는 직원들의 솔직한 평가를 바탕으로 메뉴를 선정하고 개발에도 활용한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올리는 불만이나 식단에 대한 의견은 김 매니저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볼 수 있다. 

물론 그래잇이 직원들의 최애 단골식당이 된 데는 김 매니저뿐 아니라 지금도 신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한식·중식·양식 전문가인 호텔 출신 셰프 5명, 점장, 영양사 등 그래잇 직원들의 노력이 있다. 

그래잇 안에서는 선의의 식단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래잇은 다른 구내식당과는 다르게 외부 급식 업체 두 곳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워홈은 2개 코너를 운영하고 있으며, GCS는 1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두 곳의 식당이 매일같이 맛과 서비스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고품질의 급식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정부 기관과 지자체, 교육청 및 기업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이 회사를 방문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허창수 회장뿐만 아니라 GS그룹의 주요 경영진들도 평일에 별다른 약속이 없을 때는 주로 그래잇에서 식사를 한다. 이곳은 미리 예약하면 식사와 회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허 회장은 평소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한편, “직원들이 무엇을 먹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사내 식당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구내식당을 전면 개편한 것은 2020년 1월 허 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이 식당의 일반 식사 메뉴는 모두 6000원 대이다. 특별 메뉴의 가격은 재료비를 포함해 9000 원 선에서 최고 1만 3000 원까지 올라간다. 대부분의 그레이트 이용료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비로 충당된다. 

사내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구내식당의 메뉴와 식수 인원을 1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래잇을 사용할 수 없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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