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간 흑전에도 웃지 못하는 쿠팡... '이마롯' 제쳤지만, ‘알테’에 먹구름

김은영 기자 2024. 3.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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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시장 평정한 쿠팡, 숙제는?
알리·테무 공습에... 쇄신으로 맞서는 대형마트
쿠팡, ‘본업 안정화+이츠·쿠플·대만’... 올해도 성장할 것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지난해 사상 처음 연 매출 31조원을 돌파하며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 업계 1위에 올랐다. 시장에선 쿠팡이 ‘만년 적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6조원 이상을 물류망 구축에 쏟아부어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로, 이제 ‘회수 구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가운데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습하는 중국 쇼핑 애플리케이션(앱)과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 여부 ▲이마트·롯데 등 전통 유통 강자들의 대응 등 리스크가 존재해서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선 향후 ‘왕좌 없는 유통 전쟁’이 계속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계획된 적자’ 끝내나 했더니 ‘알테’ 공습

쿠팡의 지난해 연 매출은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319.24)으로 전년과 비교해 20%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으로 2010년 8월 창립 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다년간 수십억 달러의 투자와 인내, 과감한 도전 끝에 완전 새로운 역량(competency)인 로켓배송을 성공시켰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쿠팡이 계속해서 시장 우위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나오는 쿠팡의 사업 구조상, 쿠팡이 예전만큼 고성장을 이루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침투율(전체 소매시장 중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4%로, 15%대인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아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알리 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쇼핑 앱의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앱 사용량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쇼핑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조사에서 알리가 560만 명, 테무가 459만 명을 기록하며 각각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쇼핑 앱 신규 설치 건수에서는 테무가 222만 명으로 1위, 알리가 60만으로 3위에 올랐다.

알리의 MAU는 2023년 2월(263만 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테무는 2023년 5월만 해도 MAU가 6600여 명에 불과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이용자가 690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중국 앱은 한국 유통업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초저가’ 정책을 앞세워 국내 고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알리의 경우 작년에만 1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배우 마동석을 앞세운 전방위적 광고와 함께 한국 제품 전용관 ‘K-베뉴’를 선보였다. K-베뉴는 ‘수수료 0원’의 파격 조건으로 LG생활건강, 애경, 유한킴벌리 등을 끌어들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또 국내에 물류센터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손민균

앞서 저가 및 빠른 배송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한 쿠팡으로선 전에 없던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난 셈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알리 익스프레스는 직구 상품을 넘어 국내 상품까지 입점 중”이라며 “신선식품, 가공식품까지 상품군 확장이 빠르게 가능할 경우, 해당 상품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쿠팡 역시 추후 영향받을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도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이 독자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규제하도록 한 제도인데, 국내 플랫폼만 규제하는 역차별이 발생할 거란 지적이 나왔다. 현재 플랫폼법 제정은 업계 반발에 밀려 무기 연기됐지만, 총선 후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체질 개선으로 맞서는 전통 강자 ‘이마롯’

신세계·롯데 등 유통 전통 강자들의 경영 쇄신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낸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인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의 매입·운영·물류 등의 기능을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에 돌입했다. 올해부터는 상시 최저가를 목표로 매월 ‘가격파괴 선언’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평일 의무휴업 해제’ 확산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될 경우 1위 사업자인 이마트의 연간 총매출액은 최대 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8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에 쿠팡은 올해 신사업을 통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대만 등을 포함한 성장사업 분야 매출은 전년 대비 27% 늘었다. 본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신사업이 확장되면서 선순환이 이뤄지는 만큼 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거라는 게 쿠팡의 계산이다.

다음 달 서울 고척돔에서 진행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의 개막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는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여기에 최근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도 향후 40억 달러(약 5조3440억원) 수준까지 키울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쿠팡은 보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한국과 대만의 유통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매우 낮다”면서 “이곳에서의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래 전망이자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는 유료 멤버십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수익화하기 어렵고, 대만 사업의 경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0% 이상으로 의미 있게 커져 있고, 대만 등 투자로 인해 당분간 회계상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이어가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당분간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독주가 굳건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와우 멤버십을 통한 혜택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높은 외형 성장률이 지속될 것”이라며 “커머스 외 부문의 공격적 투자가 예정되어 있으나, 커머스 부문이 안정 궤도에 오른 만큼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무리 없다”라고 판단했다.

주 연구원은 또 “최근 중국 직구 플랫폼의 성장세가 돋보이고 있긴 하나, 빠른 배송 속도와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강점이 있는 쿠팡과는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도 “쿠팡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홍콩, 일본에서도 물건을 확보해서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면서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은 쿠팡의 해외 직구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나, 쿠팡이 유료 회원들한테 제공하는 혜택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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