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데이터센터도 자체 개발사업으로?… 건설사들 디벨로퍼 ‘시험대’

오은선 기자 2024. 3.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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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 도급에 비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시장 침체, 태영건설 사태 등으로 리스크 커져
“잠시 주춤할 뿐… 자체사업은 기회”

건설사들이 야심차게 계획했던 자체 개발사업이 주춤하고 있다. 해외사업이나 국내 주택사업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등으로 자체 개발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는 사업부지 매입부터 기획, 인허가, 개발, 시공, 분양까지 총괄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국내 건설사들에게는 공사비로 계약하는 단순 도급 사업에 비해 마진이 높고 대형사일수록 사업도 용이하다. 이런 이유로 2021~2022년쯤만 하더라도 대형 건설사들은 직접 우량 부지를 매입하거나 시행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형태로 개발사업에 적극적이었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공사중인 GTX-A 5공구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뉴스1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건설사들이 새롭게 개발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15% 수준인 주택사업 내 디벨로퍼 수주 비중을 2023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자체사업 비중은 11% 수준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DL이앤씨는 올해 신년 조직개편을 통해 디벨로퍼 사업실을 수주관리실로 재정비했다. 디벨로퍼팀을 민간사업팀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 서울 성수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DL이앤씨의 대표적인 개발사업이지만 최근에는 큰 사업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 채택된 CTX(충청권 광역급행철도) 사업도 회사가 직접 제안해 시공과 운영까지 하는 사업으로, 디벨로퍼 사업은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난해부터 높은 금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시장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큰 사업에 뛰어들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디벨로퍼로서 대형사들이 진행하는 데이터센터나 지식산업센터 등의 신사업 확장도 눈에 띄었지만 이마저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GS건설이 지난달 안양시 동안구에 준공한 ‘에포크 안양 센터’는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디벨로퍼로서 데이터센터 투자부터 개발·운영까지 모두 참여한 사업이다. GS건설은 고양시 덕이동에 두번째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 등에 막혀있다. 현대건설의 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 부지 개발 역시 오피스텔 대신 지식산업센터로 사업 추진계획을 변경하면서 사업 일정이 지연됐다.

GS건설이 자체개발 사업으로 준공한 안양 호계동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GS건설 제공

지난 2022년 시공능력1위인 삼성물산도 자체 개발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에 회원사로 가입했다. 그러나 인천시가 시행사를 삼성물산으로 지정해 버려 어쩔수없이 시행까지 맡게 된 송도 역세권 개발사업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사업 성과는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택개발사업이나 소규모 지분투자로 하는 사업들은 지금도 있고 추진 중이지만 과거 방식으로 땅을 대규모로 사서 개발해 시행과 시공까지 하는 그런 사업들은 리스크가 크다고 여겨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태영건설 사태를 보며 자체개발 사업에 대해 건설사들이 더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개발 자회사를 통해 자체개발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지만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나빠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개발사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분양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잘 되면 매우 좋지만 안 되면 ‘하이리스크’만 남게된다”며 “금리가 낮아야 사업성이 나오고 투입하는 금액도 줄어드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다른 건설사들도 자체사업을 줄일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시장 상황이 오히려 디벨로퍼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오히려 재무능력이 좋은 회사들은 위기 사업장에서 나오는 매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라고 보는 경향도 있다”며 “(개발사업이)잠시 주춤하는 상황일 순 있지만 건설사들이 디벨로퍼로서 역할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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