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집 초딩 아들이 고등수학을 푼대”…교사 아빠가 만든 ‘이것’에 전세계 엄빠들 ‘엄지척’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4. 3. 2.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서도 통한 구몬식 학습법

[흥부전-45][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39]구몬 도루

아들 위해 만든 학습지, 글로벌 교육표준이 되다
요즘 아이들은 태블릿 PC를 능숙하게 조작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수학 문제를 풀어냅니다. 디스플레이 곳곳을 터치하거나 글자나 숫자를 써가며 학습하는 스마트 공부법은 이제 보편화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이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오가고 과외를 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을 찾아보면, 바로 태블릿의 역할을 했던 학습지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금도 학습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구몬센터에서 학습 중인 학생 (출처=구몬)
예전엔 방문교사 선생님이 오기 직전까지 밀렸던 숙제를 급하게 하고 쌓여가는 학습지를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받던 아이들이 한둘이 아녔습니다. 지금 30~40대이신 분들이라면 학습지의 추억이 하나둘 있을 텐데요. 어쩌면 이제는 ‘라떼는’에 해당하는 추억팔이일 수 있는 학습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 말 안해도 아시겠죠.
구몬 도루
오늘 만나볼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의 주인공은 구몬식 교육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구몬의 창업자 ‘구몬 도루’입니다.

제가 특파원으로 뉴욕에 머물렀던 당시, 집이었던 뉴저지주에서 근무지인 뉴욕으로 오가던 왕복버스에서 항상 눈에 띄던 간판이 있었습니다. 영어로 ‘ Kumon’이라고 적힌 파란 글자가 전부였는데요. 혼자 ‘쿠몬? 구몬?’ 이라고 읊조려보며 제가 알고 있는 그 구몬이 맞는지 갸우뚱했던 기억이 납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검색을 해보니 진짜 제가 알던 그 구몬이었습니다.

구몬 로고
당시 저로선 충격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해온 구몬이 미국 브랜드인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행히도(?) 사실이 아녔습니다. 구몬은 고등학교 수학 교사 구몬 도루가 만든 ‘메이드 인 재팬’ 브랜드입니다. 국내서는 학습지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 일본 현지나 미국 등지에서는 구몬 센터라 불리는 교습소 형태로 상당수 운영됩니다. 제가 미국에서 본 그 구몬도 학원형태의 교습소였던 것입니다.
수학 낙제생 둔 수학교사, 직접 학습지를 만들다
구몬을 창업한 구몬 도루는 1914년 3월 26일 일본 고치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고향의 오사카 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오사카에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일했습니다. 선생님의 삶을 살아가던 그의 인생은 그의 첫째 아들 타케시로부터 뒤바뀌기 시작합니다.
구몬과 그의 아들 타케시 (출처=구몬)
1954년, 초등학교 2학년이 된 타케시는 학교에서 치른 수학시험을 망쳤습니다. 명색이 수학교사 아버지인 구몬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습니다. 구몬의 아내 테이코는 남편을 타박했고 구몬은 타케시의 교과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교과서에 실린 내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수학 개념을 체득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문제풀이와 연습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들을 위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워크북을 만들어 수학 문제를 풀수 있도록 숙제를 냈습니다. 아들이 스스로 완성해야 하는 수학 워크북은 단순히 문제 풀이 뿐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사고방식을 길러주는 것을 핵심으로 했습니다.

구몬 도루와 아들 타케시
그렇게 아버지 구몬의 노력은 4년간 계속됐고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6학년이 되자 고등학교 고학년이 돼야 풀수 있는 미적분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도약했습니다. 이게 바로 구몬식 학습법의 시작이었습니다.
아들이 검증해준 학습지, 구몬 센터를 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 타케시의 수학 실력은 학부모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매일같이 문제를 내고 풀게 한 구몬식 워크북이 그 비법임을 알아냈고, 구몬의 학습법은 이름이 나기 시작합니다. 타케시가 3학년이던 1955년, 학부모들의 권유로 구몬은 오사카에 최초의 구몬 센터를 엽니다. 타케시의 친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이후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선 수학 실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구몬 도루 일러스트레이션
구몬은 학생들의 연령과 수준에 맞는 학습지를 분류해 제작했고 이를 통해 수학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학생이 스스로 자습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기본적인 수준 뿐 아니라 고득점이 가능한 어려운 문제까지 다변화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켰습니다.
미국서 출간된 구몬 학습지
구몬 센터는 입소문을 타고 계속 확장됐고 1958년 구몬교육연구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교육 사업에 뛰어듭니다. 구몬센터를 지역별로 설치하고 직접 제작한 교재를 이용한 교육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구몬센터는 곳곳에 생기기 시작하더니 1962년 도쿄로 확장해나갔습니다. 일본 전역으로 구몬식 학습법이 퍼져나간 셈입니다. 1969년까지 구몬센터에서 공부를 한 학생 수가 1만 명이 넘어갈 정도로 구몬 센터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또한 1974년 구몬 도루가 그간의 학습법과 노하우를 집대성해 출간한 ‘구몬 수학의 비밀’이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구몬이 출간한 구몬 수학의 비밀
미국, 영국으로..해외서도 통한 구몬식 학습법
이 시기 구몬식 공부법의 인기는 해외로도 확장됐습니다. 일본 외 지역으론 최초로 미국 뉴욕에 구몬 센터를 개설했고 수학 뿐 아니라 영어 등 일반 교과목에 대한 교육도 확장했습니다. 구몬교육연구소를 설립한 지 꼬박 20년이 된 1977년 전세계 20만명이 구몬센터에서 수강하며 글로벌 교육 사업 브랜드로 발돋움합니다.
미국서 개소식을 여는 구몬 센터(출처=구몬)
이때까지만 해도 해외에 주재한 일본인 정도만 구몬센터를 이용했다면 1980년대 이후부턴 구몬은 독일, 영국, 브라질, 호주, 홍콩, 캐나다 등 교육열이 있다면 전 세계 어디든 진출해 체계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자율학습법의 노하우를 퍼뜨렸습니다.

전 세계 각국 교육과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구몬식 교육 방식은 이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갖고 있습니다. 50개국 4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구몬식 학습법을 체득하고 검증해왔습니다.

1988년 미국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선 구몬식 산수를 도입한 결과 전미 학력테스트에서 평균 점수가 20점이나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했고 구몬은 미국 공교육이 검증해준 성공적인 학습법으로 공인받았습니다.

오사카에 위치한 구몬 박물관
구몬은 지금도 전세계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데 이바지 하고있습니다. 아버지 구몬 도루는 1995년 7월 25일 본인이 평생 살았던 오사카에서 폐렴으로 8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둡니다. 오사카에는 구몬 도루 박물관이 있다고 하니 여유되시는 분들은 한번 찾아가 봐도 될 듯 합니다.
구몬 로고
생각하는 아이들, 아버지 구몬 정신
구몬 로고에는 ‘생각하는 얼굴’이 있습니다. 이는 학습하고 생각하며 성장하는 학생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구몬센터를 찾은 수많은 학생들의 얼굴 생김새나 생각은 다르겠지만 구몬식 학습을 통해 더욱 성장하겠단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만큼은 같을 것입니다. 특히 아들을 생각하며 만든 구몬의 학습지를 만든 구몬 도루의 마음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더 크게 성장하길 바라는 아버지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구몬 도루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새싹이 움트는 봄의 계절. 새학기, 새학년을 맞아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공부계획을 짜며 열공을 다짐할텐데요. 새록새록 떠오르는 학습지의 추억, 요즘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학습지도 인기라는데 이참에 우리도 야심차게 공부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요.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