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풀’ 찾아 자전거로 1시간…‘오픈워터’ 적응 위해서라면 [ESC]

정인선 기자 2024. 3. 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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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의 탄생 수영 ‘감각의 부활’
두번째 철인3종 대회 준비
10년 수영…코로나 3년 공백
‘오픈워터’ 적응, 훈련 또 훈련
지난달 27일 새벽 동네 수영장 강습반에서 자유형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바다 수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지난해 가을 첫 철인3종대회 출전을 앞두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1500m를 쉬지 않고, 그것도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자전거나 달리기는 중간에 사고가 나더라도 타박상이나 골절 정도이지만 수영 종목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이상이 아닌가.

수영은 철인3종 종목 가운데 내가 가장 오랜 기간 즐긴 운동이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넘도록 새벽 수영을 다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동네 수영장이 문을 닫은 탓에 3년이라는 긴 공백기가 생겼다. 이전이라면 가장 자신 있었을 수영 때문에 겁이 나서 참가비 환불 마감 시간 직전까지 포기를 고민했다. “완주를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글을 쓰면 된다”는 친구 말에 넘어가 취소 버튼을 끝내 누르지 않았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딱 한달, 잠들었던 수영 호흡을 그 안에 깨워내야 했다.

빠르지 않아도 쉬지 않고 꾸준히

3년 만에 새벽 수영에 등록했다. 평일에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수영장의 강습반에서 인터벌·스프린트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장거리 훈련을 하기로 했다. 집 근처 수영장에서도 주말 자유수영이 가능하지만, 차로는 30분, 자전거로는 1시간이 걸리는 비교적 먼 거리의 다른 수영장을 주말 특훈 장소로 정했다. 서울에 몇개 없는 50m 길이의 풀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1500m ‘뺑뺑이’를 돌더라도 짧은 풀에선 더 자주 벽을 잡고 돌며 가빠진 숨을 자주 고를 수 있는 반면 긴 풀에선 숨을 고르는 횟수가 그만큼 적어 더 힘들다. 하지만 그런 만큼 바다나 강 등 오픈워터(개방 수역) 환경과 조금이나마 더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수영장까지 왕복 두시간을 자전거로 이동하면 종목 간 근전환 훈련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목표를 정하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재 수준부터 확인해야 했다. 스마트워치를 켜고 호흡이 너무 가쁘지 않은 속도로 50m 길이를 4차례 왕복, 그러니까 총 400m를 완영(느린 수영)했다. 스마트워치가 기록한 소요 시간은 딱 8분, 100m당 2분 속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만 할 수 있다면 1500m를 딱 30분에 끊을 수 있는, 나쁘지 않은 페이스였다. 하지만 1500m는커녕 1000m도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아직 들지 않았다.

헤엄치는 중간중간 스마트워치로 평균 속도를 확인하던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지 옆 레인에서 수영을 하던 중년 남성 두명이 말을 걸었다. 첫 철인3종대회 출전을 위해 3년 만에 벼락치기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들은 “지금 속도대로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속도와 거리는 일단 신경 쓰지 말고 쉬지 말고 7분, 15분씩 돌아 보라”고 조언했다.

스마트워치를 잠깐 뒤로 하고 목표한 시간을 채우는 데만 집중해 다시 천천히 헤엄쳤다. 앞에 가는 사람이 나보다 느려 그의 발이 손끝에 걸리면 무리해서 추월하거나 멈춰 서는 대신, 적절히 ‘유턴’을 하며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했다. 앞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 돌아 헤엄치느라 지체되는 시간을 높은 파도, 다른 선수들과의 몸싸움 등 실전 경기에서 맞닥뜨릴 변수들이라고 생각하니 조급했던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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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 호텔 수영장에서도

지난해 12월 휴가를 갔던 타이 방콕의 한 호텔에서도 수영 훈련을 이어갔다.

두려움을 이겨낼 방법은 훈련 뿐이었다. 경기 전까지 주말마다 자전거를 달려 수영장을 찾았다. 둘째주에는 첫주처럼 거리와 속도 대신 시간만 신경쓰며 30분을 꽉 채워 수영하는 데 성공했고, 경기 바로 직전 주인 셋째주에는 100m당 2분 속도를 유지하며 1500m를 헤엄치는 데 성공했다. 경기 당일 1500m를 완주하는 데 걸린 시간은 34분 32초. 강이나 바다 등에서 오픈워터 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을 미처 못한 채 경기에 임한 게 못내 아쉬웠지만,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숨을 다시 틔워낸 것이 뿌듯했다.

6월로 예정된 두번째 대회에선 첫 대회 때보다 긴 1900m를 헤엄쳐야 한다. 수영 뒤에 이어지는 자전거와 달리기의 거리도 각각 90.1㎞와 21.1㎞로 첫 대회(자전거 35㎞, 달리기 10㎞)의 두배 이상이다. 나머지 두 종목에서 느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몸에 익은 수영 종목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고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거리를 늘리고, 평균 속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겨우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일 새벽 강습반과 주말 장거리 자유수영 루틴을 유지했다. 심지어 지방 출장을 가게 된 어느 주말에는 자유수영이 가능한 그 동네 수영장을 찾아가 장거리 훈련 마일리지(누적거리)를 쌓았다. 휴가지 호텔 수영장에서도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훈련을 이어갔다.

2012년 3㎞ 오픈워터 핀(오리발) 수영 대회를 준비하며 도움을 받은 ‘사다리 훈련’도 시작했다. 사다리 훈련이란 한번에 헤엄치는 거리를 단계적으로 늘이거나 줄이며 목표 거리에 점차 다가가는 지구력 훈련을 뜻한다. 1500m를 목표로 하는 경우 100m, 200m, 300m, 400m, 500m를 중간중간 30초∼1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며 연달아 훈련하면 하루에 총 1500m를 훈련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장거리가 주는 중압감이 자연스럽게 점차 줄어든다. 500m, 400m, 300m, 200m, 100m 차례로 수영할 때 평균 속도를 점차 높이면 장거리 적응과 속도 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실제 대회보다 1.5∼2배 거리까지 연습하는 것이 좋다.

철인3종 장거리 수영에선 지치지 않고 헤엄치는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을 세게 차선 안 되고, 팔을 한 번 내저을 때 반대쪽 발을 한번만 차는 ‘투비트 킥’, 그리고 팔젓기를 할 때 어깨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 추진력을 얻으며 다리 힘을 아끼는 ‘글라이딩’에 익숙해져야 한다. 땅콩 모양의 풀부이 (부력 보조 도구)를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발차기를 아예 하지 않고 어깨 힘으로만 전진하는 훈련도 한다.

발차기 훈련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레인이 없는 환경에서 물 속만 보고 헤엄치다가는 물살에 휩쓸려 직선이 아닌 대각선으로 흘러가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고개를 들어 내 몸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헤드업’ 영법에도 익숙해져야 하는데, 고개를 들 때마다 엉덩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걸 막으려면 발을 세게 차는 힘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양쪽 호흡을 번갈아 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스트로크 네번 또는 여섯번에 한번씩 오른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호흡했는데, 이를 본 한 선배 철인이 “세번 또는 다섯번 등 홀수 스트로크에 한번씩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호흡하면 헤드업을 적게 하면서도 똑바로 앞을 향해 헤엄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아직 양쪽 호흡을 번갈아 하면서는 속도가 잘 나지 않는데, 여름이 오기 전까지 100m당 2분 평균 속도를 유지하며 양쪽 호흡을 안정적으로 해내는 걸 목표로 훈련할 계획이다.

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한겨레신문 스포츠팀 기자. 일하지 않는 시간엔 요가와 달리기, 수영, 사이클, 케틀벨 등 각종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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