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보고서 공개] ② 민간인 집단학살 5곳…확인 사살도 자행
헬기 사격 지시, 조종사 등 진술 확보…군·경 피해 조사 "국가 차원 대책 필요"
[※ 편집자 주 =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4년간의 활동 결과를 모두 담은 개별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44년 가까이 감춰지거나 잘못 알려진 역사의 퍼즐이 제 자리를 찾았지만, 핵심 쟁점인 발포 책임자와 암매장 등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러한 진상규명조사위의 성과와 과제를 5편의 기사에 담아 송고합니다.]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들의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 5건 모두를 규명했다.
신군부 지시로 진압 작전에 투입된 계엄군은 헬기 사격을 자행했고, 비무장한 아동·노인에게 총부리를 겨눴고,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위는 민간인뿐만 아니라 시위 진압에 참여한 군·경의 피해사례도 밝혀 국민통합을 꾀했지만, 조사가 미진한 탓에 진상규명 결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집단학살 나흘간 5곳 71명 사망…확인사살까지
5·18 집단 학살은 광주의 주요 보안시설, 도심, 외곽지역 등 5곳(광주변전소·광주교도소·주남마을·송암동·국군 광주 통합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남마을에서는 11공수여단에 의한 민간인 총격이 잇따라 21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마이크로버스 총격으로 사망한 13명의 사망자 중 일부는 확인 사살까지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상자 2명을 임의 처형하는 등 인도에 반한 범죄 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 작전 지역 내 거주하는 비무장 민간인에도 총격을 가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광주와 장성을 오가는 길목에 있는 광주변전소에서는 11경비대대에 의한 인명 피해(4명 사망·2명 부상)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보안시설인 광주교도소에서는 기존 3공수여단 외에도 향토사단인 31사단도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피해를 발생시킨 사실이 이번 조사로 새롭게 규명됐다.
3공수여단과 31사단 등 계엄군은 5·18 당시 시민군 진압을 목적으로 외곽 지역 도로를 통제하는 봉쇄 작전에 투입됐고, 교도소에 접근하는 시위대뿐만 아니라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에게까지 무차별 발포했다.
총격으로 사망한 시신과 일부 생존자는 교도소 내로 옮겨지거나 끌려갔다.
광주 송암동, 전남 해남군·나주시 등에서도 민간인이 희생당했는데, 11공수가 서로 오인 사격하며 민간인을 희생시키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계엄군의 만행으로 1980년 5월 21일부터 나흘 동안 71명이 사망했고, 7명 실종되고 208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헬기 사격 사실로 판명…계엄군 성폭행 자행도 조사
조사위는 도심 헬기 사격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정황을 확보해 모두 사실로 확인했다.
계엄군 지휘관 등으로부터 사격 지시 명령이 하달됐다는 항공대 조종사·승무원·정비사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1980년 5월 21일 광주천 사직공원 일대에서는 500MD 헬기의 사격이 있었다는 점도 규명했다.
엿새 뒤인 27일 광주 전일빌딩 일대에서 벌어진 진압 작전에는 UH-1H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 또는 탑승 병력에 의한 소화기 사격이 실재했다는 것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으로 밝혀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조종사들에게는 구체적인 사격 장소·일시 등의 명령이 하달됐고, 이러한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조종사들의 증언도 확보했다.
성폭행 범행의 만행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조사위는 대인 조사를 통해 '여자들의 상의를 탈의시키라', '죽지 않을 정도로 폭행하라'는 상부 지시와 대검으로 옷을 찢어 벗긴 사실도 확인했다.
여성 연행자들을 트럭에 태워 추행하거나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성폭행한 사실도 나왔고, 집단 성폭행 피해도 드러났다.
자살 등으로 진술을 할 수 없는 피해자를 제외하고 총 20명의 성폭력 생존 피해자의 진술조서를 확보했다.
조사위는 성폭력 사건을 조사할 새로운 기준과 방법을 시행착오 끝에 마련해, 다른 과거사 사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제시하기도 했다.
"불능 처리됐지만" 군·경 피해 사건도 조사 의의
5·18 특별법 개정에 따라 조사위는 5·18 관련 작전에 참여한 군, 시위 진압에 투입된 경찰의 사망·상해에 관한 피해 사례도 조사했다.
민간인 피해뿐만 아니라 군·경 피해 사실도 함께 조사해 국민통합에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조사위는 173건을 조사해 이준 43명을 '진상규명' 결정했지만, 130건은 규명에 실패해 '불능' 처리했다.
진상을 규명한 43건을 통해 군·경 피해자들의 실상과, 피해자 가족 또는 유가족 삶이 피폐해졌다는 2차 피해 발생 사실도 확인했다.
조사 사건 상당수가 규명되지 않아 군·경 피해 사건은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됐으나, 조사위는 5·18 관련 군·경 피해자들에 추가 피해조사를 실시해 국가 차원의 사과와 보상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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