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루팡 막은 ‘밤피꽃’, 장태유 PD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TV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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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코믹 액션 사극 '밤에 피는 꽃'이 지난달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장태유 PD가 '밤피꽃'을 예정된 회차 이내에서 손을 털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SBS '불량주부'를 시작으로 '쩐의 전쟁' '뿌리 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하이에나' '홍천기' 등 거의 모든 연출작을 두 자릿수 시청률로 만들어낸 미다스의 손 장태유 PD가 '밤피꽃'으로 예산 준수라는 좋은 선례까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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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범석 기자]
MBC 코믹 액션 사극 ‘밤에 피는 꽃’이 지난달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연배우 이하늬는 출산 후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MBC도 시청률 18.4%의 효자 드라마를 오랜만에 품에 안았다. 작년 ‘연인’을 제외하고 몇 년간 SBS에 밀리며 찬바람을 맞아야 했던 MBC가 모처럼 순풍에 돛을 달았다.
그런데 상암동 방송가에선 이와 별개로 ‘밤피꽃’ 장태유 PD의 혁신에 가까운 변화에 주목하며 많은 뒷얘기가 나온다. 장태유 PD가 ‘밤피꽃’을 예정된 회차 이내에서 손을 털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손꼽히는 흥행메이커이지만 오래 찍는 연출가로도 유명한 그가 이번에 제작비를 남기며 12부작을 마쳤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란 것이다. 박신양 문근영 주연 ‘바람의 화원’ 때는 하루 한신 찍는 날이 있었을 만큼 오래 찍었던 그에게 무슨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걸까.
영혼을 갈아 공들여 찍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게 지나치면 회차 증가, 예산 초과로 직결된다. 흑자를 내야 하는 제작사와 방송사에 이 같은 고정비 증가는 반갑지 않은 악재. 시청률이 높아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을 위한 예비비를 제외하고 보통 한 회차가 늘어나면 3,000~5,000만 원이 추가로 든다. 신형 그랜저 한 대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장태유 PD가 이번에 예산을 준수한 건 K 드라마 산업을 위해 무척 고무적인 일이며 한편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제작 환경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가의 권한을 여전히 존중하지만 파이가 커지면서 계약서에 여러 특약 사항을 추가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제작사가 늘고 있다는 설명. 공동 연출을 붙이거나 심하면 제작비 증가에 대한 책임을 묻는 프로덕션도 하나둘 나온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들은 일찌감치 강력한 페널티 규정을 적용한다. 촬영, 편집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대신 예산을 오버할 경우, 제작사의 지분을 가져간다. 이재규 PD의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대표적이다. 이재규 PD도 당시 예산이 오버돼 자신의 제작사 지분 일부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밤피꽃’ 현장은 누구 하나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촬영을 마쳐 모두를 만족시킨 모범사례로 통한다. 충분한 프리 프로덕션과 구체적인 신 바이 신, 버릴 장면은 과감히 버리는 대본 다이어트를 해낸 덕분이다. 노련한 MBC 간부들이 완벽주의 장태유 PD를 응원, 설득하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엔 예산을 좀 오버하더라도 연출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됐지만 요즘은 예산 준수가 1호 미덕이 됐다”며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과거 제왕적 지위의 연출가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8년 장태유 PD가 박해진 주연 드라마 ‘사자’를 연출하다가 중도 하차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마음고생을 했다”라면서 “당시 경험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한 단계 성숙한 연출가로 업그레이드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BS ‘불량주부’를 시작으로 ‘쩐의 전쟁’ ‘뿌리 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하이에나’ ‘홍천기’ 등 거의 모든 연출작을 두 자릿수 시청률로 만들어낸 미다스의 손 장태유 PD가 ‘밤피꽃’으로 예산 준수라는 좋은 선례까지 남겼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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