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로스도 도넛도 꺾었다, 한국 ‘꽈배기’의 힘

이혜운 기자 2024. 3.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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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테이스트 아틀라스’ 선정 튀긴 디저트 부문 4위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에 있는 성수동꿀꽈배기. /성수동꿀꽈배기

한국의 꽈배기가 ‘테이스트 아틀라스’가 선정한 ‘전 세계 튀긴 디저트 순위’ 4위에 지난 28일 올랐다. 스페인의 추로스(24위)와 미국의 도넛(35위)보다 높다. 테이스트 아틀라스는 1만 가지가 넘는 전통 음식과 다양한 나라의 식당을 소개하는 세계 미식 전문 사이트. 음식 전문가 5만364명과 일반인 평점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이번에 1위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크림 도넛 ‘봄볼로네’, 2위는 포르투갈의 ‘볼라 드 베를링’, 3위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그라프 나폴레탄’이 차지했다.

‘테이스트 아틀라스’는 음식을 소개할 때 대표적인 가게도 함께 알려준다. 그러나 꽈배기는 “대부분의 한국 빵집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만 했다. 레시피는 “밀가루 반죽을 짧은 노끈처럼 꼬아 양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기름에 튀긴 다음 설탕을 뿌려 먹는다”고 썼다. 전통 방식의 ‘꽈배기(Kkwabaegi)’다.

조선시대 말부터 유행한 꽈배기는 카페보다는 시장이 어울리는 디저트다. 밀가루를 튀겼으니 맛 없을 리 없지만, 산처럼 쌓인 시장 꽈배기에서 나는 특유의 기름 냄새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2~3년 전에는 팬시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크림과 과일 등을 올린 꽈배기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입구에서 인기인 광장시장 찹쌀꽈배기. /식신

그러나 최근에는 돌고 돌아 ‘전통 시장 꽈배기’가 다시 유행한다. 대표적인 게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찹쌀꽈배기. 전국에서 몰려든 20~30대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긴 줄을 서 있어, 대기 줄 관리하는 사람을 따로 둘 정도다.

유행하는 디저트는 모두 모인 성수동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하나가 ‘성수동꿀꽈배기’다. 즉석에서 튀겨주기 때문에 언제 가도 따끈따끈하다. 2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해 전국에 체인점을 냈다.

지난해 연말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동성로 왕찹쌀 꽈배기’는 영화 ‘두사부일체’, 드라마 ‘논스톱’에 출연한 배우 오승은씨가 직접 튀기는 꽈배기 집이다. 직접 대구 동성로 맛집을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배우 오승은 인스타그램광화문에서 꽈배기집을 운영하는 배우 오승은(오른쪽)

요즘 유행하는 꽈배기 집들은 대부분 정해놓은 반죽을 다 팔면 문을 닫는다. ‘한정판’ 전략이다. 주문 즉시 반죽을 소분해 모양을 만들어 튀겨주기 때문에 현장에 가지 않고는 그 맛을 느낄 수 없다. ‘배달 맛집’과의 차별점이다. 유튜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찾아 가야 할 한국 디저트집”에 시장 꽈배기가 꼽힌다. 이런 꽈배기 열풍에 나오는 불만은 딱 하나, 꽈배기가 덜 꼬여 말발굽 모양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꽈배기 취향 배틀도 붙었다. ‘설탕파’ 대 ‘반(反)설탕파’다. 설탕파는 꽈배기 위에 바삭한 설탕까지 뿌려야 ‘전통’이라고 주장한다. ‘반설탕파’는 설탕의 끈적임이 꽈배기 고유의 맛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제3의 의견으로는 카스텔라 가루파가 있다. 오승은의 꽈배기집은 설탕 대신 허니파우더를 쓴다고 한다.

꽈배기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이다. 성수동꿀꽈배기는 1개에 500원, 광장시장 찹쌀꽈배기는 1개1000원이다. 뉴트로, 할매입맛 열풍이 꽈배기 인기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 간식’ 꽈배기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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