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더비’ 홍명보의 울산이 먼저 웃었다
‘잘 가세요, 잘 가세요~. 그 한마디였었네~.’
1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아슬아슬한 경기가 끝나자마자 관중석에서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울산 HD 응원가 ‘잘 가세요’는 응원단 ‘처용전사’가 상대 팀을 이긴 뒤 약 올리려고 부르는 노래다. 울산은 이날 K리그1(1부) 개막전 상대로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를 맞아 1대0 승리를 거뒀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울산 팬들은 약속한 듯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울산은 지난 시즌 K리그1 2연패(連覇)를 이뤘고, 포항은 지난해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토너먼트 대회 대한축구협회(FA)컵(현 코리아컵) 정상에 올랐다. 나란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두 팀의 ‘동해안 더비’여서 더 불꽃이 튀었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울산은 경기 초반 공을 좀처럼 내주지 않으며 경기를 주도했으나 좁은 간격을 유지하던 포항 수비진을 벗겨내기는 쉽지 않았다. 사이드라인에 서 있던 홍명보 울산 감독은 답답하다는 듯 선수들을 향해 여러 번 소리쳤다. 울산은 두꺼운 포항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 전반 30분 벤치에서 엄원상(25)을 투입하면서 양쪽 측면을 공략했다.
후반 6분 기다리던 골이 나왔다. 울산 아타루(32·일본)가 페널티 박스 모서리 부근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 차서 띄운 공이 골문 앞 주민규(34)의 발에 닿지 않고 상대 골키퍼 근처에서 땅에 한 번 튀기면서 그대로 골대 오른쪽에 빨려 들어갔다. 끈질긴 측면 공략 끝에 결국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동료들에게 들어 올려져 환하게 웃는 아타루에게 함성이 쏟아졌다. K리그1 2024시즌 첫 번째 골이었다.
울산은 실점 후 빗장을 풀고 나온 포항에 고전하기도 했다. 후반 19분 포항 홍윤상(22)이 페널티아크 왼쪽 부근에서 감아 찬 슈팅이 부메랑 같은 궤적을 그렸다. 그때 울산 골키퍼 조현우(33)가 예상한 듯 뛰어올라 슛을 오른쪽으로 쳐냈다. 지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여러 차례 ‘선방쇼’를 보여줬던 조현우는 이날도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울산은 후반 44분 역습에 나선 엄원상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에서 백태클을 당하면서 포항 아스프로(28·호주)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수적 우위를 가진 울산은 경기 종료까지 한 골을 지킨 끝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전반전에 조금 답답한 부분도 있었지만, 첫 경기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온 팬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울산 구단에 따르면 3만7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문수축구경기장의 이날 관중은 2만8683명. 지난 시즌 개막전 2만8039명보다 조금 더 많다.
울산과 K리그 양대 산맥을 이루는 전북 현대는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홈 개막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전반 10분 대전 구텍(29·라트비아)이 골대 앞으로 날아온 공을 오른발로 받은 뒤 땅에 튕긴 공을 바로 오른발로 다시 차서 넣었다. 끌려가던 전북은 후반 34분 안현범(30)을 투입하면서 공세를 높였다. 안현범은 투입된 지 6분 만인 후반 40분 송민규(25)의 패스를 골대 정면 앞에서 받아 오른쪽으로 차서 넣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울산과 전북의 희비가 엇갈린 개막 날이었다. K리그1은 앞으로 8개월 동안 펼쳐진다.
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광주FC와 FC서울의 개막전에도 팬들 시선이 쏠린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32경기를 뛰는 등 K리그 역대 최고 경력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제시 린가드(32·잉글랜드)의 데뷔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린가드의 몸이 덜 올라왔다”며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울산=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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