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대신 선풍기·지하수…한여름 40도 파리올림픽의 실험

조윤영 기자 2024. 3. 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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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선수촌 자연 냉방하기로…골판지 침대도 재등장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인프라 건설을 담당해 온 공공단체 솔리데오로부터 선수촌 열쇠를 넘겨받고 정식 개관식을 열었다. 사진은 선수촌 침실 모습. AP 연합뉴스

오는 7월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패럴림픽의 선수촌이 공개됐다. 선수촌에는 에어컨이 없고 2020 도쿄올림픽의 ‘골판지 침대’가 재등장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조처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인프라 건설을 담당해 온 공공단체 솔리데오로부터 선수촌 열쇠를 넘겨받고 정식 개관식을 열었다.

선수촌은 파리 외곽 생드니와 생투앙쉬르센, 릴생드니에 걸쳐 있다. 전체 부지는 52만㎡로, 축구장 70개에 이른다. 선수촌은 숙소와 부대시설 등 건물 82동으로 이뤄졌다. 객실만 모두 7200실이다. 객실에는 침실 1~4개에 욕실과 거실이 제공된다. 객실당 2~8명이 함께 지낼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약 1만4500명, 패럴림픽 기간에는 약 9000명의 선수와 관계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솔리데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 전체를 환경친화적으로 설계했다. 기존 건물들을 활용하고 목재와 같은 천연 소재를 사용했다. 또 지열과 태양열 등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인프라 건설을 담당해 온 공공단체 솔리데오로부터 선수촌 열쇠를 넘겨받고 정식 개관식을 열었다. 사진은 선수촌 거실 모습. AP 연합뉴스

특히 실내에는 에어컨이 없다. 대신 선풍기 8200개가 설치된다. 솔리데오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건물 배치와 크기를 다양화해 공기를 순환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에이피(AP) 통신은 솔리데오가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약 70m 깊이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건물 바닥에 순환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실내 온도를 실외보다 6도가량 낮게 유지한다는 목표다.

개관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세기의 모험”이라며 “여러분은 제시간에, 예산에 맞게, 사회·환경적으로 모범을 보이며 작업을 해냈다”고 솔리데오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우려도 나온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여름철 유럽 기온이 다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수촌에는 에어컨 대신 자연 냉방 시스템이 사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파리올림픽은 7월26일부터 8월11일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앞서 지난해 7월 프랑스 남부는 40도를 넘었고 2022년 7월 파리 기온은 43도까지 올라간 바 있다. 지난달 28일 홍콩 매체 비엔엔 브레이킹도 “주최 쪽 확신에도 불구하고 날씨를 예측할 수 없어 일부 팀은 냉방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되는 점은 선수들의 편안함뿐 아니라 (더위가) 경기력과 건강에 미칠 잠재적 영향이다. 대회 준비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파리올림픽 경기장 및 인프라 제공을 책임지고 있는 얀 크리신스키는 로이터 통신에 “여름에 햇빛을 너무 많이 받지 않게 건물을 배치했고 단열이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에어컨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인프라 건설을 담당해 온 공공단체 솔리데오로부터 선수촌 열쇠를 넘겨받고 정식 개관식을 열었다. 사진은 선수촌 침실 모습. AP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때 처음 선보였던 골판지 침대도 재등장한다. 앞서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설치했다. 당시 골판지 침대는 폭 90㎝, 길이 210㎝로 일반적인 싱글 침대보다 작지만 200㎏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당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구와 사람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골판지 침대를 준비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해보니 작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 뒤 이 골판지 침대는 코로나19 임시 의료시설에서 재사용됐다.

이에 파리올림픽조직위는 이 골판지 침대를 개선해 선수단에 제공하기로 했다. 못이나 나사, 접착제 없이 더 튼튼하고 조립이 쉽게 했다는 게 파리올림픽조직위 설명이다. 이번 골판지 침대는 최대 250㎏ 하중을 견딜 수 있다. 매트리스는 재활용한 어망으로 만들어졌다.

파리올림픽이 끝나면 선수촌은 내년부터 일반 주택과 학생 기숙사, 호텔, 일반 사무실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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